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풀뿌리 단체의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하고자 합니다.

무지개 방송국 프로젝트 중 미디어활동 <기린의 날개> 제작일지

<기린의 날개>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와 다문화 기관, 중국동포 분들의 참여로 제작이 된 단편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청년 경찰>이나 <범죄의 도시> 같은 조선족과 조선족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구로구 대림동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이들과 이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차별적 편견이 커지고 있어 조금이나마 이러한 차가운 시선들을 깨뜨려 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대림동을 배경으로 어떤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두 가지 기획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대림동을 배경으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통해 조선족 동포들과 그들의 삶을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대림동 또한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아이들이 뛰어 놀고 꿈을 꾸며 자라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전달하는 기획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획은 대림동을 기반으로 조선족 동포들로 구성된 축구팀을 촬영하여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후자의 기획도 고민을 해봤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상황 때문에 촬영 일정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전자의 기획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기린의 날개>의 제작을 위해 우선은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고 함께 기획을 해나갈 파트너를 찾아야 했습니다. 영등포구청의 다문화지원과, 재한동포총연합회 등의 기관과 시설의 관계자와 대림동 지역의 중국동포들과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현재 상황과 그들의 생각, 혹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연령대 별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는 대상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를 통해 서울온드림교육센터를 소개 받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00 학생과 조00 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두 청소년을 통해 이제 곧 성인이 될 청소년기 조선족 학생들의 현재 고민과 앞으로의 삶의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상자로 남00 어린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00 어린이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으로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 한국에 오게 된 어린이입니다. 남00 어린이를 통해 이제 막 한국에서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게 된 시기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유아기의 아이들과 조선족 부모님들을 대림동에 있는 키즈카페 ‘무지개 놀이터’ 라는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대부분 조선족 부모님들이 먼저 한국에 들어와서 삶의 터전을 이룬 뒤에 성장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처음 한국에 올 때부터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오는 경우들이 많다고 합니다. 대림동에서 키즈 카페와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기린의 날개>는 총 7회차의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편집기간과 후반작업을 거쳐 러닝타임 총 17분으로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관계인 인터뷰 – 출처 : 돈보스코 정보문화센터

<기린의 날개>의 첫 번째 촬영은 2017년 12월 6일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조선족을 비롯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센터로 현대 재단에서 운영중인 다문화 교육센터입니다.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부터 대학 진학을 위한 검정고시 수업, 각종 문화 교육과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주고 상담을 해 주는,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필요한 일들을 함께 해 주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날 촬영은 조선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어 수업과 검정고시 수업을 촬영했습니다. 촬영 대상자였던 조00 학생의 경우 한국어 수업과 검정고시 수업을 모두 들었기 때문에 조00 학생을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기린의 날개> 두 번째 촬영은 2017년 12월 6일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촬영은 조00 학생의 인터뷰 촬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 강의실에서 진행이 되었고, 인터뷰 소요시간은 총 1시간 여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조00 학생은 이제 19살로 한국에 온지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한국에 온 경우로 처음에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조00 학생과 이00 학생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유년시절과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보내고 한국에 온, 곧 성인이 될 조선족 학생들의 생각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과연 민족이나 국가나 혹은 국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것들로 차별을 하고 다른 존재들로 정의내리거나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위험한 생각인가를 인터뷰를 통해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들이 한국에서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살아 온 한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차이의 문제이고 함께 이해해야 하는 문제이지,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틀렸다고 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의 인터뷰가 좀 더 영상에 내밀하게 녹아 의미가 전달될 수 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회차 촬영은 12월 8일 이00 학생의 일상촬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00 학생은 19살로 곧 성인이 되는 것을 앞둔 청소년입니다. 한국에서 영주권도 얼마 전에 취득하였고, 한국어 실력도 훌륭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활발한 친구였습니다. 이00 학생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이었기 때문에 일상 촬영을 학생의 도장에서 진행했고, 그곳에서 다른 차별 없이 아끼고 애정을 주시는 운동 동료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언어도 생각만큼 잘 통하지 않고 내성적이었던 성격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던 이00 에게 운동은 자신감을 다시 키워주었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4회차 촬영은 12월 11일에 대림동에 있는 ‘무지개 놀이터’ 라는 키즈카페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조선족 아이들이었습니다. 젊은 조선족 부모들이 한국에 일자리를 구하며 오게 되면서 이전과는 달리 어린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오게 된 조선족 아이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한국인 교사들이 있는 한국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의 여느 아이들과 달리 즐겁게 놀고 배우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5회차 촬영은 12월 12일 남00린이의 등굣길 촬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아이의 그림들을 촬영하며 어머니와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촬영하며 남00 어린이를 따라가는 저의 모습이 조금 수상하게(?) 보였는지 같은 반 친구 어머니께서 남00 어린이를 따로 데리고 가시려고 하셨던 해프닝도 잠시 있었습니다. 남00 어린이는 유치원 시절에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 했지만, 이내 곧 언어도 익히고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면서 지금은 한국에서 사는 것에 만족스러워 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단지 앞으로 혹시라도 생길 차별이나 편견에 마음 다치거나 엇나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인터뷰하셨습니다.

6회차 촬영은 12월 13일 조00 학생의 일상촬영으로 진행했습니다. 온드림 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조선족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철훈 학생의 귀갓길을 촬영 했습니다. 귀가하는 내내 친구와 중국어로 SNS를 하고, 중국어로 된 영상 콘텐츠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문화와 교육을 받고 자란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한국에 왔지만 여전히 중국에서의 생활이나 문화가 더 익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게 훨씬 더 편하고 익숙한 듯 했습니다. 조00 학생은 중국에서 보낸 시간도 본인이고, 중국에는 여전히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한국인이다 혹은 중국인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 아니면 저것, 우리 아니면 타인들이라는 이분법적 규정이 강한 것 같은데 다른 차원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회차 촬영은 영주권을 취득하러 간 이00 학생의 일상을 촬영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남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게 된 이00 학생을 팔로우 하는 촬영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있는 관계로 내부 촬영은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영주권을 취득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이00 학생은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외국에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조00 학생과 달리 이00 학생은 아직 한국에 정착해 살아갈지, 중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생활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서 조선족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족은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노마드(nomad)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경계는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방향성을 생각해 봤을 때 조선족 동포들의 삶을 다시 한번 반추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린의 날개>를 제작하면서 청소년기의 조선족 친구들을 만나보며 그동안 저에게도 있었던 편견을 조금은 더 지워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편견과 차별이 아닌 삶의 방식과 방향에 대한 다름에 대한 이해로 대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제작일지를 마칩니다.

글 정수은 (프로젝트 감독)ㅣ사진 돈보스코 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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