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농부시장들 만나다

농부시장들 만나다

농부시장들 만나다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클릭 몇 번이면 무엇이든 집까지 배송되는 시대에, 굳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시장을 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날 일이 없었던 소비자와 생산자가 시장 안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갑니다. 이렇게 만난 관계는 단순히 먹거리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씨앗을 심으며 누군가의 부엌을 떠올리고, 밥을 지어 먹으며 쌀을 키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열매를 거두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냉장고 안의 채소를 보며 채소를 기른 손을 생각합니다. 과일을 기른 이와 먹는 이가 시장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 나무로 인해 가능했을 작은 생태계를 떠올립니다.

공통의 기억이 공동의 삶으로 이어지며 출처 없이 떠돌던 먹거리와 불안했던 삶이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우리가 무얼 먹고 있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때, 단절되었던 삶과 농이 다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더 나아가 삶의 양식과 먹거리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어 가는 것이 지금 시대 ‘농부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쉐@은 농(農)과 멀어진 도시 소비자들이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인지 생산자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농부시장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지역마다 새로운 농부시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모두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우리는 농부시장을 흔드는 공통의 상황—한국에서 농부시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낮은 인식, 대규모 생산과 유통의 입장에 맞추어진 제도, 예산과 인력 등의 자원 부족 등—은 개별 농부시장의 몫이 아니고, 그렇게 풀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전국에서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농부시장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마르쉐@은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을 통해 “농부시장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지역의 농부시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농부시장은 누가 만들어야 할까?” “지금 시대에서 농부시장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로 이어지는 질문을 가지고 다른 지역의 농부시장들을 만났습니다.

마르쉐@가 만난 시장들과 마르쉐@의 이야기입니다.

밥상이 건강해지는 장터 ‘화들장’ 

매주 화요일 들에서 난 것들을 파는 특별한 장터 '화들장'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매주 화요일 들에서 난 것들을 파는 특별한 장터 ‘화들장’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화들장은 ‘매주 화요일에 들에서 난 것들을 파는 특별한 장터’라는 의미로 ‘건강한농부 사회적협동조합’이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하절기 오후3시~8시)까지 금천구청 앞 ‘우리동네 커뮤니티센터’ 앞마당에서 개최하는 열린 장터입니다.

운영 주체인 건강한농부는 도시농업을 통하여 유기순환하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민들에게 알리고, 농민들과 만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농사를 경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에 시기별로 생산되는 제철농산물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농사, 곧 먹거리를 도시인의 삶 속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시키는 직거래 장터를 매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 장터에서는 100명 정도가 방문하는 ‘화들장 식당’ 또한 운영됩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들은 장터 출점자들의 농산물입니다. 농부가 당일 준비한 농산물이 전부 소비되지 않고 재고로 남는 경우에 건강한농부가 구입하여 한 끼에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 식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들장은 안정적인 공간이 있고 운영하고자 하는 마을 활동가와 끈끈한 지역네트워크가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2017년 4월 부터 매주 시장을 열어 왔습니다. 도시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채소들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지 서로 의논하고 배우는 마을 장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  

우리 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우리 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당장’은 당진 농업기술센터 내에서 <우리 동네 농부 만나는 날>이라는 컨셉으로 농업기술센터와 시장 기획자, 지역 농부들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당진에도 농부가 주인공이 되는 지역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018년 3월부터 당진 농업기술센터가 시장 기획자에게 ‘당진시 파머스 마켓’ 교육 과정을 의뢰하면서 시작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형 장터들이 민간 주도의 형태였던 점에 비해서 당장은 행정이 주최하는 지역 장터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시작하여 총 3번의 시장을 연 ‘당장’은 농부가 직접 기획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20여회가 넘게 구성된 긴 과정에 생산자들이 빠짐없이 만나 함께 공부하며 준비했다고 해요. 다같이 다른 시장들도 견학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파악하며 당진이 원하는 시장을 실현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시장 홍보 전단도 농부들이 직접 지역에 배포하고 당일에도 손수 집기를 설치하는 등 농부들이 직접 만나는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묻고 꽃이 답하는 ‘꽃장’ 

꽃장은 ‘꽃과 장터’의 줄임말로 꽃과 관련된 모든 삶과 의미를 지지하는 장터입니다.

사람이 묻고 꽃이 답하는 ‘꽃장’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꽃장은 ‘꽃과 장터’의 줄임말로 꽃과 관련된 모든 삶과 의미를 지지하는 장터입니다. 주민들이 취미로 키운 꽃들이 집 앞 골목 길로 나와 자연스럽게 꽃길이 된, 전주시 노송동 문화1길이라는 오래된 마을에서 열립니다. 시장이 생겨나는 일반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먼 장소에서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2016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기획자 한 명이 이 동네로 이사를 한 뒤에 우연히 동네 어르신과 얘기를 하다가 ‘나는 매일이 똑같은 삶을 살다 가게 되겠지만, 청년들과 새로운 일을 한다면 내일이 설레고 재밌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이 없도록, 좋아하시는 꽃을 가꾸며 소일거리를 찾게 해드리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꽃길을 가꾸는 마을의 특징을 살려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였고, 꽃을 주제로 어르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경험치가 높은 어르신들께 생활의 기술을 전수 받는 마을 잔치라는 컨셉으로 어르신들이 직접 작업한 그림, 도예, 직조 작품 등으로 골목을 채우며 시장을 열어 왔습니다. 현재 흙이 없는 도시 마을에 흙을 채우고 채소를 키우며, 꽃과 도시의 텃밭을 매개로 마을과 도시의 생태적 삶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나기 어려웠던 농부시장들이 만나니 우선 반갑고 든든했습니다. 각기 다른 맥락과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농부시장들이 서로 응원을 넘어서 이제는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각자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공통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동료가 되어야 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농부시장들이 함께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농부시장 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

