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말갛고 햇살이 따스한, 바람도 산뜻한 온화한 가을날. 동네의 숲 속에서 웃음 가득 뛰어노는 아이들의 얼굴이 눈부시게 해사하다. 바로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다. 갑자기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바람에 우연찮게 숲으로 들어서게 됐지만, 아이들은 세상에 없었던 신나는 표정으로 한바탕 술래잡기하느라 열심이다. 박숙희 센터장도 최부성 시설장도 그토록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처음이다.

술래잡기

언제나 신나는 술래잡기

그 후, 해가 바뀌었지만 아이들은 그날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것은 아동욕구 결과나 아동자치회 건의사항에서 나타나곤 했다. 세세한 표현은 달라도 대다수 ‘숲을 통한 놀이 및 학습’을 얘기했던 것. 그래서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는 <아름다운재단>과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올여름 자연친화적 생태학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나날이 숲의 매력에 빠져드는 중이다.

나무를 관찰하는 아이들

나무를 관찰하는 아이들

싱그러운 수풀과 향긋한 꽃길로 소풍을 떠나다

김해시 외동에 터 잡은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오롯이 아이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곳의 소명은 명칭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하늘나는물고기’를 풀어내면, ‘하늘을 날다’라는 표현은 ‘꿈을 펼친다’는 의미이며, ‘물고기’란 단어는 ‘각양각색 특별한 아이들’을 상징한다. 그야말로 진심 다해 이름 지은 만큼 박숙희 센터장은 아이들을 애틋하게 보살피고 있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는 설립한 시기가 만 3년에 접어드는 신생기관입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29명의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특히 한부모가정은 50%, 다문화가정은 40%입니다. 대다수 부모님들이 야간이나 주말에도 일터에 출근하는 탓에 아이들이 홀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제2의 가정으로서 아이들이랑 소통하고자 다방면으로 마음 쓰고 있습니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박숙희 센터장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박숙희 센터장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도하기 위해 박숙희 센터장은 살뜰히 정성을 기울인다. 그중에 교육은 체계적인 계획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전문교사가 전반적인 학습을 일임하는 중이다. 아울러 원어민 강사가 영어도 가르치고, 주1회 미술 교사가 그림도 설명한다. 게다가 태권도를 중심으로 스포츠 바우처를 연계하고, 영화 관람이나 전시회 탐방 같은 문화체험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는 신도시에 위치하는 탓에 빌딩과 공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은 PC방을 비롯한 실내활동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공원이나 놀이터도 우레탄과 시멘트로 뒤덮여서 감정과 정서가 메마르고 있다. 따라서 박숙희 센터장과 논의를 거듭한 최부성 시설장은 아이들의 인품과 지혜를 함양하기 위해 최근 생태학습에 집중하고 있다.

숲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정서 안정과 건강한 신체 발달을 위한 생태학습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염려되는데요. 자연을 교실로 생태학습을 체험하다 보면 효과적인 현상이 나타날 듯해요. 이를테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체적으로 활발해져 아이들은 폭력성이 줄어들고, 사회성이 자라나죠. 친구들이랑 협력하는 자연의 놀이를 통해 이해력과 공감력 역시 향상되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최부성 시설장은 자연의 긍정적인 영향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길 소망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올여름 4회분 계획을 구성했다. 주제는 ‘얘들아, 숲에서 놀자’이다. 1회차는 임호산에서 돌이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2회차는 경운산에서 다양한 덩굴식물의 모습을 알아본다. 3회차는 봉황대에서 매미의 성장과 변이를 살펴보고, 4회차는 생태숲으로 캠핑을 떠나서 자연을 만끽한다. 아이들은 숲에서 활동했던 추억이 존재하는 만큼 생태학습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최부성 시설장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최부성 시설장

앳된 소망과 벅찬 행복이 새싹처럼 움트다

8월 8일 금관가야 취락지로 유명한 봉황대에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봉황대 내 잔디에 흩어진 솔방울을 주워들고 있다. 거기에 어린잎이 돋아난 나뭇가지를 장식하면 자연공예품이 완성된다. 근래 생태학습을 통해 배웠던 지식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임호산과 경운산을 오르내리며 숲이랑 꽤 친밀해졌다.

