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 첫 번째 기금인 김군자할머니기금의 뜻을 담아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삶의 폭넓은 선택권을 확장하고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장학생 간 지지체계를 만들어가는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9년부터 시작된 <작은변화 프로젝트>. 2020년 한해 동안에는 기자단팀, 나눔팀, 영상제작팀, 프로그램기획팀, 홍보디자인팀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차 활동을 이어갔고, 드림프로젝트팀, 찾아가는작은변화서포터즈팀이 신설되어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7개 팀은 올해도 함께 만든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배움과 관계 안에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콜라보’를 키워드로 팀 간 활동의 협업도 자유롭게 진행이 되었는데요. 먼저 드림프로젝트팀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꿈을 캐다
녹록치 않은 시절을 보낸 후 어떤 꿈을 품고 어떻게 삶을 꾸리는지에 초점을 둔 인터뷰 책. 그것은 꿈이 잊힐 때마다 찾아볼, 언제든 초심을 호출할 수 있는 마법서였다. 현실에 무릎이 꺾이는 순간순간의 보호종료청년들에게 꼭 쥐어주고픈 선물이었다. 길잡이 김다정이 보호종료 꿈 이야기 책을 아름다운재단에 제안한 이유였다. 그러자 작은변화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어떻겠느냐는 응답이 돌아왔다. 이후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10명의 드림프로젝트팀이 꾸려졌고 2020년 2월, 드디어 꿈의 작업이 시작됐다.
아래는 드림프로젝트팀을 택한 장학생들의 이야기다.
“작은변화 프로젝트 여러 팀 중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림프로젝트팀을 선택했어요.” – 신민규 장학생
“제 오랜 꿈 중 하나가 작가예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책을 쓰는 거고요.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 누군가의 삶을 풀어내 책을 만든다는 거예요. 뭔가 꿈을 이루는 느낌이었죠. 드림프로젝트에 제 꿈이 담겨 있었어요.” – 박지우 장학생
“팀 설명 들을 때부터 그냥 멋있었어요. 우리의 과정이 책이라는 결과로 드러나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죠. 나중에 포트폴리오에 꼭 넣어야지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하하.” – 고차민 장학생
“작년 한 강연을 들으면서 김수영 작가님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꿈을 인터뷰했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어요. 그즈음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보고 뭔가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거다!’ 싶었죠. 어렵고 아픈 이야기를 용기 내어 드러내는 것도 의미 있지만 뭔가 더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거든요.” – 김다정 길잡이
변수와 복병이 버티고 선 드림프로젝트
가장 먼저 책을 통해 자신의 꿈과 버킷리스트를 기꺼이 나눌 장학생 참여자를 모집했다. 동시에 드림프로젝트팀 구성원 각자가 해야 할 일을 꼼꼼히 살피고 적절하게 배분했다. 참여자들의 글을 책임지고 진행할 담당자를 정하면서 작업 일정 또한 공유했다. 구석구석 꿈으로 채워질 책의 태동에 저마다의 가슴이 뛰었다. 그 설렘과 기대를 꼭 껴안은 채 드림프로젝트팀은 우선 자신들의 꿈을 글로 옮겼다. 참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작업 과정을 미리 밟아보려는 생각이었다. 한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이렇게 되고 싶다’, ‘이런 삶을 살 것이다’로 설명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해야 거머쥐게 되는 꿈이라서 더디게 드러났다.
“일기와 다르게 22년 동안의 나를 글로 쓰는 게 막막하더라고요. 내 글을 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걱정하니까 좋게 포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솔직하게 다가가고 싶었고 그런 글을 퇴고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수정하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낯도 많이 가리고 누군가의 주장에 많이 흔들리는 편인데 글을 쓰면서 그런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가졌어요.” – 박지우 장학생
“각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사진이나 짧은 문구를 넣었거든요. 삶에서 가치 있게 느꼈던 게 무엇인지 키워드로 생각하면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리가 됐어요. 항상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다가 키워드로 정리되니까 ‘내가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새삼 알아차리게 되더라고요.” – 김다정 길잡이
“힘든 상황을 겪으면 한 번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순간 제가 어떻게 나아갔는지, 삶의 목표를 잃지 않으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담담하게 그러나 확고하게 풀어냈어요. 누군가 이런 마음으로 꿈을 이뤄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요.” – 신민규 장학생
6월에는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했다. 팀원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장학생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무슨 내용을 어떻게 완성할지 논의했다. 꿈을 글로 정리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경험한 팀원들은 다른 참여자를 독려하고 고군분투했다. 직접 만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자유로이 주고받는다면 멋진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만남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생각보다 끈질겼다. 참여 장학생은 물론이고 팀원들조차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속이 탔다. 부족하나마 온라인 카페와 sns 그리고 전화로 닿으려고 애썼으나 갈증을 채울 순 없었다.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선지 작업도 늘어졌다. 인쇄까지 끝내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이러다가 시간에 쫓겨 형식적인 글이 될까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1박 2일 워크숍을 떠났다. 팀원들의 손에는 저마다의 삶을 녹여낸 꿈의 초고가 들려 있었다.
