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의 시작 

독일 베를린 거리를 거닐다 보면 바닥에 이색스러운 동판이 종종 보입니다.
이 동판은 예술가 권터 뎀니히가 1992년 시작한 걸림돌 프로젝트입니다.

나치 시절 학살된 사람들이 살았던 집 앞 보도에 동판

나치 시절 학살된 사람들이 살았던 집 앞 보도에 동판

나치 시절 학살된 사람들이 살았던 집 앞 보도에 동판을 심는 프로젝트로 동판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엘제 루프트 여기 살다
1861년 태어나 1942년 8월 17일 체코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로 추방돼 28일 사망했다

에르나 헤어만 여기서 살고 일하다
1898년 태어나 1943년 5월 18일 체코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로 추방돼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

지금 당신이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이곳이 과거 아픈 역사를 머금은 곳이라는 것을 작은 동판 하나는 큰 울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추모하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했을 사람도 있겠지만, 거리를 거니는 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우연히 지나쳤을 독일의 시민들에게도 이 동판은 ‘지금 당신이 서있는 이곳에 역사의 증인이 살았다’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우토로 마을에도 ‘이곳에 1300여 명의 조선인이 살았음’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낡은 우토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에도, 우토로 마을에 발걸음을 한 모든 이들이 조선인들의 아픈 역사와 그 역사를 함께 지킨 시민들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2018년 무더운 여름 우리는 일본 땅 우토로에 평화기념관을 건립하는 <기억할게 우토로>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과 함께한 시민들의 기록 

2018년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서는 20억 1천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였지만, 지금 보존하지 않는다면 사라질지도 모를 역사이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우토로 마을의 철거 소식을 전하고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오던 ‘우토로 마을의 재일조선인 역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룰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건립 캠페인’을 알리는 일은 처음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이미 2005년 한차례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언론에서는 ‘기획보도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영향력 있는 시민 캠페이너의 참여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역사를 지키는 일에 끝은 없다’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함께 알려줄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우토로와 작은 연결고리라도 있는 사람들을 찾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안 과정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우토로 마을이 주는 역사적 무게감과 일본에서의 활동을 우려하는 셀럽들은 거절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2005년 우토로 희망지킴이 33인 중 한 분이었던 배우 김혜수 씨가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 홍보 영상 내레이션에 참여해주신 김혜수 씨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토로 역사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배우 김혜수 씨 모습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배우 김혜수 씨

영상 보기▶[아름다운재단]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

김혜수 씨를 시작으로 우토로 역사 보존에 공감한 방송인 유재석, 하하, 모델 한혜진, 역사 강사 최태성, 크리에이터 디바제시카, 개그우먼 김미화 씨까지 연이어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

특히 우토로 마을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2005년부터,  2015년 무한도전을 통해 우토로 마을을 방문할 때까지 꾸준히 우토로 마을에 기부를 이어오던 방송인 유재석 씨는 이번에도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에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하면서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유재석 씨 (출처 : KBS)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유재석 씨 (출처 : KBS)

기부뿐만 아니라 본인만의 특별한 재능을 우토로를 위해 함께 나눠주신 시민캠페이너도 계셨습니다. 역사 강사 최태성 선생님은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1천만 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폭염이 계속되던 여름. 우토로 마을을 방문해 현지 사정을 듣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를 역사 강연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셨습니다. 또 당일 강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우토로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해  우토로를 알리는 일에 힘써주셨습니다.

&lt;기억할게 우토로&gt;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역사 강사 최재성 씨

<기억할게 우토로> 시민캠페이너로 참여한 역사 강사 최태성 씨

영상보기▶[기억할게 우토로]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하는 역사 강연 스케치
영상보기▶[아름다운재단]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하는 ‘기억할게 우토로’

크리에이터 디바제시카 역시 일본 우토로 마을을 방문해 마을의 현재 상황을 둘러보고,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와 함께하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기금 마련] 기부 방송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 방송을 통해 [디바제시카의 금요사건파일] 구독자분들과 디바제시카는 1천만 원의 기부금을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해 주었습니다.

