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감각의 재단’ 프로젝트란?

카메라로 그리는 자화상 – 워크숍 후기

감각의재단7월 포스터

<감각의 재단> 7월 워크숍의 주제는 ‘카메라로 그리는 자화상’이었습니다. 워크숍 리더를 맡은 ‘마민지 작가’는 사진, 영상을 매체로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첫번째 워크숍에서는 마민지 작가(감독)의 영화 ‘버블패밀리’를 함께 보았습니다. 마민지 작가는 영화 ‘버블 패밀리’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기록하신 사진, 비디오가 매우 많아요. 이를 디지털화 시켜서 영화화했어요. 일상의 기록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표현했죠. ‘버블패밀리’는 부동산 버블로 중산층이 되었다가 IMF로 형편이 힘들어지는 과정을 담았어요. 영상 속에는 당시 뉴스도 많이 등장하는데 현재의 뉴스가 개인의 기록과 합쳐지면 어떻게 될 지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간사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작가는 왜 이 주제를 영화로 담으려고 생각했는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는지, 어떻게 구성하려고 노력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민지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아버지의 삶이 궁금했고 잠실개발사를 연구하다가 자신의 가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료를 수집할 때는 주제를 정해서 그것과 연결될 수 있는 씬들을 모두 모아 한번에 보면서, 비교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과정만 총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고요!)

영화포스터

버블패밀리 영화포스터

영화 ‘버플패밀리’를 함께 본 후, 얼마 되지 않아 아주 멋진 소식이 있었습니다. ‘버플패밀리’가 2017 EDIF 대상(그것도 국내 작품 최초!!!!)을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뉴스 참고] 영화 ‘버플패밀리’를 함께 본 간사들의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이지희 간사 : 초반에는 가정사를 노골적으로 보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보자는 생각을 갖고 봤는데 뒤로 갈수록 감독님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부모님 세대의 행동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김남희 간사 : 어머니가 “난 그냥 하면 될 거라 생각 했어” 라는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 당시 상황에서 부모님의 상실감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우리는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든데 부모님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장혜윤 간사 : 영화가 욕망과 사회 문제를 같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 여운이 남아요.

임주현 간사 : 굉장히 극적이면서 사실적인 묘사가 마치 나의 집 이야기 같았어요. 부동산 문제 뿐만이 아니라 삶의 가치관 자체가 아버지 세대와 우리는 다른 점이 있어요.

심유진 간사 : 자취하는 사람으로서 주거 문제가 살아가는데 굉장히 큰 부분인데 영화를 보면서 내용에 대해 큰 공감이 되었어요.

내 시선을 담은 사진과 영상

마민지 작가는 사전에 간사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 좋아하는 사진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간사들이 준비해온 사진들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요리(자신이 만든 음식) 사진을 촬영한 사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촬영한 사람, 가족과 함께 유쾌한 사진을 촬영한 사람, 남편과의 데이트 순간을 촬영한 사람, 꽃과 강아지를 촬영한 사람, 고양이를 촬영한 사람, 빛의 풍경을 촬영한 사람 등 저마다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사진들이어서 인상깊었습니다. 🙂

감각의 재단 7월 워크숍 감각의 재단 7월 워크숍

두번째 워크숍에서는 간사들은 일주일동안 기록했던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만의 아재-아름다운재단>이란 주제로 직접 영상을 촬영해보았습니다. 간사들은 서로의 영상을 보며 재단이 굉장히 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였지만 저마다 ‘나만의 시선(감정)’ 즉, 저마다의 ‘고유한 시선’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간사들이 촬영한 ‘나만의 아재’ 영상을 소개합니다!

“감각을 새로 깨우기 위한 작업의 한 방법으로 일상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간사님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매일 무심히 지나가는 풍경이지만 이런 사소한 관찰이 사실은 다른 감각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어요. 이런 작은 출발을 간사님들께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평론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 고등학교 때부터 뭔가를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훈련해왔고요. 이런 작업을 바탕으로 글쓰기나 다른 작업의 시작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방식을 통해 간사님들도 작은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민지 작가

감각의 재단 7월 워크숍

마민지 작가는 이번 워크숍의 취지와 의미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감각을 새로 깨우는 일은 거창한 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통해 천천히 찾아오는 까닭입니다’라는 문장에 마음 속 밑줄을 긋어보며 여러분께 작가의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

마민지 작가의 편지

안녕하세요. 감각의 재단, 첫 달의 문을 연 다큐멘터리 감독 마민지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간사님들의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저희는 7월 동안 다큐멘터리 보기로 문을 열어 각자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상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들의 기억도, 일상도 평소에는 쉽게 지나가버립니다. 나만의 감각을 구축해 나가고, 나만의 취향을 계발해 나가는 일은 아주 작은 일상의 발견을 통해, 그리고 발견의 기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감각을 새로 깨우는 일은 거창한 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통해 천천히 찾아오는 까닭입니다.

지금 저는 해외 출장을 와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거쳐 태국 방콕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답니다. 너무 자랑일까요? 영화도 나오지 않는 저가 항공의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구절이 있어 몇 문장 옮겨봅니다.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어떤 사건 후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그 일’ 이후 나는 내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 걸 알았다. 그럴 땐 정말 내가 내 과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었다.” – <풍경의 쓸모> 김애란

오늘도 ’오늘의 한 장’을 기록하고 계신 간사님이 계실까요? 오늘을 어떤 감각으로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의 풍경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감각을 재배치하고 계신가요? 이국적인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제가 붙잡아 놓은 저의 감각을 공유하며 저는 인사 드리겠습니다.

2017년 여름. 마민지 드림

 

 *이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글 | 장혜윤 간사

댓글 2

  1. 다큐

    마민지 감독님.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정말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재단 직원분들도 즐거운 경험이셨을 것 같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공식블로그

      네 멋진 작품이었어요! 작가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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