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공공재인 지구’,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을 청년들에게 플라스틱이 없는 지구가 가능할까? 해밭똥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고 있는 ‘플라스틱 없는 별’ 프로젝트를 접하고 든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논의는 지속해서 진행해 왔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 편리한 녀석들과 작별하기가 쉽지 않다.


‘해밭똥’의 ‘플라스틱 없는 별‘ 사업은 ’지구는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지구가 공공재인 만큼 사업을 통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과 식물, 무생물 등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했다.

[해밭똥 모임구성원이 재배한 열매 // 출처 : 해밭똥]

“도시에서 작게나마 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기후가 변화하면서 매년 작물을 심는 시기가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밭똥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일상을 실험해보기로 마음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누구 하나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지구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없는 별, 지구’를 상상하고,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 일 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플라스틱 없는’ 농사, ‘플라스틱 없는’ 지구의 시작

해밭똥은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플라스틱 없이 농사짓기’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때 ‘멀칭’을 한다. 멀칭은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땅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덮어주는 행위로 이때 비닐을 주로 사용한다. 비닐을 사용하는 이유는 쓰고 버리기 편하고, 빈틈없이 땅을 덮어주기 때문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내 이웃이 먹을 것 정도를 키워내는 작은 규모의 농사에서는 비닐사용을 과감히 제한할 수 있다. 손으로 하나하나 잡초를 뽑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종을 심는 해밭똥 시민모임 구성원 // 출처 : 해밭똥]

“해밭똥은 비닐을 사용하는 대신 주변 건초를 활용해 멀칭을 합니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은 뿐만 아니라 땅을 해치는 화학비료 쓰지 않고, 천연비료를 사용해 농사를 지어요. 더불어 토종씨앗에 관해 공부하며 씨를 받아 농사짓는 데 힘쓰고 있지요.”

이렇게 플라스틱 없이 농사를 짓다 보니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해밭똥 회원들이 여름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뒤집던 날, 삽으로 땅을 뒤집다가 해밭똥 멤버 중 한 명이 개미집을 발견했다.

그 친구가 개미집이 있는 쪽을 삽으로 파지 않고 나머지 친구들을 불러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가 얘네 집을 무너뜨려도 될까?”하고. 해밭똥 멤버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개미집 쪽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작물을 심으려면 이 땅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 ‘아니다 우리가 개미들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것이니 이쪽을 피해서 두둑을 만들자’ 등 한참을 진지하게 논의한 끝에 개미집이 있던 쪽을 둥근 섬처럼 만들어 개미집을 지켜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토론을 진행하며 ‘이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이야기 하냐’며 웃었지만 이 논의가 해밭똥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준다고 생각해요. 생명을 길러내는 손의 감각을 키우는 동시에, 이 지구에 어떤 존재가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해밭똥이 좀 더 공부하고 실험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해밭똥은 농사짓기 외에도 ‘지구시민의 책읽기 모임’도 진행했다. 이 때 함께 읽은 책들은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야생의 법>, <지구의 절반>, <파란하늘 빨간지구>, <10%인간>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야생의 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소유라고 여겨졌던 자연에게 법적인 권리가 주어진다면 어떨지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주거 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들’과 볼음도에서 공동으로 ‘지구생활캠프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워크숍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낭비하는 물과 전기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했다.

한 끼의 밥을 차리기 위해 매일 나무를 하고, 불을 피우고, 풀을 채취하고 물고기를 잡았다. 최소한의 자원이 주어진 상황에서 해가 뜨는 시간에 일어나고 해가 지는 시간에 잠들고, 자연의 시간에 맞춰 활동을 진행한 워크숍은 지구와 우리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구를 살리는 작은 불편함에 대해 연구하다

해밭똥은 실험적 활동을 통해 ‘지구의 변화를 감지하고 감각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파하려 애쓰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한 사업의 진행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오프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사업을 잠시 접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변화의시나리오를 통해 새로운 실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지원해준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새로운 실험을 거침없이 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의 다양한 활동은 ‘김장’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해밭똥은 5년 전부터 매년 11월 말이면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하고 있다. 김장은 고된 노동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수확의 기쁨과 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더불어 변화의시나리오 사업을 마무리 하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가득했던 2020년을 반추하며 2021년에 활동에 대한 고민도 이어간다.

나를 둘러싼 모든 시스템이 편리해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내가 감수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지구를 위한 작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해밭똥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 해밭똥]

글| 박아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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