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A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풀뿌리 단체가 자신들의 선행사업을 기반으로 2~3년간의 중장기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지원합니다.

주민의 관점에서 지역발전전략을 짜자!

옥천에서 살아가며 가끔 서글픈 것이 ‘우리 동네에 그런 정치인이 있어 참 자랑스럽다’거나 ‘지난 선거 때 그 사람 뽑길 참 잘했다’와 같은 생각을 나조차도 해본 적이 없고 또 그런 말을 하는 이웃을 만나본 적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함량미달 정치인들을 뽑은 것도 결국 우리들일 텐데, 왜 항상 뽑아놓고 실망하고 후회해야 하는지…돌이켜보면 지방선거는 우리 삶에 훨씬 맞닿아 있는 주민 대표를 뽑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임에도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공약 등을 검증하는데 대통령 선거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다, 어쩜 더 서글픈 현실은 주민들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정책이나 공약 자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 아닐까? 막연한 인물됨을 보고 투표하고 그렇게 막연히 가졌던 기대에 실망하고, 그런 실망이 쌓여 지역정치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

그 지역의 ‘제대로’ 된 사회지표가 필요한 이유

내가 활동하는 옥천순환경제공동체에선 바로 그런 주민들의 실망감이 지역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더 나쁜 정치를 낳는 상황을 주민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을 받아 ‘풀뿌리사회지표 발굴ㆍ제작과 지역발전 전략 짜기’(이하 풀뿌리지표사업)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풀뿌리지표사업은 쉽게 말해 주민의 관점에서 지금 옥천이라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떤 대안적인 전략들이 필요한가를 찾아가는 프로젝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15년의 경우 옥천이라는 지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나침반과 같은 ‘사회지표’를 주민 스스로가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사회지표는 한 사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라 할 수 있는데 정확한 사회지표가 있어야만 현재 주민의 삶이 어떠한지를 판단할 수 있고 그것이 전제되어야 주민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정책과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국민들이 국가발전 상황을 종합적이고 쉽게 알 수 있도록 ‘국가주요지표’(통계청 제작)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옥천 주민들이 옥천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줄 지표들을 알기 쉽게 제작,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옥천의 풀뿌리사회지표’를 발굴했고 2015년 말 ‘우리가 알아야 할 진짜 옥천 이야기’라는 소책자도 발간했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에서는 풀뿌리사회지표를 발굴하며 옥천에 관한 특정 통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통계가 보여주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파악하고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분석·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보통 주민의 관점에서 ‘왜 지역사회에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문제되는 지역상황을 바꿔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온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2016년에는 ‘옥천군 예산’에 보다 주목해보았다. 지역을 이해하는 지표를 발굴하는데 지방정부 예산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2015년만 보더라도 옥천군의 일반회계 세출예산이 4000억 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옥천 인구가 5만 명 정도이니 주민 1인당 800만 원이라는 큰돈이 돌아갈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런 만큼 옥천군이 어떤 지향과 정책을 두고 이 돈을 쓰느냐는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많은 예산을 산업단지 개발에 우선 사용하느냐, 지역 아이들의 친환경 학교급식 전면실시에 우선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2016년에는 최근 10년간 옥천군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주민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2015년 발굴한 풀뿌리 사회지표들과 옥천군 예산 쓰임의 상호 연관성도 살펴보았다. 가령, 최근 10년간 지역 내 장애인 수가 크게 늘었는데 옥천군의 관련 예산과 지원 정책 또한 늘었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맞벌이하는 주민이 늘어난 만큼 방과후 보육 지원에 대한 주민 욕구도 늘어났는데 옥천군이 이러한 주민 욕구를 반영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고 있는가 등도 살펴보았다. 만약 지표가 가리키고 있는 지역의 문제들이 명확함에도 이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옥천군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일 것이며 그러한 문제 상황의 개선이 필요함을 주민의 관점에서, 주민의 목소리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펼치는 것이 풀뿌리지표사업의 가장 큰 목표라 할 수 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A 지원사업 – 의제모임 활동모습


주민들과 함께 일찌감치 시작한 지방선거 운동

2017년은 바로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해였다. 풀뿌리사회지표발굴 사업의 목적은 누군가를 향해 문제 제기만 하다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주민의 관점에서 스스로 찾아가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2017년에는 풀뿌리 사회지표 발굴 과정에서 도출된 옥천의 주요 사회문제를 다시금 되짚고 그를 해결하며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떠한 지방정부 정책과 지역 발전 전략이 필요한 지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2017년은 2018년 지방선거를 정책 선거ㆍ주민 주도 선거로 치러내기 위한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는 해이다. 이에 풀뿌리사회지표 3년 차 사업을 통해 발굴된 총 6개 부문(지역개발, 정치개혁, 농업, 교육, 복지, 서민경제)의 정책과 대안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 담긴 보고서를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도 함께 벌여나갈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지난 4월 24일에는 이 운동을 함께 벌여나갈 옥천풀뿌리대안정책기획단 ‘주민의 힘’ 출범식도 가졌다.

풀뿌리지표사업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은 정책도 공약도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후보들 중 한 명을 뽑는 행위로 지방선거를 치러내지 말자는 주민들의 바람이 모여 이루어낸 과정인 만큼 지방선거를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주민 주도로, 인물이 아닌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 속에서 치러낼 가장 중요한 밑돌을 놓은 것이라 평가하고 싶다. 옥천의 2018년 지방선거는 ‘주민의 힘’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2017년 4월24일 열린 주민의 힘 출범식 – 출처 : 옥천순환경제공동체

 

글ㅣ사진 옥천순환경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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