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브라더스키퍼 이연지 팀장, 김효성 팀장, 김성민 대표

(좌측부터) 브라더스키퍼 이연지 팀장, 김효성 팀장, 김성민 대표

요즘 청년들은 사는 게 너무 어렵다고 다들 말한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이미 다 끝났다고, 흙수저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너무 빠듯하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흙수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보호종료아동’, 즉 가족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보육시설 등에서 사회의 돌봄을 받으며 자란 청년들은 그마저도 없다. 만 18세가 넘으면 시설에서 나와 바로 자립을 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은 민간으로부터 학비 등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의 80% 이상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회적 관심 밖에 놓인 청년들이 또 있다. 보육원이 아니라 쉼터를 퇴소한 청년들이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 중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던 경우도 있고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와서 쉼터에 들어간 경우도 많다. 가족이 있든 없든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쉼터에서 퇴소해 성년이 되면 아무런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보호종료아동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는 이렇게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보호종료아동, 쉼터에서 지내다가 퇴소해 사회로 나온 청년들이 “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라고 설명했다. 브라더스키퍼는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할 방법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 새로운 보호종료아동 지원사업을 고민하는 아름다운재단과 스타벅스코리아를 만났다. ‘2020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은 그렇게 시작됐고, 김성민 대표와 김효성 팀장, 이연지 팀장이 사업의 실무를 맡았다.

대학 비진학 보호종료아동, 쉼터 퇴소 청년들… ‘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

‘2020 청년 자립지원꿈 지원사업’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보호종료아동과 쉼터 퇴소 청년들에게 개별 맞춤형 경제적 지원을 기본으로 홀로하는 자립이 아닌 함께하는 사회적 관계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단 올 한 해 동안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뒤에 평가와 논의를 거쳐 장기적 사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청년들은 이 사업을 통해서 1인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교육비나 주거비, 생계비, 의료비 등을 지원받는다. 이렇게 선정된 청년이 아니더라도 ‘골든타임’ 상담을 통해 별도의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사업은 만 29세까지로 연령 대상도 넓다. 보통 정부 지원이 퇴소 이후 5년 이내로 집중되는 것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현행 제도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은 시설을 퇴소하면서 지자체로부터 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받을 수 있다. ‘자립정착’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립정착금’이지만 그나마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예산 상황에 따라서 못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빈틈을 메우는 민간 지원사업 예를 들어 시설 보호 중인 청소년들은 개인 기부자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민간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기부자가 낸 돈만큼 정부가 지원금을 더해주는 ‘매칭형’ 기부도 많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 때 기부자들은 학교 성적이 뛰어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될 청소년들을 더 지원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대학에 가지 않는 경우는 아무래도 더 열악한 상황에서 사회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만18세가 되어 시설을 나오면 당장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은 같은 시설의 선배가 먼저 자리 잡은 직장으로 진출하는데, 고용도 안정적이지 않고 수익도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회조차 없는 일부 청년들은 심지어 성매매나 범죄로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재정 상태는 상당히 위태롭다. 지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은 월 평균 123만원을 벌고 138만원을 썼다. 13.5%는 부채가 있었으며, 평균 부채액은 830만원이었다. ‘생활비 마련(33.5%)’, ‘의료비(32.9%)’ 등에 따른 부채였다. 이래서는 내일을 꿈꿀 여유는 물론 오늘을 버틸 힘도 내기 어렵다. 지원사업이 시급한 이유다.

보호종료 당사자나 현장을 통해 이들을 위한 지원필요성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보호종료 아동 간 관계망 지원, 자립선배와의 만남 등 사회적 지원 측면을 요청하고 있다. 물질적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현장필요성을 반영하여 ‘2020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에서는 실질적 필요에 따른 개별 맞춤형 경제적 지원을 기본으로 하여 함께서기로서의 지지체계 강화를 위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한다.

올해 진행될 사업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성민 대표는 ‘멘토링’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삶을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들에게 “실패해도 좋다. 우리가 기다려주겠다, 너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스스로를 믿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아기는 기뻐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걸음마를 떼요. 그러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인데, 우리 청년들은 이런 게 너무 부족해요. 온전하게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살면서 실패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 우리 사회가 실패자라고 낙인을 찍는 거죠. 이번 사업을 통해서 청년들에게 보다 마음껏 실패할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선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조건 없는 사랑

대학에 다니든 안 다니든 보호종료아동들은 대부분 ‘조건 없는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다. 그래서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 자신의 출신을 들킬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누군가는 그 조건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매몰차게 채찍질해서 ‘성공 신화’를 만들지만, 누군가는 이 조건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한 번의 실패는 곧 커다란 낙오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청년은 브라더스키퍼가 도와주려고 해도 이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손만 내밀면 잡아줄 사람들이 있는데, 손을 내미는 것도 너무 힘든 것이다. 이들에겐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영 익숙하지 않고, 더 행복해지겠다고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조차 참으로 낯설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용기와 자신감도 없다.

이런 청년들과 함께 하는 이번 사업은 누구보다 청년 당사자들에게 큰 도전이겠지만, 실무자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모집부터 사례 관리까지가 모두 새롭고 어렵다. 실무자들은 신청서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랜 기다림으로 청년들의 실패를 기꺼이 응원하려 한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넘어질 때도 기뻐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오랫동안 천천히 기다리고 사랑하면서 말이다.

빛나고 아름다운 청년들의 삶을 응원하며 전하고 싶은 말, "실패해도 괜찮아". 세 인터뷰이가 앉아 있는 사진

빛나고 아름다운 청년들의 삶을 응원하며 전하고 싶은 말, “실패해도 괜찮아”


“한 명 한 명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결과만 보고 청년들에게 낙인을 찍었잖아요. 이제는 과정 속에서 함께 걸으면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데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요. 그리고 청년들이 이런 기회를 당연하게 느끼고 좀 더 뻔뻔하게 받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원래부터 주어져야 했는데 이제야 받는 거잖아요. (김성민 대표 )”

”어느 것 하나 선택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지원사업에 신청하려면 여느 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거예요. 용기내어 이 지원사업을 선택하여 신청해준 것에 감사하고, 이 사업을 통해 저를 포함한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시간이길 바래요. 그래서 앞으로의 삶이 더욱 가치있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연지 팀장)”

“식물을 잘 키우려면 물을 안 줘도 안 되고 너무 많이 줘도 안 되는데요. 잎이 처지기 직전에 물을 주면 더 아름답게 자란대요. 그런데 그 상태가 식물에 따라 다르니까 자세히 보고 관찰해야 하는 거죠. 이번 사업이 그렇게 각자의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하게 주어지는 물이면 좋겠어요. 우리 청년들이 아름다운 존재로 자라도록. (김효성 팀장)”

브라더스키퍼 실무자들이 지원사업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바람은 작고 평범했지만 동시에 참 멀고 어려워 보였다. 브라더스키퍼만이 아니라 아름다운재단과 스타벅스코리아가, 더 나아가 사회가 함께 오래 노력해야 이룰 수 있을 꿈같았다. 그래도 괜찮다. 실패하고 넘어지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도 된다. 2020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은 이제 막 청년들과 함께 첫 걸음마를 떼었으니까.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아름다운재단과 스타벅스는 보호종료 비진학 청년들에게 실질적 자립기회를 제공하여 삶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경험과 힘들 때 누군가와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관계망이 갖추어 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보호종료 비진학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다양한 꿈을 서포트하여, 준비되지 않은 자립으로 우여곡절을 겪는 청년이 진로를 변경하거나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2020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은 ‘브라더스키퍼(https://www.brotherskeeper.co.kr/)’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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