“조금 더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심이 되고 싶은데 온라인으로밖에는 통로가 없으니까 답답했죠. 더군다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혹시라도 상처가 되면 어쩌나 걱정되고. 그래서 좋았던 부분부터 이야기하자, 제안했어요. 부정적인 느낌의 비판보다는 주제, 흐름 등을 아우르면서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작업은 꼭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죠.” – 구태윤 길잡이
나와 너, 서로의 거울이 되어
성심껏 피드백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워크숍. 연락이 닿지 않는 팀원과 참여자 때문에 속 끓이던 후반 작업,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든 ‘좋은 책’을 구현하려던 시간… 서로 다른 사람인지라 흩어지기 십상인 의견이었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려고 노력했다. 견고했던 편견이 깨지는 경험도 좋고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누군가에게서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다. ‘나’라는 개인보다 ‘너’도 함께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삶이 남들보다 더 힘들고 괴롭고 아픈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그랬는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저마다 겪은 고통을 생각하게 됐어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모두가 힘들고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고 겪어 나갔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신민규 장학생
“트라우마로 남은 제 아픈 과거가 다른 사람에게 약점으로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입을 다물었죠. 그런데 드림프로젝트 글을 쓰면서 그게 내 생각일 뿐이겠다, 알아차리니까 위축되고 눈치도 많이 보던 그런 내 자신이 보였어요. 좀더 제 자신을 알게 돼서 올해는 좀 행복했어요.” – 박지우 장학생
“웃음 잃지 않던 긍정적인 제가 대학생이 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생활비도 모자라고 일상을 꾸리는 게 힘드니까 우울증이 왔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이 연결돼서 좋았죠. 그때도 작은변화 프로젝트 활동이 있었는데 저는 등록만 하곤 전혀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거든요, 정확히는 ‘없다고 생각했죠’. 일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왜 만나, 시간을 왜 투자해, 그런 마음이었죠. 그럼 잘돼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망가지더라고요, 여태까지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열심히 해보자’ 결심했고 활동 덕분에 많이 바뀌었어요. 바뀐 내가 참 좋아요.” – 고차민 장학생
“사람들 앞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에요.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따라가는 사람, 주어지면 그것만큼은 하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경험을 많이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그게 좀 달라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 안의 벽 같은 게 깨졌죠. 시절인연 따라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하는 관계에 노심초사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충실해야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바뀌었습니다.” – 구태윤 길잡이
“진행하면서 여러 힘든 상황이 휘몰아치니까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속상했어요, 책을 제 시간에 못 끝낼까봐 부담돼서 용기를 내서 선생님들께 SOS를 쳤죠. 그때 “책이 못 나와도 어쩔 수 없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조언해 주셨는데 뭔가 전환이 되더라고요.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함께 갈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천재지변에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조율할지, 무엇을 선택할지에 초점을 둬야 하는구나.” – 김다정 길잡이
완벽과 완성, 성공을 거머쥐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그것이 실패와 동의어가 아님을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됐다. ‘잘 해야 한다’는 결과보다 앞선 ‘왜 이 책을 만들려고 했는지’를 잃지 않는 경험 또한 소중했다. 과정을 경험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돼서 기뻤다.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구태윤이 이야기했듯 드림프로젝트는 모두의 ‘거울’이었다. 서로를 자신인 양 바라보며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우고 포용하는 시간. 그 안에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뼈저리게 그러나 안전하게 모험할 수 있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용기와 책임마저도 곱씹었다. 그것은 자신의 과거를 안전하게 되짚는 시간을 안겨주었다. 신민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 앞에 나타난 ‘유턴(U-turn) 표지판’이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활동이다.
“쉽지 않은 상황을 헤쳐 나가니까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하고 남에게 기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부담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냉소도요. 그런데 굳이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함께 할 때’ 확실히 힘든 게 덜해요. 조금만 의논하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함께’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 김다정 길잡이
“다가가기 두려워서 선뜻 활동하기 어렵다면 저를 보세요. 제가 진짜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마음을 열고 만난 사람들 중 저보다 색안경을 끼고 저를 바라본 사람은 없었어요(웃음). 먼저 안다가가도 되니까 무서워 말고 마주해요. 행복해져야지, 잘살고 싶다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 박지우 장학생
드림프로젝트팀의 강력한 추천, 작은변화프로젝트 활동! 자기 일하기도 바쁜데 굳이 왜 이런 시간을 써야 하나 뾰족한 마음이 들수록 더욱 도전하기를 권한다. 혼자 성취했을 때와 다른 ‘같이하는 성장’이 얼마나 짜릿한지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드림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또 다른 꿈이다. 모두의 가슴 한켠에 숨겨놓은 보물 같은 바람, 누구나 이뤘으면 좋을 행운이므로.
글 우승연ㅣ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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