영상보기▶아픈 역사를 지닌 일본 우토로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l 금요사건파일 l 디바제시카
영상보기▶[금사파] 조선인 차별과 핍박의 역사 우토로 마을, 도와주세요 | 금요사건파일 | 디바제시카

 

수 백 명의 이름 모를 시민캠페이너가 만들어낸 기적

이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시민캠페이너들이 사회 곳곳에서 우토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민캠페이너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민캠페이너

2005년 우토로 주민들의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캠페인 ‘우토로 살리기 희망모금’을 기억하고 계신 어르신부터 무한도전을 통해 알게 되었다며 우토로 1세대 강경남 할머니의 안부를 물으며 기부하던 시민, 역사동아리에서 축제 수익금을 기부한다던 고등학생들과 고사리 손으로 인형을 만들어 판 수익금으로 우토로를 돕고 싶다던 초등학생들까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었던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습니다.
모든 마음이 소중하지만 그중 꾹꾹 눌러쓴 한 초등학생의 마음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TO. 우토로

안녕하세요. 저는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000입니다.
우토로의 역사를 듣고 나서 지금까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게 되셨는지 알고 난 후 우토로를 위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예전의 우토로에 상수도 시설조차 없을 때, 그리고 갑자기 살던 땅에서 나가라고 하셨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팠겠지요.

일본 정부가 우토로 주민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일본 회사에 땅이 팔렸을 때는 얼마나 억울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기적은 우토로를 많이 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땅의 1/3을 되찾을 수 있었기에 다시 기적을 볼 수 있도록, 우토로의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평화기념관을 건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토로를 더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토로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서 빨리 평화기념관이 건립되고 우토로의 역사가 안전하게 보존된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 이민사 박물관 <기억할게 우토로>특별전

한국이민사박물관 기억할게 우토로 특별전

한국이민사박물관 기억할게 우토로 특별전

그간 우리 선조들의 이민 역사를 심도 있게 전시해온 한국이민사 박물관에서는 개관 10주년 특별전으로 <기억할게 우토로>를 개최했습니다. 전시는 일본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모인 조선인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해방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모여 살게 된 우토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국의 무관심과 일본의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견뎌온 우토로의 70여 년 역사를 알리고, 시영 주택 입주와 평화기념관 건립 추진으로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준 <기억할게 우토로> 특별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토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민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우토로의 기적

10여 년 전 강제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우토로 동포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은 9억 원이라는 들어본 적 없던 시민모금액을 마련하며 일본 땅 우토로 마을 한켠을 구입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
시민의 마음이 만들어낸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할게 우토로>캠페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정부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 계획]에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사업을 포함시키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평화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총 20억 1천만 원 중 정부가 18억 1천만 원 지원을 확정하면서 일본 땅에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 성큼 가까워졌습니다.

기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2019

정부의 지원이 평화기념관 건립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건립기금은 부족했고,  철거가 시작된 우토로 마을의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할 방법이 미정인 상태였습니다.

우토로 마을에 간 마음표현 박스

마음표현박스에 참여한 우토로 주민들

유물 보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4월 우리는 우토로 마을을 찾았습니다.  
유물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보관창고를 설치할 공간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인권이 지켜지지 않았던 억압의 세월 속에서도 일본 땅에서 조선말을 배우며 조선인으로 남아 고국을 지켜냈던 우토로 주민들에게 고국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토로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하는 ‘마음표현박스’를 준비했습니다. 마음표현박스는 마음이 담긴 꽃을 선물하는 아름다운재단만의 마음 표현 방법으로 꽃에는 “우토로의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국의 동포들이 마음을 담아 이 꽃을 전합니다. “라는 글귀와 함께 우토로 주민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남 간사 프로젝트 ‘우토로에 컨테이너 보내기’

우토로 마을의 유물 보관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철거 과정에서 생겨나는 대형 유물들은 마을회관에 보관하기 어려웠고, 마땅한 창고가 없는 상황에서 유물들이 안전하게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마을 벽화나 강제퇴거에 반대하며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피켓들은 천장이 뚫린 폐가에 비를 맞으며 쓰레기들과 함께 방치되어 있었고, 고향인 강원도 고성을 그리워하며 지어 의미가 있던 오코노미야키 가게 ‘고성’ 간판은 분실된 상태였습니다. 

