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1호 기금 출연자이신 故 김군자 할머니의 2주기를 맞아 기부자님들과 함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 ‘에움길’을 관람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걸음해주신 기부자님들은 질문 세례와 뭉클한 후기로 김군자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셨는데요.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김군자 할머니를 기리는 기부자님들의 소감까지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
7월 22일, 김군자 할머니의 2주기를 하루 앞두고 영화 ‘에움길’의 나눔상영회가 열렸습니다. 30도가 넘는 더위와 높은 습도에도 100여 명의 기부자님들께서 상영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주셨습니다. 할머니의 뜻을 나누기 위해 자녀의 손을 잡고 오신 기부자님부터 다정한 친구, 연인과 함께 오신 기부자님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상영회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 이명길 작가님께서도 재능기부로 함께해주셨습니다.
굽어 굽어 멀리 둘러 가는 길, 그러나 함께 걷는 따뜻한 ‘에움길’
상영에 앞서 기부자님들과 우리 곁을 먼저 떠나가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故김군자 할머니를 포함한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 땅에서의 힘겨운 삶을 내려놓으시고 부디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영화 ‘에움길’은 이옥선 할머니의 내레이션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삶을 안내하는 영화입니다. 이옥선 할머니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일본군’위안부’의 실체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인 ‘에움길’처럼 굽어굽어 돌아가는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그 길에는 뜻을 함께 했던 할머니들이 있었습니다.
‘에움길’을 연출한 이승현 감독은 다음과 같이 영화 제목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에움길은 할머니들과 닮아있다. 에움길은 굽은 길, 에워서 돌아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지름길의 반대말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과거에 고초를 겪으시고 현재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셨던 것이 많이 돌아온 길이지만 고난과 역경만 있는 힘든 길이 아니라 굽이굽이마다 웃음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함께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굽이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담아서 에움길이라고 짓게 되었다.”
“메롱” 나눔의 집의 유머를 담당하셨던 김군자 할머니
2000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이옥선 할머니는 20여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동생, 친구, 언니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영화는 아이처럼 주무시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많은 할머니와의 추억을 보여주었다가 다시 할머니께서 주무시는 모습의 영상으로 돌아오는데요. 꿈처럼, 그리운 할머니들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옥선 할머니는 김군자 할머니와의 추억을 조곤조곤 들려주셨습니다. 김군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너는 나 죽기 전에 가지 마라. 나 죽은 후에 와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사흘 뒤에 다시 이옥선 할머니의 방에 오셔서는 돈 10만 원을 건네고 얼마 뒤 홀연히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함께 성당을 다니며 행복해하는 두 분의 일상 풍경과 이제 혼자가 된 이옥선 할머니의 외로움이 대비돼 한참 동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영화관에 잔잔한 웃음이 퍼졌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관계자는 성당을 다니는 김군자 할머니가 절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왜 두 군데를 같이 다니시냐”고 묻습니다. 김군자 할머니는 “절은 돌아가고 성당은 바로가지”라는 대답을 하시는데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김군자 할머니는 돌연 ‘메롱’을 하셨습니다. 미소를 짓게 되는 이 장면 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유머와 장난으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셨던 김군자 할머니가 그리웠습니다.
꿈 같던 할머니의 시간, 부디 꿈처럼 행복할 수 있도록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많은 영화 중에서도 ‘에움길’이 특별했던 이유는 엔딩 크레딧에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엔딩크레딧에는 할머니들의 이름이 주루룩 올라왔는데요. 제가 본 영화 중에서 출연자 이름에 ‘故’라는 한자가 이렇게 많이 붙은건 처음 보았습니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할머니 서른 분 중에서 살아계신 분은 네 분 정도 입니다. 고령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옥선 할머니는 늘 씩씩하게 지내시던 김순덕 할머님을 ‘절대 죽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할머니들을 이끌기도 하시고, 할머니들의 시위를 막았던 한국 정부에도 당당하게 발언하셨던 분이 바로 김순덕 할머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곁에 오래도록 든든하게 계실 것 같던 김순덕 할머님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가셨습니다. 떠나신 할머니들의 외침이 세월 속에 묻히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이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관람 후 이어진 이승현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기부자님들의 무수한 질문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질문와 응답을 짤막하게 공유드립니다.
Q. 이옥선 할머님이 주인공인 이유?
A. 뭔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으시다. 90년대 초부터 활동하던 할머니들이 계셨는데 이옥선 할머니는 그 중간 지점에 나눔의 집에 오신 할머니다. 인식도 좋지 않았던 90년대부터 힘든 싸움을 한 할머니들을 지켜본 할머니고, 할머님들의 운동 역사로 보면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역할로도 중심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처음 영화를 상업영화가 아닌 다큐로 정하신 이유는?
A. 귀향을 통해서 할머니 문제를 알게 됐다.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했었고 할머님들에게 매력을 많이 느꼈다. 보관되어 있던 기존의 영상들을 보면서 할머니들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싶고 못 뵜던 분들은 보고 싶고 그렇더라.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똑같이 영상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다큐멘터리를 고집했다. 극 영화나 다른 기타 영상 등은 한차례 가공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가공없이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다.
Q. 할머니들을 위해 한 개인으로 미약하나마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
A. 이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제가 할 수 있는걸 최선을 다하자해서 영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창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들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중요하다. 물론 대략적으로 알고 있고 힘드니까 잠깐 내려놓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잠깐동안에도 할머님들은 수요집회를 쉬지 않고 참석하고 계신다.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서 지겨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더불어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거주하시는 곳이나 다른 단체들도 작은 후원을 할 수 있다. 관련 행사에도 참석해서 어떤 문제로 활동하고 계시는지 관심을 가져보고 추진하는 사업도 같이 참여를 해 볼 수 있고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께서 남겨주신 나눔의 정신,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감독과의 대화가 끝나고 영화의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주신 천미진 기부자님은 “김군자 할머니는 삶의 모든 것, 자기 인생을 전부 나누어주셨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은 거부터 참여해서 계속 꾸준히 잊지 않고 있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특히 “아이들도 꼭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함께 참여했다.”는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해주신 우수정 기부자님께서는 “평소에 이런 작은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김군자 할머님께서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일들이 한으로 남으셨을것 같은데 하늘에서는 부디 평안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다.”는 추모의 말도 전해주셨습니다.
故 김군자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진실을 밝히는 용감한 증언자셨으며 장학생들의 따뜻한 조력자였습니다. 할머니가 남기고 가신 나눔의 정신은 256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으로 꽃피웠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따뜻한 삶을 살다 가신 할머니를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김군자 할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김군자 할머니 추모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