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폐쇄성에 주목하다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열군‘)’는 폐쇄적인 한국 군대를 인권과 평화의 군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대한민국에서 자국민을 지키는 ‘군대’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가혹행위 등 반인권적 사안, 방산비리를 비롯한 부정부패 등이 종종 벌어집니다. 열군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군대의 폐쇄성에 주목합니다. 군대 내 권위적이고 수직적·획일적인 구조와 운영 등은 군대 스스로의 발전과 우리사회의 민주화에 어려움을 줄 때가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군사기지 건설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수많은 인권침해를 받게 되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이기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국방예산은 투명하게 감사되지도 않을뿐더러, 무분별한 무기도입 사업을 비판할 경우 도리어 안보를 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열군은 이러한 ‘닫힌’ 군대의 문을 두드리며 군대와 관련된 다양한 숙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시민의 관점에서 전쟁을 보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은 1980년대 후반 마지막 군사정권이었던 노태우 정부 때 국방부의 주도로 건립되었다. 전시관 설립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반북안보관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전쟁기념관은 1년에 2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관람하는 만큼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전쟁기념관의 한국전쟁 기억방식이 ‘국가의 공식기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져 온 반공 이데올로기가 전쟁기념관에 집대성되어 있지요. 적대감 고취, 힘에 의한 안보 등의 메시지를 담은 전쟁기념관의 전시 내러티브는 군대의 관점을 잘 드러내주고 있어요.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한국전쟁과 관련된 수많은 전시물 중에 한국군 등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의 사건을 담은 전시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쟁기념관 앞에서의 서명 캠페인 모습// 출처 :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전쟁은 그 시공간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군인도 물론 전쟁의 당사자지만, 전쟁에는 군인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존재한다. 이는 전쟁이 단순히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으로 정리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70년 기억사진전 《허락되지 않은 기억 RESTRICTED》은 전쟁기념관에서 배제된 한국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꺼내보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전쟁기념관에서 다루지 않는, 군대의 관점이 아닌 민간, 시민의 관점에서 또 다른 전쟁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전쟁에 대한 공식 기억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한국전쟁 70년 기억사진전 포스터 / 출처 : 열린군대를 위한 시면연대]

메인 주제인 ‘불가능한 피란’에서는 피란, 폭격, 대전 학살 등 전쟁 시기 군대 등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및 피해 등의 주제를 담는다. ‘전쟁을 통과하는 10개의 방’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군 위안부, 노무자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열군은 사진전을 위해 국가기록원, 국사편찬위원회 등의 방대한 자료를 찾고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관련 학자 분들과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통해 내용적 자문도 얻었다.

지난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시점을 전후로 전시회 개최를 계획했으나 코로나 19로 전시장소인 민주인권기념관이 개관을 하지 못해 연기되었다. 전시의 연기가 안타까웠던 열군은 거리사진전을 준비했다. 바로 ‘한국전쟁 70년을 기억하는 거리 사진전’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원래 하려던 사진전의 전시자료 중 일부를 선정해 거리사진전에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진행했어요. 전시 첫 날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날씨가 좋지 않아 애를 좀 먹었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 앞 도로가 인적이 많은 곳이 아닌데요, 그래도 지나는 시민들이 유심히 보시더라고요. 간략하지만 전시물 설명도 진행했어요. 거리 전시인 만큼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은 시민들에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사진전에서 전시해설을 하는 모습 // 출처 :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연기되었던 《허락되지 않은 기억 RESTRICTED》는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진행한다. 사진전과 함께 서울 이외 지역에서 거리사진전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전쟁기념관?! 이제는 평화기념관으로

열군은 전시회와 더불어 전쟁기념관의 변화를 위한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5일에 5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전쟁기념관 전시내용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 기자회견을 한 후, 매주 전쟁기념관 앞에서 거리선전을 하며 서명을 받았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으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캠페인을 통해 참여한 온오프라인 서명자는 300여 명이다. 열군은 10월에 사진전을 진행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열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의 노력으로 인해 ‘전쟁기념관이 언젠가 평화기념관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든다.

열군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의 군대 및 군사안보 영역에 주목하고 있다. 50만 명이 넘는 병력과 50조원 이상의 국방비를 사용하는 거대한 조직이 군대이다 보니 다룰 문제가 많다.

“많은 일을 해나가려니 힘에 부칠 때도 있는데요. 힘 모아주시는 회원들과 관심 가져주시는 시민들과 함께 작고 더디지만 멈추지 않는 실천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단체로 성장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박아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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