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을 머금은 새싹은 아스팔트마저 뚫고 자라난다. 그것은 푸른빛이 감도는 인격체,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차가운 잣대가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은 청소년이라면 설령 사막을 걸어가더라도 오롯이 행복을 꽃피운다. 대구북구청소년자활지원관의 박진숙 사회복지사는 그 같은 이치를 깨달았다. 실제로 청소년은 위로하고 격려했을 때 곧잘 희망과 꿈을 추구했던 것. 그로써 청소년이 고비를 뛰어넘고 행복하게 성장하는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청소년사회복지사 말고는 곁길도 안중에 없었다.

“아무래도 저는 10년이 흘러도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것 같아요.”

대구북구청소년자활지원관 박진숙 사회복지사

대구북구청소년자활지원관 박진숙 사회복지사

질풍노도 같은 마음속을 걸어가다


대구북구청소년자활지원관에 몸담은 지도 4년째. 박진숙 선생님이 보살피는 청소년은 모두 70여 명이다. 보통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저소득층 청소년이 대다수. 한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는 여간하지 않다. 여러모로 그들의 마음이 잠겨 있는 탓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다독이거나, 장난치거나, 야단치거나 청소년의 성향에 맞춰 정성껏 마음을 노크한다.

“검정고시를 공부하는 청소년들은 학교나 집에서 어른에 대한 상처가 많아서요. 친구 같은 대화로 그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그 같은 청소년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친근해지더라고요.”

애정 어린 소통에 진실 담긴 공감이면 흔들리던 청소년들은 어느새 중심을 바로잡았다. 나아가 인생을 설계하기까지도. 돌이키면 청소년이 변화하는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선생님은 청소년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섰었다.

그러니까 사회복지학과에 재학하던 시절이었다. 봉사 중 어느 청소년과 인연이 닿았다. 아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어서 사고 칠 수밖에 없었던 비행청소년. 힘겨운 사연이라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선생님은 내내 살뜰하게 지도했고 청소년은 끝내 반듯하게 성장했다.

“가족같이 챙겼어요. 밥 사주고 얘기 들어주는 한편, 검정고시나 취업도 준비했는데요. 지금은 법무부 장학생인 대학생이 됐어요. 가능하면 남을 돕는 직장을 고려하더니 졸업하면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다더라고요. 지금도 소식을 주고받아요.”

청소년 프로그램 안내자료

대구북구청소년자활지원관의 청소년 프로그램 안내자료

교복에는 교복 이상의 의미가 존재한다


박진숙 선생님은 주로 청소년자활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에게 전심전력을 다한다. 진로, 취업, 가족, 문화 부분에 걸쳐 선생님은 실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저소득층의 청소년들인 만큼 진로나 취업에 보다 집중하는 편이다. 물론 저마다의 적성과 흥미를 우선한다.

“직접 직업을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데요. 가령 바리스타 같은 경우는 인터뷰하는 여기, <커피생각>에서 코칭해요. 사실 <커피생각>은 우리랑 함께했던 청소년들이 자활해서 운영하는 커피숍이에요. 2호점까지 오픈했는데요. 선순환의 사례인 것 같아요.”

한결같이 청소년을 지지하는 선생님. 언제나 요목조목 지원을 추가하고 싶은 만큼 선생님은 종종 지원이 부족할라치면 무척이나 속상하다. 이를테면 교복 관련 사업은 예산의 한계로 자체 진행할 수 없었다. 대략 중고생의 동복은 30만 원, 하복은 15만 원. 빠듯한 형편에는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새 교복 대신 헌 교복을 물려받는다면 그 자존감이 오죽할까. 요즘 교복에는 교복 이상의 의미가 존재한다.

그런즉 아름다운재단 <중고등학교신입생 교복 지원사업>은 올해도 가뭄에 단비 같았다. 선생님은 청소년 38명의 추천서를 간절히도 작성했다. 그 결과, 모두 새로이 교복을 차려입고 지금 학창의 추억을 쌓고 있다. 부모님들 또한 자녀들에게 미안한 심경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 교복 지원사업 만큼이나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의미도 남다르다.

“아름다운재단의 교육비 지원사업은 진짜 고마운 사업이에요. 우리는 수혜 학생이 한 명인데, 온전한 신발도 살 수 있었는가 하면 제주도 수학여행도 갈 수 있었거든요. 원래 무뚝뚝한 성향에 외출도 드문 학생이었지만, 자활관 내 송년회에서 부모님 모시고 공연도 하고 이제 자심감이 부쩍 커졌어요.”

미소 짓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모습

고되지만 뿌듯한 청소년의 길라잡이 역할

10년 후에도 동고동락하리라 약속하다

박진숙 선생님은 그간 청소년과 동행하는 여정이 빠짐없이 소중했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수월했다는 게 아니다. 사춘기에 머무른 청소년들인 만큼 우여곡절이 많을 수밖에. 그중에도 청소년이 미래를 포기하는 듯한 순간이면 상심으로 애가 탔다. 그래서 선생님은 청소년의 자활을 위해 하루도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학업 관련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면 유익할 것 같아요. 특히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의 진학 관련 지원은 꼭 필요한 것 같고요. 중고생 중엔 신입생이 교복이랑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요. 신입생만큼은 장학 지원하더라도 여타 항목보다 물품 지원 항목의 비용을 늘이면 유용할 것 같아요.”

청소년을 위한 애틋한 소망이었다. 선생님은 청소년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았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청소년이 자활을 위한 관문을 넘어설 때 가장 행복했다. 검정고시에 끝내 합격할 때, 자활관에서 졸업식하고 떠나갈 때, 어엿한 대학생으로 찾아올 때…… 그때마다 행복으로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야말로 천생 청소년사회복지사였다.

그 사랑 그대로 10년 후에도 선생님은 청소년들과 동고동락하리라 다짐했다. 정말이지 천만다행이었다. 아무래도 청소년은 인생의 항로가 무한한 탓에 길라잡이가 중요한 터. 선생님이라면 청소년을 안전하게 어른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치 등대처럼 인생의 항로를 밝히고, 어쩌면 북극성같이 행복의 나라로 안내하리라. 그토록 10년 후에도 선생님은 청소년을 위한 사회복지사로서 빛을 발하리라 확신이 든다.

 

※ 한국청소년자활지원관협의회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고등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노현덕 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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