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여의도 교직원공제회관에서 <문화와 룰루라라>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공유회는 발표와 전시로 나누어 진행됐다. 주제가 그만큼 다양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채은서 씨(11세, 참사랑지역아동센터)는 “여행 온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날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강릉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소속된 참사랑지역아동센터는 디폼블럭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을 지역의 독거노인들과 나누는 활동을 해왔다. 이날도 만들어온 디폼블럭을 현장에서 전시한 뒤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었다.

디폼블럭을 만들어 나누는 참여자의 모습

우리가 만든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손은 아프지만, 디폼블럭 만드는 게 재밌어요. 오늘 200명이 온다고 해서 200개 만들려고 했는데 못 만들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160개나 만들어서 뿌듯해요. 우리가 만든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나누면 행복이 찾아오니까요.”

아동, 청소년들의 흥미와 재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정하다 보니, 장르 예술에 한정되지 않는 참신한 주제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바리스타 동아리를 운영하는 익선원은 가장 손이 바빴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직접 제작해 나누었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음료를 주문하는 소리에 익선원 청소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여 음료를 만들었다. 바리스타를 꿈꿔온 이들에게는 이 자체가 발표이자 나눔이다. 유재길 복지사(익선원)는 커피를 배운 후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변했다며 미소 지었다.

<문화와 룰루라라>로 생긴 꿈과 희망

공유회는 아이들에게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이벤트존도 열렸다. 룰렛을 돌리고 상품을 받아 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그러나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공연장은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1년간 축적해온 배움과 각자의 재능을 보여주는 장이라는 걸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 서있는 아이들

이벤트 참여 대기중!

울산광역시에서 온 꿈마을지역아동센터는 창작한 영상 동화 세 편을 상영했다. 이 센터에는 10명 중 7명이 다문화가정의 아동이다. 그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을 꺼내어 동화로 만들었다. <하얀 우유와 제티>는 서로 미워만 하던 하얀 제티와 갈색 제티가 서로의 가치를 받아들이며 함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역에서, 센터에서 겪은 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서임량 센터장(꿈마을지역아동센터)은 이번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났다고 했다.

작품 만들기부터 발표까지 직접 준비한 아이들의 모습

작품 만들기부터 발표까지 직접 준비한 아이들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천천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고, 그제야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했죠. 가슴이 아프면서도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모습이 기뻤어요. 예전 같으면 선생님들이 대본도, 인형도 다 만들었을 텐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창작부터 제작까지 다 직접 해서 의미 깊었어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무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무대

전북 고창에서 온 최호영(19, 희망샘학교) 씨는 이날 발표에서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소위 ‘비행 청소년’으로 불리던 자신이 어떤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저는 시험에서 평균 15점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영상을 만들면서야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배웠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친구들하고 회의한 내용이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제야 제 머리가 굴러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는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했다. 버스킹, 먹방,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며 자신이 영상 편집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방송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꿈을 찾은 셈이다.

참여한 팀에게 주어진 푸짐한 선물과 상금

참여한 팀에게 주어진 푸짐한 선물과 상금

자신감을 키워주는 공유회

풍물, 치어리딩, 부채춤, 오카리나, 스태킹 인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졌다. 대전에서 온 산성지역아동센터는 스태킹 인으로 관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스태킹 인은 12개의 컵을 쌓고 내리면서 기록을 측정하는 스포츠이다. 손으로 하는 육상경기라 불릴 만큼 긴박감이 넘쳤다. 김숙희 센터장(산성지역아동센터)은 스마트폰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는데,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멤버가 생길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2인 1조로 하는 스포츠라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손으로 하는 육상경기 스태킹 인

손으로 하는 육상경기 스태킹 인

총 17팀이 참여한 공유회가 막을 내렸다. 조미영 복지사(산성지역아동센터)는 “이런 자리에 오는 것 자체가 경험”이라며 “덕분에 기차를 처음 타본 아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준다며 매년 기다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임량 센터장(꿈마을 지역아동센터) 역시 아이들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이런 기회가 아이들에게도 긴장감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내 보는 계기가 된다고도 말했다.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쉽게 지칠 수 있기에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공유회가 있어 아이들은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했다. 

 


글. 우민정 ㅣ 사진. 크래파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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