한 아이가 솔방울을 주워 나무가지 사이에 올려놓고있다

솔방울을 주워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에게 선물하고 있다

오늘은 봉황대의 숲을 체험할 시간이다. 김점화 생태전문교사의 지도 아래 흥미로운 생태학습이 시작됐다. 동그랗게 빙 둘러선 아이들은 사뭇 상기된 표정이다. 일명 ‘산신령놀이’가 준비됐기 때문이다. 저마다 막대기를 움켜쥔 아이들은 신호에 따라 일동 우측으로 이동해 친구의 막대기가 쓰러지기 전에 잡아내며 한마음으로 산신령놀이에 열중했다. 4학년 수민이는 “친구들이랑 호흡을 맞추고 재빨리 옆자리로 옮기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어요.”라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올렸다.

구슬땀을 흘리며 하는 산신령놀이

구슬땀을 흘리며 하는 산신령놀이

다음은 흥미롭게도 매미의 한살이를 살펴볼 차례였다. 매미는 ‘알’의 형태로 1년, ‘애벌레’로 땅속에서 3-7년, ‘성충’으로 지상에서 15일 남짓 살아간다. 아이들은 그 내용을 주지하며 김점화 생태전문교사가 잠시 붙잡은 매미를 눈앞에서 관찰했다. 수컷 매미였던 만큼 울음주머니에 더욱이 관심이 집중됐다. 2학년 송원이는 “매미는 수컷만 운대요.”라며, “매미가 날아가는 모습도 지켜봤는데, 진짜 신기했어요.”라고 지적인 호기심을 드러냈다.

매미의 울음주머니를 관찰하는 아이들

매미의 울음주머니를 관찰하는 아이들

이제 아이들은 매미를 뒤로하고 숲을 가로질러 평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대망의 생태놀이가 실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무를 휘돌며 성장하는 넝쿨식물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동그랗게 빙 둘러선 아이들은 마치 나무처럼 자신의 발에서 옆 친구의 발로 칡넝쿨을 전달했다. 이른바 칡넝쿨릴레이를 통해 김점화 생태전문교사는 아이들에게 배려심과 존중감을 심어줬다.

칡넝쿨을 넘기는 게임을 하고있다

칡넝쿨릴레이

“나무 덕분에 넝쿨식물은 자라날 수 있어요. 나무는 바로 여러분이에요. 방금 칡넝쿨이 휘돌아가도록 만들었죠. 나무처럼 그렇게 주위의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손 들어볼까요.”

햇살을 뚫고서 하늘로 치솟는 아이들의 손이 눈부시다. 그것으로 봉황대에서 계획했던 일정은 거의 이뤄졌다. 김점화 생태전문교사는 이후 ‘흙바닥에 매미 그리기’와 ‘내 자리 찾기 놀이’를 끝으로 서서히 생태학습을 매듭지어갔다. 3학년 예진이는 “숲을 체험하면서 나무랑 풀 냄새를 맡아서 너무 좋았어요.”라며,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어 즐거웠고요.”라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세 아이들

동심과 잘 어울리는 숲의 푸른 배경

한여름의 무더위에 아이들은 꽤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아이들은 다음 생태학습인 생태숲 1박 2일 캠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를테면 친구들이랑 캠프파이어 가운데 밤늦도록 이야기꽃 피우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미소가 난다. 돌이키면 아이들은 생태학습을 비롯한 문화체험활동을 통해 서로 격의 없이 어울리게 됐다. 거기에다 극장이나 전시회장을 방문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사회적 행동양식을 습득해나갔다.

그렇다면 ‘얘들아, 숲에서 놀자’의 영향력도 특별할 듯하다. 아무래도 숲의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는 점점 풍부해지리라. 머지않아 숲에 스민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초록빛 감도는 기억의 보석상자에서 기쁨과 즐거움, 또는 우정과 행복을 살갑게 꺼내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숲의 선물을 받아본 아이들의 인격적 성장이 각별히 기대되고 있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하늘나는물고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글 노현덕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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