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어김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4팀이 선정되어 계획한 대로 혹은 좌충우돌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쉼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정진임 님은 휴가기간을 이용해 10일간의 독일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못해먹겠네(?)’ 라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만 열심히 하자,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쉬자, 안 그러면 온갖 정내미가 다 떨어져버리고 만다. 제때 잘 쉬어야 지속가능하게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 결행한 여행이었다고 하는데…어땠을까요?

 
“저는 시민단체에서 일해요” 라는 얘기에 사람들(특히 친척 어른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그래. 그럼 언제까지 할 거니?” 사회적 위치도, 나와의 관계도 모두 제각각인 그들은 신기하게도 비슷하게 대답을 한다. 

언제까지라니? 언제까지라니!

많은 사람들이 활동가라는 직업을 젊은 시절 잠깐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해도 ‘그래도 밖에 나오면 지옥’ 이라며 그만두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는 그 일을 언제그만두냐고 물으니 말이다. 왜 많은 이들은 ‘활동가’를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심지어는 왜 활동가 스스로도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잘 여기지 않는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하는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실현하며 사는 사람을 철없다 바라보고, 활동가들은 거리에서 노동권의 보장을 외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노동권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 그러면서 활동가들이 힘들다고, 쉬고 싶다고 말하면, ‘너는 너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라며 입을 막아버리고, ‘사명감과 헌신이 부족하다’며 질책을 한다. 갈 곳 없는 활동가들의 직업은 누가 존중해주고, 또 누가 위로해 줄까? 

나는 지난여름에 독일로 9박 10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사람들 특히, 가족과 친구들은 내게 “쥐꼬리같은 월급을 받고 사는 니가 무슨 돈이 있어서 해외여행을 가냐?” 고 물었다. 호기롭게 대답했다. 
“활동가질 열심히 했다고 좀 놀다 오라는데?” 부러움이 섞인 눈빛, 다시 묻는다. 
“그거 다녀올 휴가가 있어?”
“응. 우리 단체 휴가 많은데? 그리고, 좀 쉬면서 해야 더 지속가능한 활동가질을 할 수 있지 않겠어?” 
이 대답이 끝나자 사람들이 말한다. 
“활동가 할만한 직업이구나”

돈과 시간 걱정없는 자유로운 여행 하나로 나는 활동가라는 나의 직업을 ‘인정’ 받게 되었다. 

쉼과 재충전

나에게 건네는 내 직업에 대한 예의, 활동의 이유

 최근 활동가들의 노동권과 재충전 등의 이야기가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하다. <시민운동플랜비>나 <공익단체 바로세우기> 등에서 이 주제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너무 관성화되고, 관료화되고, 기운이 빠져버린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위기감이 논의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관성화되지 않고, 힘차게 운동하려면 새로운 것을 계속 접하고, 힘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된다. 그런데 많은 단체들과 활동가들은 그 답을 알면서도 실행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새로운 게 두렵기 때문일까? 쉬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쉬는 줄 몰라서일까?

우리 단체와 나는 활동가들은 잘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나는 그 생각에 딱 맞는 프로그램인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독일에 다녀왔다. 다녀오니 참 좋다. 열흘동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푹 쉬어서 좋고,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것들을 보니, 새로운 생각들이 퐁퐁 솟아서 좋다. 

많은 활동가들이여. 그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의 직업에 수고했다고 인사해주시라. 이쯤되면 선물도 한번 주시라. 쉼과 재충전은 나에게 건네는 내 직업에 대한 예의이고, 활동의 이유이다. 

리빙라이브러리 은평, Book Packers

 

여행 후 이야기. 

이번 여행을 통해 여유와 휴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활동가들을 보면 대부분이 언제나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물리적인 지원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과다한 업무량 때문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 재충전을 하라고 하고, 비현실적인 임금을 받고 있는데 자기계발을 위해 교육 들으라고 하죠. 현실과 이상의 괴리입니다. 그러다보면 활동가들은 결국 현실적은 선택을 하고 맙니다. 상근직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자기를 불태워가며 일을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시민단체들 중에 활동가들의 쉼에 대해서 다양한 고민들과 실험들을 활발하게 해왔습니다. 금요일 격주 출근제, 겨울 휴가제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제가 아무런 무리 없이 아름다운재단 활동가 재충전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의무적으로라도 활동가들이 업무에 메이지 않고 자기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단체의 동료, 임원들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죠. 그렇게 논의가 쌓여 정보공개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주4일 출근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고, 활동가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휴식도 해보니 그 맛과 효과를 알겠네요. 이 좋은 휴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듭니다. 

여행을 하고 난 후에는 더욱 많이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더랬습니다. “활동가 하니까 엄청 좋아~ 여행도 보내줘!! 독일은 또 얼마나 좋구~ 꼭 베를린에 다시 가서 한달을 살아보고 싶어” 라고 말이죠. 2014년 하반기에 그런 자랑(?)을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서울 은평구 청소년문화의집 <신나는애프터센터>에서 여행사람책을 기획해 진행했는데, 거기에 제가 참여한 것입니다. 2014년 11월 8일에 진행된 <리빙라이브러리 은평, Book Packers>를 통해 저를 비롯한 다섯명의 마을 사람들이 여행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글 / 사진 :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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