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시 읽기]는 함께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는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죠?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고 싶었던 플라톤의 주장 속에서, 이미 그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시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도대체 시가 뭐길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예견했던 것일까요?) 덕분에, 삶에 울림을 주는 시를 만나는 기쁨이 있으니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기쁨을 나누듯,

세 번째 시는 정호승 시인의 ‘넘어짐에 대하여’입니다. 삶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은 소중하지만, 사실 ‘잦은 넘어짐’은 물론이거니와 더 크게 넘어지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또르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지혜를 빌려 우리의 ‘넘어짐’을 응원해봅니다 🙂

 

넘어짐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Josh Calabrese)

넘어짐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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