유물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었기에 한국으로 돌아와 우토로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긴급 모금 ‘남 간사 프로젝트 우토로에 컨테이너 보내기’를 시작했습니다.

'남 간사 프로젝트 우토로에 컨테이너 보내기' 이미지

‘남 간사 프로젝트 우토로에 컨테이너 보내기’

철거 중 손상되거나 유실될 위험이 큰 우토로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긴급 모금  ‘남간사 프로젝트 우토로에 컨테이너 보내기’는 예산이 매우 적은 프로젝트로 담당 간사가 웹툰을 그려 모금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남 간사 프로젝트 웹툰 썸네일 모음

남 간사 프로젝트 웹툰 썸네일 모음

아름다운재단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던 웹툰이 카카오같이가치 같이툰에 공개되면서 3개월 만에  8,859명의 시민참여로 10,000,100원이 모금되었습니다.

웹툰보기▶ [카카오같이툰] 남간사 프로젝트 처음부터 정주행하기

유물보관창고 '우토로 51번지' 설치모습

유물보관창고 ‘우토로 51번지’ 설치모습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 우토로 마을에는 시민들의 참여로 마련된 유물보관 컨테이너가 설치되었습니다. 유물보관 컨테이너는 ‘시민 이름 공모’를 통해 ‘우토로 51번지’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습니다. 시민 고진슬 님께서 지어주신 이름 ‘우토로 51번지’는 우토로 마을은 사라지지만 역사와 기록들은 고스란히 담아 오래오래 남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토로 마을 주소로 지어주셨습니다.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컨테이너 외부에도 별도의 가연성이 높은 래핑이나 페인팅으로 장식하지 않고 현판을 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현판은 역사를 주제로 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라피티 작가 LEODAV 님의 재능기부로 제작되었습니다.

유물보관창고 '우토로 51번지'에 보관된 기록물

유물보관창고 ‘우토로 51번지’에 보관된 기록물

그동안 마을회관 구석에 보관 중이던 중요 문서들과, 폐가에 보관 중이던 대형 유물들은 ‘우토로 51번지’에 안전하게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우토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잠자고 있던 역사적 사진, 기록, 물품들은 그 중요도를 판단해 ‘우토로 51번지’에 차곡차곡 모아져, 이후 평화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유물보관 창고에 기록물을 수집하는 모습

60~70년대 우토로 마을에서 독학으로 우리말을 공부했던 흔적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마치며

1945년. 일제강점기 군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일군 마을은 해방 후에도 상하수도가 없어 비만 오면 오물이 흘러넘치고, 우물물을 길러먹는 차별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 마을 한켠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고 마침내 우토로의 주민들이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살게 되기까지  70여 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7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했던 우토로 마을은 지금 철거 중입니다.

철거 중인 우토로 마을의 모습

철거 중인 우토로 마을의 모습


어쩌면 부서지고 새로 지어져 모두 사라졌을지 모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의 이야기’를 지켜주신 모든 시민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민의 힘으로 구입한 일본 땅 위에 시민의 힘으로 짓는 평화기념관은 2021년 착공될 예정입니다.

시영주택 옆 우토로 평화기념관 부지

시영주택 옆 우토로 평화기념관 부지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는 끝이 나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지켜내는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평화기념관이 완공되면 기쁜 소식으로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앞으로도 쭉~여러분이 지켜낸 기적의 마을 우토로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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