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는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 아동의 독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지훈(가명 28세) 씨는 ‘주거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2016년 주거안정 지원사업과 인연을 맺고 보다 안정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지훈 씨.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LH 전세주택을 마련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했던 지훈 씨

저는 다른 시설퇴소아동에 비해 주거 걱정을 늦게 한 편이에요. 대학 근처에 시설에서 마련해준 집이 있어서 재학기간 동안 혜택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실은 집이 해결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적어도 4년 동안은 주거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지훈씨는 대학 졸업 때까지 틈틈이 근로 장학생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거비를 모았다. 졸업 후에는 학교 근처에 친구와 함께 집을 얻었다. 조교와 전문상담사로 일하며 저축도 했다. 2년 간 열심히 모으니 목돈이 생겼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하숙집을 구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였다.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대상자가 얻은 쾌적한 주거지 사례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대상자가 얻은 쾌적한 주거지 사례

다른 직장을 구하기 전에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하숙비를 뺀 나머지 돈을 쪼개 연기학원을 다니고 음악 공부도 했어요. 연극 무대에 서 보기도 하고 공연도 하고요. 틈틈이 범죄 심리사로 활동하면서 용돈벌이도 했죠. 모아놓은 주거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어요.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건 두려웠지만 후회는 없어요. 멋진 추억이 생겼으니까요.”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다

지훈씨는 시설퇴소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 결과 2015년 아동자립지원단의 주거비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심리상담사의 길을 계속 걷기로 결심하고 심리학 관련 공무원 시험 준비도 시작했다. 주거비가 해결되고 나니 수입이 많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 요소가 의식주라고 하잖아요. 저는 옷과 음식과 집 중에서 기본은 집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집이 해결되면 옷과 음식은 조금 부족하거나 없어도 살아갈 수 있더라고요. 온전한 독립 후 뼈저리게 느낀 주거의 소중함이죠.”

간절함을 담아 지훈씨는 2016년 아름다운재단 주거안정 지원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비록 공무원 시험은 낙방했지만 주거비 지원을 통해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는 끊임없는 도전 끝에 지방에 있는 한 센터에서 심리상담사로 시작했다. 기숙사가 있는 곳이라 주거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거안정 지원사업 기간 동안 얻은 소중한 성과다.

주거안정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

유익한 정보를 알게 된 주거안정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

주거는 시설 퇴소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요소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특히, 자립역량강화 부동산 관련 교육은 정말 유용했죠. 보호자 없이 혼자 집을 구하다 보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보증금을 떼이기도 하고 계약이 끝나기 전에 쫓겨나기도 하고요.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법조항들을 알게 되니까 집 구할 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독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많이 알려주고 있어요.”

현재 지훈씨는 근무지가 있는 지방과 서울의 LH 전세주택을 오가며 생활한다. 지훈씨가 LH 전세주택 지원을 받게 된 건 2016년 주거안정 지원사업의 자립역량강화 교육을 통해서 였다. 2017년 LH 전세주택의 자격요건이 만23에서 퇴소 후 5년 이내로 변경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자칫 놓칠 뻔 했던 기회를 잡았다. 최장 6년까지 살 수 있는 집이 생긴 것이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음에 큰 위안을 느끼고 있다.

아동자립지원단의 바람개비서포터즈로 퇴소아동들의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시설 퇴소아동에게 주거는 생존 그 자체임을 더 생생하게 느끼고 있어요. 주거안정 지원사업과 뜻을 같이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듯 시설퇴소아동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발판삼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글 l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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