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끝으로 종료되는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사업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은 희망찬 출발의 계절이지만, 누구나 그 출발이 설레는 것은 아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서는 20만~30만원 대의 교복 값도 만만치 않다. 부모의 어깨가 무거운 만큼 그 마음을 헤아리는 청소년들의 마음도 무겁다. 이렇게 걱정 근심으로 시작하는 학교 생활이 즐거울 리 없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2008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교복을 지원해왔다. 때로 기금 소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사업을 개발해 시행했다. 지난 2014년부터는 매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결국 이러한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모두 4,401명의 청소년에게 교복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렇게 뜻 깊은 사업이 2019년으로 모두 끝이 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참 괜찮은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교복 지원이 확대되어 사업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단체와 기관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이런 지원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진짜 현실이 된 셈이다.

여벌의 교복까지 두루 챙기는 세심한 마음 

협력단체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박우정 팀장, 원민지 간사(좌측부터)

협력단체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박우정 팀장, 원민지 간사(좌측부터)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박우정 팀장과 원민지 간사는 2018년부터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교복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세부 사업계획을 세운 뒤, 서류를 접수 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각 지역아동센터에 지원금을 보내고 회계를 관리하며, 센터별 보고서를 취합해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까지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데가 없다.

특히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사업은 매년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참 많은 사업이다. 400명을 선정하는데 700명이 훌쩍 넘는 청소년들이 지원 서류를 보낸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이 사업은 “서류와의 싸움이자 엑셀과의 싸움”이다. 혹시 실수로 정보가 누락될까 봐, 자칫해서 꼭 교복을 지원받아야 하는 청소년이 한 명이라도 탈락될까 봐, 원민지 간사는 조심스럽게 이 싸움에 임한다.

높은 인기의 비결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타 기관보다 높은 지원금. 보통 딱 교복 1벌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하는데, 아름다운재단은 45만원을 지원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여벌의 옷을 더 살 수 있다. 조금은 욕심을 내어 조금 더 유명한 브랜드의 교복을 살 자유도 있다. 돈 걱정 없이 맘에 쏙 드는 교복을 고르는 일.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한 행복이다.

박우정 팀장은 “교복 입어보신 분들은 다들 알죠? 블라우스도 치마도 최소한 2벌은 필요하잖아요. 그래야 빨아서 번갈아 입죠. 그것만이 아니에요. 요즘에는 생활복도 따로 구매해야 하고요. 또 스타킹 값도 진짜 많이 들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관과 달리 아름다운재단은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지원금을 여유 있게 책정해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비결은 실제 사각지대를 살피는 선정 방식.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계층’ 중심으로 지원하기보다 ‘중위소득 70%’ 기준 안에서 되도록 다양한 조건을 두루 살핀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어렵지만 지자체를 통해 교복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경제적 소득은 그리 낮지 않지만 가족 관계, 주거환경 등에 따라 교복 지원이 절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사례를 살펴서 지원 대상을 선정하려면 담당자가 챙겨야 할 서류는 아무래도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다. 경제적 소득만을 기준으로 할 때는 현장의 불만이 참 많았다. “교복 지원이 더 필요한 사람을 왜 떨어뜨렸냐”는 항의 전화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문제제기가 쑥 들어갔다. 진짜 필요한 사람이 선발됐다는 증거이다.

학교 생활을 걱정 근심으로 시작할 뻔 했는데…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사업은 “저소득가구의 경제적 부담 완화”, “학교생활에 대한 동기부여 및 적응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동안 사업은 이를 얼마나 달성했을까? 인기만큼이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라서, 교복을 지원받은 당사자들은 사업에 95점을 주었다. 두 사람 역시 8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숫자만이 아니다. 현장 사례들을 보면 이 사업의 성과가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현장의 지역아동센터 담당자들은 “지원 소식을 접한 청소년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다. 집행 투명성을 위해서 지역아동센터의 담당자가 청소년과 함께 교복을 구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깊숙한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진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은 교복을 받고 드디어 걱정을 내려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를 기다리게 되었다. “새 학교에서 더 열심히 배워서 꿈을 이루겠다”거나 ”자라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고 소감문을 쓴 청소년들도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의 짜릿한 희열 때문에, 또 앞으로도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에 두 사람은 힘들어도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원민지 간사는 정해진 선정 기준 때문에 교복을 지원할 수 없었던 사례를 못내 마음에 걸려 했다. 모두에게 지원해줄 수는 없으니 기준은 꼭 필요하지만, 아무리 기준이 확대되어도 사각지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이제야 입사 3년차인 원민지 간사에게도, 오랫동안 현장을 누빈 베테랑 박우정 팀장에게도, 지원대상 선정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다.

교복 지원은 끝. 이제는 뭘 하지?

박우정 팀장은 지난해 말 전국 250여개 시군구를 모두 전수 조사해 교복 지원 현황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일부 지자체만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고, 아름다운재단은 규모를 조금 줄여서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무상교복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제는 일부 지자체만 제외하고 전부 무상교복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박 팀장은 “아직은 100% 무상교복은 아니라서 아쉽지만, 2~3년 안에 전국적으로 사업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랫동안 정든 사업을 내려놓기로 한 이유이다.

두 사람에게 “왜 교복까지 지원해야 할까?”라고 물었더니 바로 “당연한 권리”라는 말이 돌아왔다. 박 팀장은 “’교육 기본권’은 누구나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 당연히 교복도 동등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간사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의식주는 각각 교복∙급식∙학교”라면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품이라면 지원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든 청소년들에게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고 꼭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길은 아직 멀다. 무상교복은 전국으로 확산되지만, 아동청소년에게는 여전히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금의 성취를 기뻐하는 동시에 또 다시 새로운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박우정 팀장은 ‘신학기 물품 지원’을 떠올렸다. 새 학기에는 교복 이외에도 가방∙신발∙패딩 등 다양한 물건이 필요하니까. 원민지 간사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청소년들을 위한 물품 지원을 생각했다. 만화를 배울 땐 태블릿pc가 필요하고 미용을 배울 땐 미용도구가 필요하니까. 말을 들어보니 모두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들이다.

이러한 사업 구상은 아직은 단지 ‘아이디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한다면 실제 사업으로 실현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아름다운재단과 협력단체가 손을 잡는다면, 기부자들이 오랫동안 동참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언젠가 이런 지원도 무상으로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 교복 지원 사업이 무상교복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른 양극화 사회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사회적 지원이 늘어난다면 상황이 열악한 청소년들도 조금은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얻는 것은 단지 물건 하나가 아니니까. ‘나도 동등한 사람’이라는 높은 자존감,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든든한 연대감일 테니까. 그렇게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글 박효원 ㅣ 사진 이현경

 *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사업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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