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구교육팀(2018년기준) 박수진 간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재단 내 소모임 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각자 업무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팀이 다르고 업무가 바쁘다 보니 평소에 다른 팀/국의 간사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재단에서는 간사들의 사교 및 취미활동, 학습역량증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직장 내 자율적인 소모임 활동을 도모하는 <비영리 안의 비영리(이하 ‘비/안/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 중에서 제가 참여했던 독서동아리 ‘부크부크(BOOKBOOK)’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부크부크’는 8명의 간사가 책을 매개로 ‘한 달에 두 번’ 점심시간 전후 30분을 이용해 짧고 굵게 모이고 있습니다. 책을 선정하여 읽은 후 각자에게 인상 깊었던 구절과 소감 등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며, 하나의 책을 여덟 번 읽게 되는 풍성한 시간을 갖습니다.

올해는 인문사회 분야부터 소설, 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습니다. 어려운 책을 읽다가 지치면 때로는 쉽게 읽히는 책으며 쉬어가거나 ‘읽지 않을 권리’(다니엘 페나크 독자의 10가지 권리 중 첫 번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일명 ‘책 읽기 밀당’을 하며 9권의 책과 함께 했습니다.

부크부크와 함께 한 책들 9권-사피엔스,백래시,아픔이길이되려면,이상한정상가족,체공녀강주룡,자유론, 네이웃의식탁, 마녀체력,쇼쿄의미소

부크부크와 함께 한 책들

올 한 해 읽은 책 중에서 어떤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부크부크’ 멤버들에게 물었습니다. 멤버들이 발견한 반짝이는 구절과 함께 읽었던 책들 일부를 소개합니다.

<김승섭 저, 『아픔이 길이 되려면』, 동아시아, 2017>

사회에 일어나는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의 문제가 어떻게 사회적 상처가 되는지 사회역학 연구 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지 추적한다. 이제는 사회적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사회와 공동체가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줬던 책이다. 

22p.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거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216p.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249p.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292p.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구병모 저, 『네 이웃의 식탁』, 민음사, 2018>

공동주택에 입주하게 된 네 가족이 ‘공동체의 삶’을 위해 ‘개개인의 삶’의 박탈과 침범을 요구받으며 삶이 균열되는 모습을 무섭도록 생생하게 묘사한 현실감이 넘치는 소설이다.

174p. 맞춤과 양보라는 그럴듯하고 유연한 사회적 합의를 지시하는 언어들이 은오의 입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리라고 요진은 미처 예상 못 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공동주택의 취지이자 본지 그 자체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요진은 그 올바르고 합리적인 본질 위로 판독 불가능한 염증이 낭종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유발 하라리 저/조현욱 역, 『사피엔스』, 김영사, 2015>

호모 사피엔스의 시작과 발전, 미래의 위기를 폭넓은 관점과 큰 흐름을 관통하여 풀어주는 인류 역사책으로 ‘기술 발달로 인해 편리하고 나아진 지금 우리의 삶이 수렵 채집 시절의 인류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하는 책이다.

53p.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

133p.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치명적인 계산오류를 범했을까?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는 이유와 동일한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211p.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훌륭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이영미 저, 『마녀체력』, 남해의 봄날, 2018>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시작했던 수영을 시작으로 철인 3종 경기 완주에 도전하며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온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이다.

130p. 내가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는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움직이고 싶기 때문이다. 골골 100세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을 쌓는 이유가 단지 그것 뿐 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재미가 없을 테니까. 사실 내 진짜 속셈은 따로 있다. 언제라도 손짓하며 지나가는 기회란 놈의 ‘앞머리’를 확 잡아챌 수 있도록 몸 상태를 준비해 놓고 싶다.

<김희경 저, 『이상한 정상가족』, 동아시아, 2017>

‘정상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는 아동폭력을 고발하는 책으로, 급속도로 진행된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며 가족주의가 강화되고 그 속에서 박탈된 개인 권리들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개인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느슨하게 연대하며 서로 지지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할 이유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5p.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232p.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박서련 저, 『체공녀강주룡』, 한겨레출판, 2018>

“싸우고 고뇌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살아 있는 인물” (244)‘강주룡’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정성 있는 삶의 발자취에 모든 멤버들이 감동했던 책이다.

153p.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귀중한 것이다. (중략) 앞으로 너는 네가 바라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181p.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210p. 주룡은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더 배웠다고 잘난 것이 아니고 덜 배웠다고 못난 것이 아니다. 저 자신부터가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주룡은 원했다.

 

여기까지, 지면의 한계로 그동안 읽은 책 중 일부만 소개해드렸습니다. 🙂 

‘부크부크’ 멤버들은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책 읽는 것 이상으로 가슴에 남는 경험을 했습니다. 모임을 하는 동안 내 생각을 편히 얘기해도 좋은 ‘안전한’ 분위기였고, 이 덕분에 다양한 생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읽기 아까운 책들을 동료들과 함께 읽고 서로 연결됨을 느끼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부크부크 송년모임

부크부크 송년모임

여러분들은 지난 한 해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위와 같은 책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중 한 분을 추첨해서 이번에 아름다운재단에 인세기부를 해주신 <박총 저, 『읽기의 말들 : 이 땅 위의 모든 읽기에 관하여』, 유유, 2017>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Happy New Year~!! 😀

‘따로 또 같이’라는 말대로 ‘홑몸 읽기’를 하다가도 한자리에 모여 삶과 책을 나눌 ‘배움의 코뮌’은 필수적이다. 쇠가 쇠를 벼리듯 서로 빛나게 해 줄 책벗의 유무는 독서의 질은 물론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읽기의 말들』 233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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