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씨(가명, 92세)가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16년 전이다. 당시 76세였던 그녀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반지하에 사는 그녀가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외출조차 못 한 채 지냈다. 설상가상으로 같이 살던 손녀가 대학에 가며 집을 떠났다. 혼자 남은 그녀가 택한 방법은 창문 밖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일이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이 듣고, 주민센터와 연결해주었다.

반지하 방 창문 너머로 어르신이 앉아계신 모습이 보인다

반지하 방에서 외출도 하지 못하고 홀로 지내셨던 김순덕(가명) 어르신

하지만 그 뒤에도 살길을 찾기가 녹록지 않았다.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딸 역시 거동이 불편해 그녀를 돌볼 형편이 되지 못했다. 부양의무제로 인해 기초생활보장마저 받지 못했던 김순덕 씨에게 “홀로 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 사업”은 마지막 기댈 언덕이었다. 그녀를 지원해온 이원미 사회복지사(행복창조노인복지센터)는 당시 이 생계비 지원이 얼마나 긴급하게 필요했는지 말했다.

“김순덕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장기요양보호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기초수급자가 아니셔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어르신께서 전혀 수입이 없는 상황인데 본인부담금까지 내야 하니 막막한 상황이었죠. 그때 ‘홀로 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이 길을 터준 거예요.”

16년 동안 기댈 언덕이 되어준 생계비 지원

이전에는 본인부담금을 낼 수 없어 요양보호사가 대신 부담해주는 일까지 있었다. 절박했지만, 그녀를 온전히 지원해줄 사회보장제도는 부재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그녀를 16년 동안 지원한 이유다. 그녀는 그동안 생계비 10만 원과 의료비 1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원미 사회복지사는 매월 20만 원의 지원이 그녀에게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성인 이원미 사회복지사가 인터뷰하고 있다

행복창조노인복지센터 이원미 사회복지사

“요즘 굶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요. 김순덕 어르신도 생계비 지원을 받아 기본적인 식비와 꼭 필요한 약값을 쓸 수 있었어요.”

김순덕 씨는 당뇨, 고혈압 환자이다. 생계비 지원 덕분에 필요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몸에 기운이 없고, 입맛이 전혀 없어 처방받은 약을 챙겨 먹는다. 그 약을 먹어야 “정신이 돌아오고 밥 한술 뜰 수 있다”라며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이원미 복지사는 현금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후원 물품은 고정적이지 않아 당사자가 필요한 걸 그때그때 공급하기 어렵다. 약은 특히나 후원으로 들어오기 불가능한 물품이기도 하다.

어르신이 아픈 다리에 손을 얹고 앉아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되어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16년 동안 김순덕 씨에게 변화가 있었다.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막막했던 예전과 달리 노인복지센터와 주민센터, 교회, 아름다운재단 등 그녀가 힘들 때 손잡아줄 지지자들이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 이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것이다. 이제 생계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고,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를 본인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다. 요양보호 시간도 주 2~3회에서 주 5회로 늘어나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이제야 겨우 공공부조가 김순덕 씨에게 최소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이런 변화와 함께 생계비 지원도 올해 말 맺음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원미 복지사는 지난 16년간 생계비 지원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밥을 먹지 않고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잖아요. 힘을 얻는 것도 음식을 통해 얻는다는 의미에서 이 사업은 ‘일용할 양식’ 같은 고마운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기관이 해드릴 수 없던 경제적 지원을 드릴 수 있어 어르신에게는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었어요.”

“홀로 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 사업”은 기초연금조차 없던 2003년에 시작되어 지난 16년 간 김순덕 씨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들에게 복지 정책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현물 중심의 후원이 많던 시절, 현금 지원이 당사자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알리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정부와 지역사회가 이를 인식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 사업”은 이 사회의 노인들이 존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복지의 길이 무엇인지 시사해주는 소중한 길잡이였다.

글 우민정 ㅣ 사진 김권일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 [안전영역기금]으로 지원됩니다.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
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입니다. 본 사업은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협력사업으로 진행하며, 주거비, 의료비 등 어르신들이 각자의 용도에 맞게 계획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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