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연주를 듣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석전아동지역센터 ‘풀뿌리 밴드’의 공연이 끝나자 송은아 씨(송진호 학생 어머니)는 감격한 얼굴로 아이들의 무대를 본 감회를 전했다. 아이들이 오카리나로 두 번째 곡 ‘인연’을 연주할 때부터 눈물이 났단다. 곡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들과 선생님이 해온 숱한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오카리나로 ‘인연’을 연주하는데 박자도 틀리고 어설프지만 뭉클했어요. 저 같은 어른도 악기 연주는 힘든데 공연을 끝까지 해낸 아이들이 참 멋지네요.”

석전지역아동센터의 풀뿌리 밴드는 이날 무대에서 바이올린, 오카리나, 색소폰, 드럼으로 그동안 연습한 세 곡을 선보였다. 이승민 씨(성주연 학생 어머니) 역시 “지역에 바이올린 전문 강사가 없어 피아노 학원에 가서 잠깐씩 배우며 아이들 스스로 연습했다.”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준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을 표현했다.

‘풀뿌리 밴드’의 오카리나 연주

풀뿌리 밴드의 오카리나 연주

공연 하루 전, 경남 창원에서 온 ‘풀뿌리 밴드’

온나, 출발할기다.”

아하 콘서트(아름다운 하모니 콘서트)가 열린 17일 아침 9시, 서울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무 명의 청소년과 열 명의 어른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이들은 ‘아하 콘서트’를 위해 하루 전날 경남 창원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왔다. 석전지역아동센터 사상 첫 1박 2일 여행이었다. 8살부터 19살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 밴드에는 서울 나들이가 처음인 아이들도 많았다. 박진선 시설장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자 공연 전날 롯데월드에 가는 일정을 짰다.

저도 롯데월드는 처음 가봤어요. 너무 좋죠. 제가 설레서 잠을 못 잤어요. 60대인 내가 소풍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밥도 손수 말고, 돈가스도 튀겼어요. 공연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이들 얼굴에 꽃이 피었다는 게 기뻐요.”

석전지역아동센터 박진선 센터장

석전지역아동센터 박진선 센터장

2012년 처음 결성됐던 풀뿌리 밴드는 석전 내에서 꽤 유명한 밴드였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행사나 주민 잔치가 열릴 때면 으레 풀뿌리 밴드가 초대될 정도였다. 하지만 3년 전, 재개발로 아이들이 동네를 떠나며 해산의 아픔을 겪었었다. 밴드 이름은 ‘다시 한번 풀뿌리 밴드 사랑에 빠지다’의 줄임말이다. 다시 한번 왕성한 활동을 했던 이전의 ‘풀뿌리 밴드’를 되살리자는 의미에서였다. 박진선 시설장은 공연장을 향하는 버스에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하던 날들이 생각나요. 이 ‘아티스트웨이 지원사업(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이 없었다면 풀뿌리 밴드는 다시 태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녀는 “보여주기식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도록 찬찬히 기다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숨겨진 재능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5년은 아이들보다 앞서 나가지 않고 씨 뿌린다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도 앞둔 공연을 걱정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오전 11시, 버스가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떨어진 낙엽을 귀에 꽂고 까르르 웃으며 뛰어놀았다. “암만해도 오늘 한 명 넘어지겠다.”라며 걱정했지만 동행한 학부모들의 얼굴은 누구보다 밝았다. 특별할 것 없는 공원에서 해맑게 뛰어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의 마음이 풍족했다. 이승민 씨(성주연 어머니)는 “작은 애가 엄마 없이는 잠을 못 자는데 여기 오면 친구들이랑 따로 잔다.”라며 “밴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친해지고, 사회성도 기르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낙엽을 던지며 노는 아이들

가을이 한창인 올림픽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

이 밴드가 애들한테는 작은 사회인 거죠. 힘들 때 서로 손도 한 번 잡아줘야 하고, 지칠 때 밀어줘야 한다는 걸 여기서 배우잖아요. 이런 경험은 부모라도 해줄 수가 없죠. 아이들이 무리에서만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녀의 말대로 아이들은 누구 하나 소외시키는 일 없이 함께 웃으며 놀았다. 공연 한 시간 전, K아트홀에 기타나 우쿨렐레를 든 공연팀들이 속속들이 모였다. 풀뿌리 밴드도 본격적인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동행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공연 분장을 도왔다.

분장실 너머 무대를 빠꼼히 내다다 보는 아이들

분장실 너머 무대를 빠꼼히 내다다 보는 아이들

“이게 나라고?” 대기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거울 속 화장한 자기 모습이 생소해 쑥스러워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악기를 꺼내 각자 점검에 들어갔다. 아하 콘서트를 여는 첫 순서를 맡았기 때문이다. “풀뿌리 밴드 올라오세요.” 무대 쪽에서 찾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여 손을 모은다.

석전, 석전 화이팅!”

파이팅을 외치는 아이들

석전! 석전! 파이팅!

우렁찬 구호가 끝나자 아이들이 무대로 달려갔다. 반년 넘게 연습한 ‘넬라판타지아, 인연, 어머나’를 선보이자 관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에서 내려온 풀뿌리 밴드의 멤버 최다희 양(10)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짜 가슴 떨렸어요. 긴장되는데도 재밌어요. 조금 틀린 게 아쉬워요. 다음에는 더 잘하고 싶어요.”라며 다음 무대를 기약했다. 오랫동안 풀뿌리 밴드를 지켜본 신한길 생활복지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대를 즐긴 거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

풀뿌리 밴드의 바이올린 연주

공연을 가장 먼저 끝낸 풀뿌리 밴드는 관객석에서 다른 공연팀의 연주를 감상하고, 다시 경남 창원으로 돌아갔다. 내년 공연을 기약하며 박진선 시설장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이들은 시작할 수 있도록 조금만 밀어주면 얼마든지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유하든 가난하든 평등하게 그런 경험의 장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장이 바로 오늘 이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이 장을 열 수 있도록 밀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글 우민정 ㅣ 사진 임다윤

 

안녕하세요, 석전지역아동센터입니다.
보내주신 원고와 사진 잘 받았습니다! 센터장님께서 원고를 읽으시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지나오신 날들이 생각도 나시고, 첫 서울나들이와 아하콘서트, 그리고 이때까지 열심히 연습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글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하시며 글만 읽는데도 감동이 느껴지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 생활복지사들도 아하콘서트 무대에 오른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생각나 너무나 좋았습니다! 작가님이 아이들을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게 담아주셔서 센터장님과 복지사들은 물론 아이들도 보고 나서 정말 10000% 좋아했습니다! 사진만으로도 그날 하루가 다시 떠오르더라구요^^ 덕분에 저희 센터에 하나의 추억을 사진으로 전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님들이 적극적으로 취재해주시고, 사진을 찍어주셔서 이렇게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기적성활동지원사업에 선정해주시고, 이렇게 취재까지 해주신 아름다운재단과 전지협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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