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를 시작합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청소년인권, 페미니즘, 소수자 그룹과의 연대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4주 동안 8편의 글을 통해 청소년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청소년 공익활동의 현재와 과거를 리뷰하고,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 공익활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연재가 청소년과 청소년 활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고, 청소년들을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2020년은 누구나 고통스러운 시절이지만, 그 고통은 결코 평등하지 않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를 먼저 타격한다. 독립된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도 이런 약한 존재 중 하나이다.

과연 코로나는 청소년의 인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많은 활동가가 휘청거리는 이때,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까?

이 질문을 함께 나누기 위해 청소년 공익활동가 5명이 함께 모였다. 하자센터에서 활동하는 나무(활동명), <청소년유니온>에서 일하는 송하민,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윤달(활동명), <청소년인권연합회 인연>에서 활동하면서 학생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진, 교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벌인 조민준이 이야기 손님이다.

마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단계가 높아진 터라 오프라인으로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청소년 활동가들의 교류와 연대, 공감과 격려는 랜선을 타고 끈끈하게 이어졌다.

온라인 좌담회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 5명

불안한 학교, 냉혹한 사회

코로나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은 학교나 가정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리라 흔히 생각하기 쉽다. 정부 당국과 언론들도 학교가 얼마나 철저히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강조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말하는 현실은 좀 달랐다.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민준 님은 “언론 보도와는 전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학교에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생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쉬는 시간에는 마스크를 안 쓴 채 모이는 경우가 많고, 급식 시간에도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청소년들끼리 “확진자 한 명 나오면 다 퍼지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비대면’이 정답이 될 순 없다. 친구 관계도 학습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통제를 받는 학교에서는 청소년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지도 같이 어울리지도 못한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마다 너무 다르게 진행된다. 쌍방향으로 수업을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동영상 강의로 대신하는 학교도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학습격차도 문제다.

학교 밖에서 직면하는 현실은 조금 더 냉혹했다. 하민 님은 최근 단체에서 실시한 청소년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전했다. 안 그래도 서비스업에서 불안정하게 일하던 청소년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청소년 노동자의 23.1%가 코로나19로 인한 임금이 감소하거나 체불을 당했다. 근무시간 축소 64.5%, 무급휴가는 36.4%로 각각 조사됐다. 또한 청소년 노동자의 41.3%는 코로나를 때문에 부당해고를 당했거나 일터의 동료가 잘린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소년 노동자들이 몰리는 직업은 코로나 시대 급증한 배달노동이다. 플랫폼을 통해 배달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이러한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청년들이다. 근로기준법상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일자리다. 하민 님이 최근 <군포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수의 청소년 배달노동자들이 고객으로부터의 폭언, 배달 과정에서의 사고를 경험한다.

나무 님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에서도 청소년이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구별로 제공된 재난지원금에는 구성원인 청소년의 몫도 책정되어 있지만, 가족 내에서 돈을 받고 사용하는 과정에 청소년은 배제된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가족과 떨어져 지내서 더욱 취약한 청소년에게 이는 매우 불공평한 상황일 것이다. 나무 님은 “재난지원금 배분은 재난 대응에서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에게도 온라인 활동은 어렵다

코로나는 청소년들의 공익활동도 크게 위축시켰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도 언택트 활동의 한계는 명확했다.

유진 님은 “온라인을 불편해하는 구성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활동은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한다. 가끔 회의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거리를 지켜가면서 피케팅 형식의 캠페인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체 활동방식을 뒤집어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활동방식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출처: 이유진)

하민 님은 “유니온 조합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1:1 온라인 모임으로 돌리고, 최근에 송년회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코로나 확진자 증가에 따라) 급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느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참가자가 각자 먹을 수 있도록 다과를 포장해서 배달했고, 온라인에서 볼 만한 활동 영상도 급하게 만들었다.

윤달 님은 “청소년들을 만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청소년은 학교나 독서실 등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는데, 코로나까지 터졌다는 것이다. 함께 만나 이슈에 대해 알리고 설득해야 하는 공익활동가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다.

민준 님은 “저희가 온라인으로 만나는 데 익숙한 세대이긴 하지만, 사회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얻는 보람이나 유대감이 분명히 있고, 또래 집단과의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한데 그런 게 차단되다 보니 고립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온라인 접근성도 평등하지는 않다. 민준 님은 “청소년 누구나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갖고 쉽게 온라인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는 청소년이 또래들로부터 고립될 우려도 있다. 그는 “아무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게 접근할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온라인 접근성이 평등한 건 아니다 (사진출처: 나무)

코로나를 함께 이겨내는 청소년 활동가들

상황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람들이었다. 코로나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을 겁내지 않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나무 님은 “올해 <Z에게>라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소통하면서 청소년들과 교감하는 새로운 기쁨도 많았다”면서 “온라인 활동에 더 익숙해져야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앞에 아무도 없는데 ‘원맨쇼’를 하는 듯한 민망함도 이겨내려 한다. 온라인 토크쇼, 유튜브 라이브 등 새로운 소통을 내년에는 더 많이 해볼 생각이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유진 님은 매년 11월 3일 ‘학생의 날’에 맞춰 진행되는 인권축제를 바꿔서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 인권은 얼마나 보장될까’라는 주제의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하민 님은 올해 코로나 시대의 청소년 노동에 대해 조사를 했고, 내년에는 ‘청소년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 더 많은 활동을 펼치려 생각하고 있다.

각자 의지는 굳세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고 확대하기 어렵다.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고 서로의 교류·연대도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에도 Z세대의 공익활동은 계속 된다

나무 님은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알리는 노력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사회변화의 주체라는 것, 실제로 다양한 청소년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청소년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민 님은 “코로나 초기에는 화상회의도 할 줄 몰랐다. 기술이나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 활동을 위한 유료 서비스 비용도 청소년 공익활동가에게는 큰 부담이다. 청소년 공익활동가를 위한 기술 및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민준 님은 “청소년 공익활동가들을 어떻게 만날지 막연했다.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실 이날의 좌담은 바로 이러한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이런 자리가 너무 중요한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활동가들은 바로 서로의 행사 정보를 교류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사회 곳곳에 남긴 고통과 상처는 바이러스보다 더 오래 갈 것이다. 아마 우리는 오랫동안 괜찮지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코로나보다 강한 청소년 공익활동가들과 여러 동료 시민들이 어떻게든 연대해서 우리를 우리답게 지켜낼 것이다. 

진행 | 허그림, 이혜영 (아름다운재단)
글 | 박효원
일러스트 | 이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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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공익활동③] 청소년 사회참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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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공익활동⑤] 평범한 청소년들의 작지만 의미있는 공익활동 
[Z세대의 공익활동⑥]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지 말라 – 18세 선거권의 의미와 남은 과제 
[Z세대의 공익활동⑦] 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거야 – 청소년 단체의 해산 과정에서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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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하고 사냐고? – Z에게 에디터 나무 미운 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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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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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잘 받고 돈 많이 벌면 행복할까? – 정세청세 변종윤 
소수자들의 말하기가 변화를 만든다 –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양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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