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세상,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다.

2017년 9월 부산 사하구에서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중생 4명이 여중생 1명에게 끔찍한 상해를 입혔는데요. 폭력으로만 끝나지 않고 피해 여학생의 사진을 자랑하듯 SNS 메신저로 공유하여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일이 있은 후로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해 고심해왔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 대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학교 폭력 대부분이 언어 폭력에서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끔찍한 폭행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처음에는 작은 언어 폭력에서부터 시작되죠. 친구에 대한 허위 정보를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등 괴롭히는 작은 말에서 시작되어 폭력적인 언어로 커집니다. 그리고 말로 하는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언어 폭력 대부분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집니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얼굴을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인간적인 행동이 좀더 쉽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공간에서 작은 언어 폭력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번질 수 있어 디지털 시민교육이 중요합니다”

2017년 하반기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피해학생이 0.8%로 약 2만 8000명에 이릅니다. 교육부의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많고, 사이버폭력이 11.8%나 되어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빵 셔틀’ 등 일회성 물리적 폭력이 주를 이루었지만, 스마트폰 보급으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사이버공간’으로 확대되어 카따(카카오톡 왕따), 페따(페이스북 왕따), 떼카(떼 지어 보낸 카톡)등 신종 용어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해 학생의 87.4%는 같은 학교 학생이었고, 피해 장소의 72,7%가 학교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어 학교 안에서의 문제해결 노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수위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사이버 범죄’와 결합되어 점점 더 흉폭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는데다 집단 폭력과 따돌림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교 현장에서의 ‘디지털 시민교육’ 진행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부산지역 교사들의 모습

그동안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가해학생 처벌 중심이고 그나마도 소년법 때문에 제대로된 처벌이 어려워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요. 사전예방이 최선의 방법임에도 사후처리와 처벌에만 의존하고 있어 존중, 소통 등의 인성교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요즘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지금까지는 아날로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겠죠. 세상이 좀더 각팍해지고, 좀더 비인간적인 세상이 될까 걱정됩니다.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디지털 시민교육’을 위한 담당교사 및 전문코치를 양성하는 사업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디지털 시민교육’을 하는 사업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요.

먼저 올 4월부터 8주간에 걸쳐 160명의 담당교사를 양성했습니다. 교육은 부산시 서면에 위치한 놀이마루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놀이마루는 폐교를 청소년복합문화센터로 개조한 공간입니다.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디지털 교육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공간으로 올초 문을 열었는데 수십명이 동시에 접속하여 클라우드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터넷 시설을 갖추고 있고, 대형스크린과 노트북, 패드들이 구비되어 있지요. 수십대의 노트북과 패드를 동시에 충전한 다음 교육 시에는 무선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깨끗한 디지털 환경에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성된 160명의 교사는 연수에서 배운 것들을 교육 현장에 접목시키고 발전시켜나가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30개 학교를 선정하여 ‘디지털 시민교육’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담당교사는 전문코치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이번 사업은 학교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교사들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얻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사연수교육에 참여하신 교사분들의 소감을 전해봅니다.

(부산 다송중학교 영어교사 구승헌) 현재 태블릿PC를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더 발전된 수업을 위해 나름 노력주엥 있습니다!! 오늘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를 매우 신선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내용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보다도 더 많은 연구를 하신 것 같아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산과학고등학교 교사 강인미) 멋진 강의 들을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을 매일 사용은 하지만 몇가지 프로그램밖에 몰랐는데, 여러 가지 소개해주신 프로그램들 접하며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교육 진행하시는 취지도 넘 공감이 가구요~ 정말 선생님 같은 분들의 노력이 모아져서… 우리 공교육에 좋은 방향으로 동조화현상이 일어나길 기대해봅니다^^

(오륙도중학교 국어교사 손시내) 저에겐 다소 충격적인 연수였습니다. 자유학기 업무를 맡고 있는데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무언가의 시작이 되길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전문코치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신라대학교 사범대학교 학생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교육이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요. 그래서 다른 보완책을 강구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디지털 도구들에 익숙치 않을 수 있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부산의 사범대생을 선발하여 전문코치로 양성하고 학교 현장에서 담당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게다가 사범대생들은 나중에 교사가 될 분들이라 이러한 경험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역의 미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 신라대학교 사범대학 학생 중 35명을 선발하여 7월에 24시간의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였고, 최종 13명의 전문코치를 선발하여 총 32시간의 온라인 보수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신라대학교 역사교육과 김보람 코치) 컴퓨터 전공이 아니라 역사 전공이어서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호기심에 신청했는데, 와서 배워보니 선생님들에게 반드시 필요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코치와 학교 선생님들이 2학기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시민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30개 학교, 69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요. 학생들은 16주 동안 전문코치와 담당교사들로부터 ‘디지털 시민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시민교육 수업 현장

‘디지털 시민교육’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타인에 대해 공감 체험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다음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다소 따분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디지털 도구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임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그림 그리기, 클라우드를 이용한 공동문서작업, 인포영상 제작, 애니메이션 제작,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카드뉴스 제작,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디지털 작곡 도구를 이용한 음원 제작 등의 디지털 도구들이 활용됩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는 ‘2018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와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협회는 ‘지혜로운 디지털 활용을 통한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 아래 2016년부터 활동해온 비영리 사단법인인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인재이자, 자칫 비인간화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홍익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기술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디지털 활용능력과 함께 디지털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힘쓰고 있는 곳입니다. 디지털을 교육 도구로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현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 중심으로 교육을 혁신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민교육’은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디지털을 이용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민교육’으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에서 교사 연수 및 디지털 시민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공문을 띄우자마자 바로 마감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리에 교육이 진행되었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산시교육청도 ‘디지털 시민교육’의 효과에 대해 기대가 큰데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내년 디지털 시민교육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학교 교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내년도에 교육청 자체 예산을 들여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학생들의 수업 모습과 내용에 대해 다시 포스팅하면서 소식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ㅣ사진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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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디지털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민교육을 진행합니다.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사업’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https://www.cdledu.org/)와의 협력사업으로, 부산 지역 학교 교사 대상의 연수교육과 교대 졸업생 대상의 전문 코치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약 30개 중학교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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