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감각의 재단’ 프로젝트란?

몸에 대한 탐구 – 워크숍 후기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의 주제는 ‘몸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워크숍 리더를 맡은 ‘강진주 작가’는 몸과 움직임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찌뿌둥한 몸, 바뀌어가는 몸, 본 적 없는 자신의 몸, 그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몸에 대해 느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

작가와 간사들은 자신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몸을 움직이고 그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구와 밥을 먹다가 흰머리를 발견했는데, 내가 평소에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유연하면 마음이 유연해질 것 같아서 요가를 배웠다. 첫 수업에서 물구나무서기를 시켜서 못했는데 계속 연습하다 보니 하게 되었다. 몸은 기회를 만들어주면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일하면서 짐을 과하게 나르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젊은 나이에 괜찮을거라 생각했으나 계속 좋지 않아서 요가를 시작했다.”

“등이 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리를 펴려고 노력했는데 어깨 결림이 한결 나아졌다.”

“발등이 높고 움푹 패인 편이라 발의 피로가 쉽게 오는 편이다.”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몸에 관한 이야기'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몸에 관한 이야기'

서로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강진주 작가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몸, 몸의 움직임,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찾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스트레칭은 내 몸을 알아차리기 위한 시간이에요. 평소 자기 자신의 몸과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끄아아아’,‘윽’, ‘끄으으응’, ‘아아악’, ‘흐읍’ 등 다채로운(?) 소리가 워크숍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강진주 작가는 자신의 몸의 움직임을 먼저 보여준 후 간사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몸의 마디마디’를 이끌며 스트레칭을 도와주었습니다. 스트레칭이 끝난 후, 간사들은 평소에 자신의 몸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나눴습니다. 또한,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느끼지 못했던) 몸의 한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나눴습니다.

내 몸이었지만 내 몸이 아닌 것 같던 내 몸의 존재를 알아차린(!) 시간이었습니다.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몸에 관한 이야기'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몸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일상 속의 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사들은 평소에 자신이 가장 많이 하는 자세를 취해보고 몸의 어떤 근육을 가장 많이 쓰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몸’이라고 하면 근육만 지칭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몸의 일기>라는 책이 있어요. 한 사람이 꾸준히 ‘몸’에 관해 쓴 글을 모아둔 책인데요. 그날의 몸의 무게(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몸, 방방 뜨는 기분을 느끼는 몸)처럼 감정 같은 것도 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스트레칭을 마친 후 간사들은 작가의 안내에 따라 음악이 흐르면 걸었고 음악이 멈추면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멈추면 간사들은 조용히 상대방의 눈을 응시했습니다. 어색하고 민망한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이내 모두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다시 걷다가 다시 다른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눈을 바라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던 간사들도 있었습니다!!) 간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느꼈던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것은 일상의 대화랑은 또 달랐다. 사람을 보는데 명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눈을 쳐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관찰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뻘쭘했는데, 상대의 눈동자에서 나를 찾게 되었다.”

“상대방을 말없이 바라봤지만, 머릿속으로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 보니 옷을 벗은 느낌이 들었다. 방패를 내려놓고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쑥스럽지만 몰입했다. 사물을 보는 것과 달랐다. 오랫동안 서로 눈을 마주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거나 서로의 눈빛을 느끼기란 ‘매우 생소하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일을 하느라 많은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제 이야기를 할 때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 대화를 나누는 동료의 눈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생각해봤습니다. (앞으로는 지긋이- 바라보는 제 눈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찡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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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는 모두가 속도를 달리해서 걸어보는 움직임, 무작위로 바닥에 누워보는 움직임, 누워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움직임 등을 하며 다양한 ‘몸의 움직임’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짝을 지어 한 사람은 눈을 감고 한 사람은 눈을 감은 이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여보는 시간도 가졌고요. 다른 사람의 손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해보았습니다.

“파트너에 따라 눈을 감고 움직이니 몸의 세포,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 같다.”

“눈을 감으니 내가 알 수 없는 몸의 움직임, 변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나를 움직여줄 때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걸까 상상하면서 더 집중해봤다.”

“내가 움직이고 싶은 동작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의도와는 다름 움직임이 나왔다.”

