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주해안사구 보전운동의 시작, ‘국민의 관심’이 계기

제주 해안사구는 민중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주의 마을이 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해안사구는 오래전부터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 주는 역할을 했다. 제주 사람들은 해안사구에 떠나간 생명을 묻기도 했는데, 때문에 해안사구는 단순한 모래언덕을 떠나 제주 민중들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그리움의 장소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사시사철 부는 바람과 화산활동에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지질학적인 특성은 물론 외양도 도외지역의 사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서부지역에는 송악산을 중심으로 양쪽 해변 10km에 걸쳐 하모리층 위에 형성된 해안사구가 있다. 동부지역에는 성산일출봉 앞바다에 만들어진, 신양리층 위에 형성된 해안사구가 있다.

해안 사구는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성격이 다른 두 생태계를 이어주는 곳인 ‘점이지대’로 육지와 해양의 두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파괴되고 있다. 이미 예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994년 창립 이후, 제주도의 생태계 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제주도 내 습지 분야는 개척자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 해안사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해 연안습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었어요. 조사하다 보니 해안사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훼손이 심하다는 환경부의 연구 결과 보고서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연안습지 조사결과 발표회 겸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발표에 해안사구에 대한 내용도 넣었습니다.”

[중문사구 조사활동 // 출처 : 제주환경운동연합]

 

해안사구에 대한 내용이 토론회에 소개되자 발표 내용이 포털사이트 Daum의 메인화면에 오를 정도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수많은 댓글도 달렸다.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지 제주도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제주해안사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제주환경운동연합의 2020년 총회에서 해안사구 보전운동이 중점사업으로 선정되었고, 본격적으로 보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해안사구의 훼손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해요”

제주환경운동연합의 활동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사라져가는 제주도 해안사구 보전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 해안사구의 면적은 2.38㎢로 13.5㎢이던 과거에 비해 약 82%에 해당하는 11.17㎢가 사라진 상태이다. 마라도(0.3㎢) 면적의 37배, 축구장 면적의 1,354배의 사구가 사라진 것이다. 전국 최대의 사구 감소율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제주의 지자체 등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당국에는 해안사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으며, 해안을 개발할 때도 해안사구인 줄 모르고 개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업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해안사구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제주도는 관광지의 특성상 해안지역이 특히 많이 개발되어 있어요. 제주도 해안 253km에는 대부분 해안도로가 들어선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간대 파괴뿐만 아니라 해안사구가 단절되고 훼손되었어요. 해안사구는 연안습지에 포함되지도 않을뿐더러 법적으로도 보호 장치가 없어서 무분별하게 개발되었던 것입니다.”

[상업시설 때문에 파괴된 월정사구 // 출처 :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업을 통해 총 10명의 조사팀을 구성했다. 조사팀은 주부, 직장인 등 일반 시민으로 2월부터 환경부에서 정기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14개 지점을 중심으로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활동에는 지질, 조류 등 관련 전문가들도 합류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환경부에서 제주도 해안사구로 목록화한 곳 외에 6곳의 신규 사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흰물떼새와 꼬마물떼새의 서식처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또한, 붉은 바다거북 등 국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류가 해안사구에 알을 낳으러 온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 연재 통해 시민 관심 이끌어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한 결과들은 현재 제주의 가장 오래된 인터넷 신문사인 ‘제주의소리’에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의소리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소개하고 있는 글은 월 2회씩 총 16회 연재를 목표로 한다. 내용에는 제주도 해안사구의 개요에서부터 시작해서 각 해안사구의 생성 원인과 배경, 관리실태, 생태환경, 인문적 가치, 개발 문제 등이 담겨 있다.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조사 결과를 이슈화하고 널리 알려야 정책당국이 움직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주의소리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후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의소리 공동기획으로 해안사구에 대한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재가 시작되면서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모니터링을 통해 얻은 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오는 12월까지 시민들이 알기 쉬운 가이드북 형태로 배포할 예정이다. 가이드북은 정책당국이 해안사구 보전정책의 근거자료로도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월부터는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제주도 해안사구에 사는 흰물떼새 둥지를 지켜주세요’를 주제로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흰물떼새의 서식지임을 알리는 해설판을 만드는 모금을 진행하려 한다. 흰물떼새가 사람들이 지나는 해안사구 위에 알을 낳다 보니 밟거나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안사구 모니터링 작업은 이제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안사구 보전운동은 지속하려 한다. 특히 내년에는 해안사구 보전운동의 가장 큰 목표인 ‘해안사구 보전조례’ 제정을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글 |박아영 작가

[참고자료]
제주의소리 기사 링크 

1회 : 제주 바람이 만든 언덕, 해안사구 
2회 : 바람이 만들어낸 ‘제주사구’ 각종 개발에 ‘묻히고, 쓸리고’
3회 : 170억 쏟아 부은 양빈사업, 황우치 해번 원형, 생태계 훼손 
4회 : 방파제와 난개발로 기능 상실한 ‘하모해수욕장’
5회 : 공유지의 비극 아닌 공동자원 창출한 구좌 한동 단지모살 
6회 : 보전과 개발의 사잇길을 평대리 해안사구에서 보다 
7회 : 부동산 개발 광풍에 사라지는 제주 월정리 해안사구 
8회 : 카페, 택지개발로 원형 사라져버린 제주 월정리 
9회 : 제주 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섬이었던 것 아시나요? 
10회 : 드라마 ‘올인’ 이후 대기업 사유지가 된 제주 섭지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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