2018년 11월 23일, 혜화역 부근 공공그라운드에서 ‘농부시장 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가 열렸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무엇이든 집까지 배송이 되는 시대에 “농부시장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전국의 농부시장 기획자, 생산자, 유관 기관 담당자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든든한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안고 있었던 농부시장 공통의 고민과 과제를 함께 나누었던 그날의 이야기입니다.

농부시장 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

농부시장 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Section 1. 농부시장의 오늘

발표1_한국 농부시장의 현황과 과제: 허남혁, 푸드시스템 연구자
발표2_대만 농부시장으로부터 듣는다 : Amos, NCHU organic farmers’ market

농부시장포럼 첫 번째 섹션 발표를 맡아준 푸드시스템 연구자 허남혁 님(좌), NCHU organic farmers’ market 의 Amos님 (우)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농부시장포럼 첫 번째 섹션 발표를 맡아준 푸드시스템 연구자 허남혁 님(좌), NCHU organic farmers’ market 의 Amos님 (우)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지리학자이자 푸드시스템 연구자이신 허남혁선생님께서 포문을 열며, 로컬푸드 운동에서 시작된 ‘ Farmers market’ 농부시장의 개념과 중국, 일본, 한국 농부시장의 현황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부시장이 지역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을지, 지자체마다 만들고 있는 푸드플랜 속에서 농부시장은 어떤 위치를 가질 것인지, 전국적인 농부시장 조직의 필요성 그리고 로컬푸드운동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지 등 농부시장의 다음 걸음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짚어주셨습니다.

NCHU는 2007년 9월에 시작하여 매주 토요일 8시부터 12시까지 열립니다. 대만의 파머스마켓은 크게 유기농 인증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과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두가지 유형의 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모든 경비를 농민 스스로가 조달하고 분담하는 자력갱생형과, 관련 기관에 지원을 받는 방식, 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아모스가 일하는 NCHU 는 바로 첫번째, 농민 자치 조직이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농부시장입니다. 모든 관리와 운영 규칙은 농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매니저는 농민들의 자치적인 결정을 지지하고 실무를 운영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시장 운영 주체인 농민들이 스스로 일정 경비를 거두어 매니저를 고용하는 형태인 것이죠. 대학의 공간을 고정적으로 사용하면 모든 집기를 보관했다가 농민들이 스스로 펼치고 접기 때문에 고정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Section 2. 새로운 농부시장의 목소리

발표1_ 당장, 당진
발표2_ 화들장, 서울
발표2_ 꽃장, 전주
농부시장포럼 두 번째 섹션 '새로운 농부시장의 목소리' . 왼쪽부터 당장(당진), 화들장(서울), 꽃장(전주)

농부시장포럼 두 번째 섹션 ‘새로운 농부시장의 목소리’ . 왼쪽부터 당장(당진), 화들장(서울), 꽃장(전주)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이번 포럼은 올여름부터 ‘아름다운재단-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을 통해 세 지역의 농부시장들을 만나며 기획을 더욱 구체화하였습니다.

지역의 시장을 방문하고 만나며 결국 답을 찾기 보다는 서로 ‘우리가 하는 고민은 비슷하구나. 이렇게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있어 반갑다.’는 마음을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나누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장들이 각 지역에 맞는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나가며 건강하게 지속하길 응원하며 두 번째 섹션이 시작되었습니다.

Section 3. 농부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마지막 섹션은 한국의 농부시장이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4명의 패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의 활동에서 우러나온, 농부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장의 문제와 제안들을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농부시장포럼 세 번째 섹션 : 농부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농부시장포럼 세 번째 섹션 : 농부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네트워킹 파티

정식 포럼은 마무리 되고, 사전 신청자들과 함께 좀 더 가까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르쉐@ 농부팀인 ‘들풀한아름’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 밥을 먹으며 각 지역의 농부시장 기획자, 생산자, 관계자, 기관들이 함께 만나 서로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사업이나 활동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맛있는 시간이 깊어가고,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와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졌답니다.

'농부시장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를 마무리하며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농부시장포럼 2018 – 사람, 시장, 동네’를 마무리하며 (출처 :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우리는 이렇게 시작된 만남을 앞으로도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농부시장들이 지속가능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 시작을 기록하며, 농부시장들이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와 고민들을 갈무리해서 책자 [농부시장아카이브: 사람, 시장, 동네]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농부시장들의 모습을 봐주세요. 그리고, 가까운 농부시장에도 많이 와주세요!
*농부시장 마르쉐의 홈페이지 www.marcheat.net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사진 사단법인농부시장마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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