아름다운재단에는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나눔의 책’ 기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01년 시작된 ‘나눔의 책’은 작가가 인세 일부를 기부하고 출판사들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독자들은 인세 기부의 뜻을 담은 책을 사면서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눔의 책’을 통해 오랜 나눔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제이펍’은 제이펍과 함께 책을 만드는 저/역자들의 인세(혹은 번역료)의 1%기부와 함께 책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회사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제이펍의 장성두 대표님을 통해 제이펍의 나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Q. 이동휘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이동휘입니다. 저는 구글이라는 IT기업에서 검색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갚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는 특별히 제이펍 출판사를 통해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Q. 2015년 ‘실리콘밸리 견문록’이라는 책을 제이펍과 함께 출판하셨는데요. ‘실리콘밸리 견문록’은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은 실리콘밸리의 역사,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살면서 느꼈던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실리콘밸리를 이루는 지역은 원래 산타클라라밸리라는 과수원으로 유명한 촌 동네였는데 짧은 시간에 수천 개의 최첨단 기업들로 북적대는 기술의 중심지가 됩니다. 저에게 실리콘밸리에 관해서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책으로 쓰면 어떨까 고민하던 차에 제이펍 출판사를 만나면서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견문록 책 표지

표지를 클릭하면 온라인 서점으로 이동합니다

 

Q. 제이펍에서 책을 출판하면서 ‘나눔의 책-인세 기부’를 듣고 인세 전액 기부를 약속해주셨는데 인세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고민이 되거나 궁금한 부분은 없으셨나요?

처음엔 생소했습니다. 출판 계약을 할 때 제이펍에서는 판매액의 1%와 함께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의 1%를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거든요. 나중에 출판사 설립 시부터 꾸준하게 그 결심을 지켜온 것을 알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좋은 일은 눈덩이처럼 처음엔 작은 것 같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주위를 감동하게 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가 봅니다.

제이펍의 1% 기부 결심이 작가들의 인세 기부를 끌어냈고 저 같은 사람들이 전액기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으니까요. 제 책은 엔지니어들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인데 책을 쓰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세상에 보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이펍과의 출판계약은 인세 기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고 전액기부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기부를 결정하고 나서 고민했던 부분은 기관 선정이었습니다. 전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부를 해왔는데 신뢰할만한 기관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기부하는 사람은 기부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기부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나뉘는지에 대해서도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기부금을 운영하는 기관이 투명하게 운영 내역을 공개해야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그런 저의 생각을 만족하게 하는 기관이었습니다.

구글 본사 앞에 서 있는 이동휘 작가

제이펍 출판사와 함께 인세 기부에 동참, 인세 전액을 기부해주신 이동휘 작가님

 

Q. 작가님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전액 기부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눔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 책에 나온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을 인용할까 합니다.

Life is like a river; and you take things out of that river that other people before you have put in and then you try to put something back in the river that’s your contribution.
(삶은 강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삶이라는 강에서 앞선 사람들의 유산을 꺼내 씁니다. 그리고 결국 여러분의 몫을 되돌려 놓는 것이지요.)

전액기부 결심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여러 번 물었습니다. 이것이 책의 홍보나 나를 드러내기 위함인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출판사에도 비밀로 해줄 것을 부탁했고 저도 아내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책이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이젠 저 자신에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으므로 이번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전액 기부 결심을 했을땐 책이 많이 팔려서 기부금이 크리라 기대했습니다. 결과는 기대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차라리 기부 사실을 홍보에 이용해서라도 책을 더 많이 팔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합니다.

Q. 기부금이 교육비 지원사업(장학사업)에 사용하길 원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가정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포기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배움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그 기회는 더 큰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학교 다니는 내내 등록금을 내지 못할 형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주위 분들의 도움과 좋은 스승의 가르침으로 대학원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충분히 교육을 받도록 도와주셨던 분들 덕에 미국 구글 본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교육의 기회를 다른 학생들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비 지원사업에 기부했습니다.

Q. 작가에게 인세 기부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작가들에게 인세 기부를 소개한다면?

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직 어색합니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고 인세로 생계를 잇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감히 인세 기부의 의미를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세 기부를 권하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직접 책을 내면서 전업 작가들이 인세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분들의 1% 인세 기부는 저의 기부와는 무게가 다를 것입니다.

Q. 작가님께서 앞으로 또 다른 책을 만드신다면, 어떤 책(주제, 내용, 의미 등)인지 궁금합니다.

생각해둔 소재 중에서 두 가지만 소개할까요. 하나는 캘리포니아의 근현대사에 관한 책입니다. 황금의 땅을 찾아 떠난 유럽인의 종착지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첨단기술의 시발지가 된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다룰 책입니다.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 곳입니다.

또 다른 책은 SF 소설입니다. 뇌파 조절기를 통해 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인턴에 대한 책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근미래에, 세밀하게 뇌파를 조절하는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꿈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꿈 서비스 회사의 서비스 디버깅 부서에서 일하게 된 인턴이 한 사용자의 꿈에서 실수로 어떤 사건을 목격하면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언제 시간을 날지 모르겠네요. 직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쌓여있고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 바빠서 은퇴후에나 책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

Q. 마지막으로, 아름다운재단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아름다운재단이 그동안 기부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투명하게 운영 내역을 공개하고 어느 기관이나 개인에 치우치지 않는 시민의 공익재단으로 기부문화 발전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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