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의 아름다운 하모니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아름다운 하모니 콘서트(이하 ‘아하 콘서트’)’가 열렸다. ‘아하 콘서트’는 ‘2016 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춤, 노래, 악기연주를 배우며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여행’을 체험한 아동․청소년들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재주를 뽐내는 무대다. 지난 7개월 동안 해당 사업을 수행해온 총 50개 지역아동센터 중 17개 기관의 참여 속에, 즐거움도 감동도 남달랐던 콘서트장의 열기를 전한다.
자신감으로 자리 잡을 하모니의 기억
우쿨렐레 연주는 ‘아티스트 웨이’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 17개 참가팀 중 총 4팀이 우쿨렐레 공연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어린 친구들로 구성된 시온성지역아동센터 우쿨렐레 팀은 ‘에델바이스’ ‘우쿨렐레 때문에’ 등을 들려줬다. 1부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만난 시온성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서 한번 틀렸는지, 얼마나 떨렸고 또 뿌듯했는지, 새처럼 재잘댔다. 알고 보니 우쿨렐레를 통해 이미 한두 번의 무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무대 위의 의젓한 모습은 그러한 경험 속에 자리 잡은 자신감인 듯 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무등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은 노래에 어울리는 짧은 상황극을 펼치며 연주를 시작했다. “우리, 꼴찌하면 어떡하지?” “에이, 그런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꼴찌면 또 어때?” 이 같은 대사 뒤로 흐른 노래는 ‘꼴찌를 위하여’.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거야~”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건네는 위로와 격려는 귀에 쏙쏙 박혔다.
푸른솔지역아동센터 우쿨렐레 팀의 ‘울면 안돼’는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웠고, 능주지역아동센터의 우쿨렐레 공연 ‘시골영감’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동네 경로잔치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는 능주 아이들. 어떻게 어르신들의 마음을 녹였을지, 단번에 납득되는 매력이었다. 우쿨렐레 특유의 밝고 명랑한 음색은 아이들의 목소리와 더없이 잘 어울렸다. ‘세상의 무수한 악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그렇듯 아름다운 사람 목소리 중에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갖는 특별한 힘을 느낀 시간이었다.
진관지역아동센터는 서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와 퍼커션으로 흥겨운 타악 연주를 들려줬다. 아이들은 치고 두드리고 흔드는 타악기를 통해, 속상하거나 지친 마음을 리듬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스스로 경험한 그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고자 서게 된 무대에서, 아이들은 한껏 흥을 발산했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새솔지역아동센터는 웃다리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은 나이대의 아동․청소년으로 구성된 풍물팀으로, 구름과 비와 바람과 천둥을 닮은 사물의 소리로 신명나는 잔치 한마당을 달궜다. 4시간 남짓 달려온 ‘아하 콘서트’는 마지막까지 흥을 폭발시키며 마침표를 찍었다.
악기 하나를 배우는 과정은 사람과의 사귐과도 같다. 제대로 소리를 내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공, 수시로 일어나는 음 이탈은 한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비슷하다. 더욱이 갓 배우기 시작한 악기를 가지고 합주를 한다는 건, 신입사원 적응기에 비할 만한 무게다. 각자의 소리를 내기도 바쁘건만,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이뤄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숱한 불협화음을 겪을 테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찾아올 것이다.
‘아하 콘서트’가 보여준 감동의 포인트는 한 팀, 한 팀의 무대가 품고 있는 그러한 서사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여행’ 길에 만난 돌부리와 웅덩이와 언덕의 사연들. 이를 딛고 이뤄낸 아름다운 하모니는 아이들의 가슴속에 단단한 자신감의 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16 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 아하콘서트 ① 보러가기
글 고우정ㅣ사진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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