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들이 미래세대가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의 동료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청소년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나눔교육’과 ‘유스펀치’를 통합하고, 청소년들을 동료 시민으로 환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나눔교육X유스펀치’>는 자원을 배분하는 권한을 청소년들과 나누고, 심사과정에 청소년들의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3인, 성인 1인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청소년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김도엽, 이수경, 박진주님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
“지원사업 심사를 청소년에게 맡긴 것 자체가 ‘유스펀치’”
김도엽 씨는 2019년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 참여자였다. 그가 공익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청소년이 교육감을 직접 못 뽑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였다.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결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데 충격을 받고 청소년 참정권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나눔교육X유스펀치’>(이하 유스펀치)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응했던 것도 그간 해온 활동의 영향이 컸다. 청소년의 권한과 참여의 폭을 넓히는 활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수경 씨 역시 이번 초대가 반가웠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하며 누구보다 청소년의 권리 확보를 위해 싸워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심사한다고 해도 비청소년의 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의 활동과 조건을 면밀히 공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런 면에서 ‘유스펀치’ 지원사업의 심사를 청소년에게 맡긴 것 자체가 ‘유스펀치’라고 생각해요.” (이수경)
박진주 씨는 나눔교육 참여자였다. 당시 15살이었던 그는 살던 동네의 길거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였던 친구들을 설득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으로 이끌었다. 광화문에서 우연히 소녀상을 본 일이 계기였다. 그 일을 통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부당성을 알게 됐고,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이 생긴 뒤로는 다양한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그가 심사위원으로 흔쾌히 참여한 건 그런 경험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였다.
기부해준 시민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심사에 참여한 청소년들
“처음에는 제 역할이 이렇게 클지 몰랐어요. 다른 사람의 개입도 전혀 없고, 온전히 제 의견이 반영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김도엽)
심사위원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원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던 그들이었기에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컸다. 기부금을 모아준 시민들의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다. 박진주 씨는 그때마다 자원을 적절한 곳에 재분배하는 배분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담이 있었지만 누군가를 떨어뜨린다는 생각보다는 시민들이 모아준 기부금이 더 좋은 곳에 쓰이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어떻게 심사를 해야 할지 기준이 선명해졌던 거 같아요.” (박진주)
김도엽 씨 역시 공익적인 기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회적 영향력’에 중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심사 과정은 그간 해왔던 자신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성찰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번 심사를 계기로 공익활동은 개인의 만족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저도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좋으면 좋은 거지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했던 적이 많거든요. 심사를 하면서 내 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김도엽)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허그림 간사 역시 감회가 남다르다. 아름다운재단은 나눔교육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청소년 배분위원회를 진행했지만, 기존 지원사업에 청소년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유스펀치’의 배분이라 더욱 뜻 깊다.
“청소년 심사위원 세 분 모두 직접 공익활동을 하거나 지원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 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았어요. 그래서 심사할 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견이 많이 나왔어요. 지원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18팀을 온라인으로 면접심사를 보는 데에 꼬박 이틀이 걸렸어요. 시민들의 소중한 기부금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허그림)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문제와 연결해볼 수 있는 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박진주 씨에게 공익활동은 ‘더 나은 사회’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는 경험이었다. 그는 공익활동을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나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이제는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불합리한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그냥 어쩔 수 없잖아’라면서 무력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발전이 없잖아요. 그건 사회에도,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은 변화라도 이뤄보는 경험을 해야 불합리에 대처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청소년의 공익활동이 늘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박진주)
세 명의 심사위원 모두 “청소년의 공익활동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김도엽 씨는 이번 심사를 통해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알게 됐고 덕분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더 이런 활동을 하는 동료 청소년이 늘어나고, 교류의 장도 많아지길 바란다.
“청소년들이 사회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정부가 책임을 다 회피하는구나.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구나 느꼈죠. 그렇지만 막상 청소년이 공익활동을 하려고 하면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많아요.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문제와 연결해볼 수 있는 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김도엽)
그런 면에서 배분위원들은 아름다운재단의 배분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책임을 지닌 일을 한다는 무게감, 누군가 지켜본다는 긴장감, 공익활동을 하는 청소년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확인과 연결. 이 모든 것이 활동의 자원이 되었다. 배분의 권한이 청소년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자 자원이다. 그래서 청소년 심사위원회 역시 더 확장되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경험해보면 좋겠다고 그들은 말한다. 청소년 당사자들이 권한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유스펀치’이기 때문이다.
글 | 우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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