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사업’의 설** 기부자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누군가를 돕고, 그 도움을 받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누군가를 돕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나눔의 선순환’ 역사를 써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눔 이어달리기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봤다.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사업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사업

10년 전,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이른둥이 재활 도움

2009년 2월. 대구광역시에 사는 설 씨(익명 요청) 부부에게 소중한 쌍둥이가 찾아왔다. 두 딸은 25주 2일 만에 엄마 배 속에서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첫째 몸무게는 910g, 둘째는 835g. 두 이른둥이는 이듬해인 2010년부터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른둥이란 임신한 지 37주 미만에 태어났거나 몸무게가 2.5kg 미만인 아이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이른둥이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있거나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설 씨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마침 병원 사회복지 담당자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이른둥이 재활치료비 지원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이른둥이 아이들의 초기 입원비, 재입원 치료비, 재활치료비를 지원해주는 ‘건강영역’ 사업이다. 다행히 당시 설씨는 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병원에 있을 때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한숨 돌리고 보니 당시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설 씨는 “재활치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데, 지원사업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재활치료가 필요할 때 곧바로 치료할 수 있었다”며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지내왔어요. 셋째까지 태어나면서 여러모로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서도 마음속으로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다.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이들과 받은 나눔 나누고파’ 바람 올해 이뤄

올해는 설 씨가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해온 바람을 이룬 ‘특별한’ 해다. 설 씨는 올해 두 딸에게 재활치료비를 지원해준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에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설 씨는 “그전엔 용돈을 따로 빼서 쓰기 힘들 만큼 형편이 어려웠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제가 쓸 용돈 정도는 생겼고, 그걸 아껴서 기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 늦은 밤이었어요. 갑자기 머릿속에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보통 ‘모든 준비가 되면 해야지’라고 하지만 막상 여건이 갖춰지면 또 못 하잖아요. 생각났을 때 해야겠다 싶어서 그 밤에 전화번호를 검색해봤어요. 지원사업 이름은 늘 제 머릿속에 입력돼 있었거든요. 전화 한 번 울려서 제 통화 기록에 전화번호가 찍히게 하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문의했어요.”

잘 모르는 곳에 기부하는 것보다 도움받은 곳에 보답하고 싶었다. 10년 전 두 아이처럼 재활치료가 간절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설 씨는 “그렇다고 지금 형편이 엄청 나아져서 기부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아이 셋 키우기가 쉽지 않고, 두 딸은 지금도 치료를 받는 등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생각만 하면 안 될 거같아서 적은 용돈이라도 생겼을 때 해야겠다 싶었던 거죠.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더 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금액을 정해 꾸준히 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꾸준히, 죽을 때까지 계속할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받았던 ‘나눔’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의 하트가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아이들이 받았던 ‘나눔’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의 하트가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진심으로 나누는 행위가 ‘나눔’”


두 아이는 씩씩하게 잘 자라 어느덧 열한 살이 됐다. 설 씨는 “지원사업을 통해 받은 재활치료 덕분에 지금 큰 어려움 없이 일반 학교에 다닌다”고 말했다.

아직 두 딸은 아기 때 지원받은 사연을 모르지만 조금 더 크면 말해줄 생각이다. 설 씨는 “두 아이 덕분에 배운 게 많다”며 “아이들이 아니면 가보지 않았을 재활병원에 꽤 오래 다녔는데 그곳에서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아이를 비롯해 여러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됐죠. 우리 사회에는 나와 조금 다르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잖아요. 사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데 말이죠. 병원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만나면서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나쁘다’고 보는 시선이야말로 정말 나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에게도 ‘다름’이 ‘틀림’이나 ‘나쁨’이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받은 나눔을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고 있는 설 씨가 생각하는 ‘나눔’의 의미는 뭘까. 그는 “꼭 거창한 것만 나눔이 아니라, 소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겨 있으면 그것 자체로 소중한 나눔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린 나눔이라고 하면 대부분 돈을 나누는 걸 생각하는데 꼭 금전적인 나눔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그걸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죠.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어떤 대가 등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진심으로 나누는 행위가 진정한 나눔 아닐까요.”

글 : 김청연 기자 | 출처 :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Weekly 공감’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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