“눈을 감는 동안 무서움을 못 느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다. 내 작은 터치에도 상대방의 큰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다른 사람의 몸을 내 맘대로 움직여보게 하는 것과 반대로 제 몸을 타인의 손에 완전히 맡기는 경험은 생소하지만 즐거웠습니다. 파트너를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온 몸을 맡길 수 있는데, 그 과정이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로 전적으로 신뢰하는 동료와 협업할 때의 기쁨도 같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간사들은 함께 움직면서 ‘상대방의 몸과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곁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영역, 잘 몰랐던 ‘몸’이라는 세계를 마주하는 시간. 간사들은 ‘무척 개운했다(!)’는 후문을 남겼습니다. 모든 워크숍을 마친 후, 강진주 작가는 워크숍의 의미를 담아 ‘몸에 관한 아티클’과 ‘작가의 편지’를 공유해주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아티클의 일부와 작가의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 '몸에 관한 이야기'

# 1

유토피아적인 몸

내 몸, 이 가차 없는 장소(topie). 만일 내가 그림자라든지 마침내 더 이상 제대로 쳐다보지 않게 된, 삶에서 흐려진 일상의 갖가지 사물들, 그러니까 매일 저녁 창문으로 우툴두툴 보이는 이 지붕이나 굴뚝들과 더불어 살 듯, 내가 내 몸과 다행스럽게도 그런 오랜 친숙함 속에서 산다면 어떨까? 그런데 매일 아침 동일한 현존, 동일한 상처가 있다. 눈 앞 거울에 피할 수 없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야윈 얼굴, 구부정한 어깨, 근시의 눈, 민둥머리. 정말 못생긴 모습. 그리고 내 머리라는 이 추한 껍데기,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이 철창 속에서 나를 보여주며 돌아다녀야 한다. 바로 그 창살을 통해 말하고, 바라보고, 남에게 보여져야 한다. 이 피부아래 머물며 썩어가야 한다. 내 몸, 그것은 나에게 강요된, 어찌할 수 없는 장소다. 결국 나는 우리가 이 장소에 맞서고, 이 장소를 잊게 만들기 위해 그 모든 유토피아들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발췌 : 헤테로토피아 Les Heterotopies / 미셸푸코 Michel Foucault 이상길 옮김, 문학과 지성사

# 2

35세 6개월 22일 / 1958년 5월 2일 토요일

리종에게 눈길이 간다. 그 아이는 꼼짝 않고 있으면서도 그 내면엔 놀라우리만큼 생기가 돈다. 아이는 날 보고 빙그레 웃고 나선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는 채로 내게 말한다. 내 몸은 춤추지 않는데 가슴이 춤을 춰요. 오! 나의 리종! 존재의 행복 외엔 다른 이유가 없는 행복. 나도 그걸 가끔씩은 느낀단다. 몸은 움직여선 안되는 상황인데도 가슴은 춤추게 만드는 내면의 희열 말이다. 예를 들어 충회에서 베르톨리외가 구닥다리 코안경을 걸치고, 그마저도 괴물 같은 눈썹 때문에 반은 덮인 채로 우리에게 ‘굴절’이니 ‘수렴선’이니 하며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을 때도 그랬었지. 춤추라 가슴이여, 춤추라!

-발췌 : 몸의 일기 Jorunal d’un corps /다니엘 페나크 Daniel Pennac 조현실 옮김, 문학과 지성사

 

강진주 작가의 편지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의 [감각의 재단] 8월 워크숍을 진행한 강진주입니다. 이렇게 여름의 끝자락에 마무리 인사를 드리게 되어 섭섭함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워크숍 참여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제 마음을 담아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현재 춤(움직임)과 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몸에 관한 기억, 몸에 대한 변화, 나(몸)에 대한 자각, 몸의 감각열기, 타인과의 관계 맺기, 관계 안에서의 나의 반응, 움직임의 자유로움, 의식하는 나와 의식하지 않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은 ‘움직임을 통해 ‘몸’ 알아차리기’를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워크숍을 통해 각자가 느끼고 알아차린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2017년 어느 여름날 문득 아! 했던 순간이 어느 날에는 어! 오~~ 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발견하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주하며 나 자신만의 방법대로 기록해보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세요^^

2017년 여름. 강진주 드림

 *이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관련 글 더보기] [감각의 재단] 1 – ‘감각의 재단’ 프로젝트 시작
[감각의 재단] 2 – 카메라로 그리는 자화상 (워크숍 후기)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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