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 ‘집에 가고 싶다’ 선정단체인 <구로주거복지센터>는 네트워크 단체인 구로구 <화원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비주택 거주민들의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11월 25일 ‘구로구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조사 결과 공유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집’에서 살지 못하는 이웃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담긴 토론회였습니다. 

  [구로주거복지센터]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 영상

주거권이란

모든 사람이 적절한 주거를 향유할 권리
인간의 존엄성에 적합한 주택 조건을 향유할 권리
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

근래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3기 신도시 같은 부동산 정책이 한창 이슈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임대주택도 언감생심, 몫돈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질병 등으로 일할 수 없어 근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화장실도 창문도 없는 열악한 방 한칸을 얻기 위해 얼마의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지, 왜 그러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를 탐사한 ‘빈곤 비즈니스’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기도 했다.

구로주거복지센터는 ‘2019 아름다운재단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이 처럼 열악한 방 한칸,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거 환경과 욕구를 파악하고 실제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벌집이라고 불리는 쪽방은 겉으로 볼 때는 일반 다세대 주택 한 채에 방이 30~40여개로 쪼개진 형태로 대부분 창문이 없고,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없거나 공동으로 사용한다. 구로구 가리봉지역은 1960년 이후 서울의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구로공단 근로자가 임시로 거주하던 쪽방촌이 현재에도 그대로 남아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주거취약계층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되어 있어 해당 지역 건물 노후도가 심각하고 구조적으로 안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무에 집게로 전시된 비주택주거지 사진은 곰팡이 좁은 공간 등 주거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태조사 보고대회에 전시된 비주택주거 사진, 좁은 공간 곰팡이 등 열악한 환경을 보여준다

지역주민이 참여한 비주택주거실태조사

비주택주거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조사 과정에는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오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비주택을 방문하고, 주거환경을 체크하는 역할을 했다. 구로주거복지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모법인 구로시민센터는 구로구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풀뿌리 단체로 비주택 거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 지원뿐만 아니라 이웃의 깊은 이해와 관계맺음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쪽방촌 주민들도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지역 구성원이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그들의 주거권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가치관이 화원종합사회복지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된 실태조사 과정과 ‘주거 공감 캠페인’, ‘복지공감 교육’ 등의 프로그램 곳곳에 배어 있었다.

실태조사 대상자 중 인터뷰에 응해주신 신인순(가명, 78세) 님은 1평 규모의 고시원에 거주하며 한달 18만원을 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입은 기초연금 25만원과 국민연금 35만원인데, 개인회생으로 매달 20만원씩 채무를 변제하고 있다. 식사는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밥과 동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반찬으로 해결한다. 담낭암 수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길거리 고물을 줍는 것 외에 일자리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순간 고시원이 ‘무덤’ 같이 느껴져 집에 들어가기 싫지만 매입임대주택 지원을 받기 위해 자부담해야하는 100만원의 보증금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워 이사를 갈 수도 없다.

“나는 살아있는데, 이 방이 무덤 같아요. 흙속에서 막 그러는거 같애요. 무덤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는 게 싫어요“

이처럼 구로지역 비주택에 거주하는 200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월평균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1순위가 바로 임차료(월세)였고, 2순위는 식료품비였다. 소득과 누리고 있는 주거환경 수준에 비해 높은 월세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1인 가구 중 가족이나 친척과 왕래가 없는 가구는 60% 이상으로 높고, 교류하는 이웃이 없다는 비율도 42%로 높아 가족, 친척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소통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었고, 필요한 주거복지서비스를 현재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원을 받아도 나머지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서’가 34.9%, ‘서비스 자체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가 26.7%로 높아 주거복지서비스 지원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로구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조사 보고대회 포스터

구로구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조사 보고대회 포스터

이웃이 만드는 작은변화

실태조사 결과분석을 담당한 한국도시연구소 김준희 연구원은 실태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저소득 주거취약가구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그리고 관계망 확대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강화하고, 주거복지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복지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로구에서는 이러한 분석결과와 제언을 근거로 하여 2020년에는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구로주거복지센터의 계획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공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다’는 말처럼 지역의 작은변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힘있는 사람은 바로 이웃이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곳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란 고장난 전등처럼 깜박깜박거리는 신호를 내보내는 것 밖에 없는 사람이 나온다.

우리사회 주거권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아는 것, 깜박깜박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그러나 온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이웃의 그 사정을 알아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이웃이 직접 살피고 목소리 내어줄 수 있다면 우리사회 주거권을 지키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고대회에 참석한 구로 구청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보고대회 참석한 구로 구청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글 | 오수미 팀장  사진 ㅣ 구로주거복지센터

<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을 통해 구로주거복지센터를 비롯한 6개 단체가 선정되어 주거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은 주거영역기금, 이채원의같이나눔기금, 달팽이기금, 희채행복기금으로 지원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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