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에 선정된 10개 청소년 모둠은 지난 6개월 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우리의 변화, 우리가 만든 변화’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2017년 청자발 참가 모둠 <잔상과3의숫자들>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 |
지민의 활동 후기
안녕하세요. <잔상과3의숫자들> 청소년 대표를 맡았던 김지민입니다! 청자발 지원을 준비한 시간을 포함해서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갔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아무말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많았어요. 이를테면, 팀원끼리 회의 일정 조율이 잘 안 되었던 것 등이 있어요.
홈페이지 개설도 좀 미흡한 점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저는 온라인의 영향력이 꽤 크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만들자고 밀어 붙였는데, 제가 한 말을 잘 못 지킨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어요. 홈페이지 대신에 SNS에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렸어요. SNS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영향이 덜 미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예상보다 반응이 엄청 좋더라구요!
아무말학교 플레이숍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제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좋은 점들을 배워가면서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청소년 스피커(강연자의 개념)가 많아지는데 (아주)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굉장히 재미있었고, 활동 내내 자부심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활동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거든요! 다음에 또 활동한다면, 더 많은 지역에서 <아무말학교>를 열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스스로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멋진 재능을 가진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고맙습니다!
– 김지민 (분당경영고등학교 1학년)
주희의 활동 후기
왜 <잔상과3의숫자들>인가 : 제도권 기구의 한계
나는 2015년 7월 성남시청소년행복의회 1대 의원에 위촉되어 2016년 12월까지 임기를 지냈다. 성남시청소년행복의회는 성남시가 성남시청소년재단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사업으로, 당시 청소년재단에서 행복의회의 지도교사가 손지영 선생님이었다. 청소년의회는 성남시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의장단 해임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막 출범하고 의회 혁신을 도모하던 중요한 시기에 지영샘의 수련관 발령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제도권 기구는 우리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출자지원기관이 개입하고 행정상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에 여러 제약이 따랐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따르던 지도교사가 교체되는 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었다. 우리의 본회의를 준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재단의 정기적인 행사 일정에 따라 행사를 주관해야 했고, 우리가 결정하는 모든 것에서 재단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했다. 때로는 행정적 제도가 청소년의 선택을 가로막았고, 우리는 제도권 기구의 한계를 느꼈다. 작년 12월 해단식에서 우리 의원 일동은 우리와 해단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지영샘에게 ‘잔상’을 수여했다.
올해 선생님은 우리에게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든지 따지지 않고 지원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3의 법칙에 따르면 숫자 3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한다. 사람 셋이 모이면 사회의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성남시 청소년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3의 숫자들이 되어 보기로 했다.
아무말학교를 구상하게 된 이유 : 하늘 보기 프로젝트
청자발에 지원하기로 결심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구상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거 한다고 청소년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 줄까?’였다. 학교와 학원이, 어른들이 허락하는 재능 아래 ‘만들어진 나’의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미래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 프로젝트 구상과정에서 많은 청소년이 하늘을 볼 여유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청소년에게 하늘을 볼 여유를 되찾아주기 위해 가칭 ‘하늘 보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보습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토론이나 봉사활동을 좋아하던 나는 학원 선생님께 ‘그거 잘해서 뭐할 거냐.’라는 말을 들었다. 나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입시제도에 맞추어 그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분위기에서 받은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이건 아니다 싶었고, 이내 학원을 그만두었다.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고민이 많았다. 모두가 잘 참고 그 길을 가고 있는데 내가 유난 떠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고, 내가 하는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고 말할 확신이 없었다.
이 같은 경험을 하거나 같은 고민을 겪었던 청소년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아무 재능이나 괜찮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아무말학교>를 기획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겪은 청소년들이 모여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라는 걸 느끼길 바랐고, 세상에 결코 하찮은 일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여기서는 유난 좀 떨어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오픈워크숍을 기획하면서 : F.S.G. 이야기 토론회 <82년생 김지영>
학교에는 각 교과 과목과 수업이 있듯이, <아무말학교>에는 ‘오픈워크숍(플레이숍)’이라는 게 존재한다. 청년멘토이자 프로젝트 팀원이었던 나는 어떤 재능을 살려 어떤 워크숍을 열지 고민했다. 요즘 여성이나 LGBTQ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페미니즘 스터디 그룹을 열기로 했다. 페미니즘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고, 실질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 남짓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파티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읽기 쉬운 책을 골랐다.
책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읽고 소감문까지 써야 했기 때문에 워크숍이 잘 진행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파티원들은 책을 정말 열심히 읽고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자유 분량에 자유 양식이라고 공지했던 소감문을 네 장 분량으로 써온 파티원도 있었고, 책 내용 중 언급된 여아 낙태나 기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사례들이 잘 와 닿지 않아서 당시 한국사회의 통계자료를 직접 찾아보았다는 파티원도 있었다. 또 책을 읽으며 본인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는 파티원도 있었고, 다음에 또 이런 자리가 기획되면 꼭 다시 불러달라고 말해준 파티원도 있었다.
오픈워크숍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좀 더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 향후에는 또 다른 책으로 오픈워크숍을 다시 한 번 기획하고 싶다.
마무리하며 : 총소감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기획회의 자체가 아무 말의 향연이었고, 우리가 뱉은 아무 말은 곧 복잡한 승인이나 결재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팀원들 간에 역할분담이 잘 안 되었던 것 같다. 오픈워크숍은 기획자가 곧 실행자이자 참가자이니까 역할분담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무말대잔치>나 오리엔테이션같이 전체 참가자가 모이는 행사에 대해서는 나서서 기획하거나 준비하겠다는 팀원이 잘 없었던 것 같다. 각자의 바쁜 일상이 있고 청소년에게 학업의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몇몇 팀원과 멘토 선생님이 많이 고생하셨다. 참가자가 많으니 누군가 잘 이끌어주겠거니 하는 무관심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사람마저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팀원 간에 서운한 감정이나 갈등을 빚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던 감정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정말 원없이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말학교>가 우리의 안식처였듯이, 우리 3의 숫자들의 작은 노력이 성남시 청소년들의 숨통을 트일 여유에도 작게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주희
손지영 멘토의 활동후기
처음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때가 떠오릅니다. 평소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청소년 활동의 갈증을 알고 있었기에, ‘청자발이라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하며 넌지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너희들이 제일 잘 하는 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했을 때, 두 눈 동그래지며 절 쳐다보는 <잔상과3의숫자들> 멤버들의 표정이란(정말 그리고 싶은 표정으로 절 쳐다봤었어요).
뒤돌아보면, “올해 있었던 일 중 제일 정말 값어치 있는 일이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진 생각을 실현할 수 있게 하고, 지원해주는 일이라니! 저는 청소년지도사로서 청소년재단에서 청소년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잔상과3의숫자들>이 느꼈던 갈증과 고민을 똑같이 겪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 이 프로젝트가 더 값지고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다시 뭉쳐서 재미나게 작당모의 할 수 있어서 기뻤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잔상과3의숫자들>의 시야를 넓혀주셔서, 한 뼘 성장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이와 주희가 활동후기를 정말 멋지게 써주어서, 저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애쓴 <잔상과3의숫자들>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 손지영 (분당서현청소년수련관 청소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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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청자발] ‘잔상과3의숫자들’로 세상을 움직이자
글|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