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의 손을 탑처럼 쌓았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비빌 언덕

누구나 홀로서기하다 보면 삶의 무게 탓에 주저앉기도 합니다. 그럴 적이면 어깨를 토닥이고 마음을 격려하는 손길과 시선이 필요합니다. 장학생들에겐 그 같은 소통과 공감의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자치활동입니다. 지역별 7개 그룹으로 나뉜 장학생들은 학기마다 2회 모여 자치활동을 수행합니다. 작게는 3인부터 많게는 9인까지 그들이 함께하는 활동의 폭은 자유롭습니다. 그중 경상1조와 충청1조의 자치활동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상1조의 조원들은 모두 7명인데요. 경북 지역에 거의 거주해요. 예체능 전공이 많고, 사회복지 전공도 있어요. 거리상 대구에서 모이고요. 남학생이 대부분이라 말수가 적어요. 저는 조에서 나이도 많고, 자치활동 경험도 있고 해서 조장으로 추천됐습니다.” – 김상규 장학생

“충청1조는 9명이에요. 조장을 선정할 때 제가 제비뽑기를 제안했는데요. 제가 뽑힌 거죠. 조원들은 대전, 청주, 충주, 천안 등지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요. 전공은 각자 다양해요. 자치활동 장소는 이동이 편리한 대전이나 청주에서 갖는데요. 자치활동 내용은 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요.” – 김선진 장학생

장학생들은 자치활동을 통해 주로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정보도 공유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 정기모임으로 베스트 프렌드도 생겨나고, 유익한 소식도 주고받습니다. 그야말로 장학생들끼리 비빌 언덕이 되는 진풍경. 거기엔 경상1조 조장 김상규 장학생과 충청1조 조장 김선진 장학생의 역할이 한몫한 것 같습니다.

함께 주고받는 미래는 밝다

경상1조의 조장이자 맏형으로 한눈에도 듬직한 인상의 김진규 장학생. 영어영문학과 4학년인 그는 밴쿠버 단기 어학연수 하며 그간 <아동자립지원단>에서 함께한 활동의 가짓수가 다양합니다. 게다가 단과대학회장이라 카리스마도 엿보인 바 그는 자치활동에서도 여러모로 리더십을 발휘한 듯합니다.

“지금까지 자치활동을 두 번 가졌는데요. 처음에는 경상2조랑 부산에서 연합했어요. 부산투어버스로 감천벽화마을도 구경하고, 쌈밥도 먹고 재미있었어요. 그 다음에는 대구의 동성로에서 만났고요. 우연찮게 남학생만 5명 모였어요. 점심 먹고 커피숍에서 얘기했죠.” – 김진규 장학생

경상1조는 요즘 청년답게 주로 진로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저마다 미래를 경주하는 모습은 서로서로 자극과 위로로 마음속에 닿습니다. 김진규 장학생은 졸업반은 그대로 취업에 열중하길 소망하는 한편, 재학생은 여러 가지 활동도 겪어보길 조장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대학생교육비지원사업 풍경 사진들을 벽에 붙여두었다.

우리의 모임은 곧 추억의 모음

충청1조의 조장은 전기공학과 2학년인 김선진 장학생입니다. 아무래도 막내라서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조장으로 그는 정성을 다합니다.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해서인지 조원을 위한 이해심과 배려심도 돋보입니다. 그렇게 마음 쓰는 만큼 자치활동은 그에게 하나같이 소중한 추억입니다.

이제까지 충청1조는 자치활동을 3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자치활동은 이른바 ‘볼링편’입니다. 아무렴 볼링도 즐겨서 신났지만, 그 후 밤새도록 담소를 나눌 수 있어서 특별했습니다. 유년의 기억이 비슷하다 보니 장학생들은 오롯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차 및 3차 자치활동은 ‘무한도전전시회편’과 ‘피자편’입니다. 장학생들은 익살스런 전시회도 관람하고, 먹음직한 음식도 맛보았습니다. 다만, 삶의 일정이 빠듯한 탓에 모두의 시간을 모으기는 꽤 어려웠습니다.

“전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는 편인데요. 스케줄이 각각 차이가 나서 통일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모든 조원이 모인 적은 없어요. 다 같이 만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 김선진 장학생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동행으로

경상도거나 충청도거나, 맏형이거나 막내이거나, 듬직하거나 세심하거나…… 조장들은 저마다의 최선으로 자치활동에 전념합니다. 즐거운 적도 많았지만 혹여 아쉬울 적엔 다음번 자치활동을 기약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상1조와 충청1조는 모두 4차 자치활동을 봉사활동으로 계획 중이었습니다.

실제로 김진규 장학생은 지금껏 도움을 받은 만큼 나눔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가짐은 한편으론 그가 경찰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선진 장학생 역시 봉사활동을 통해 장학생들을 향한 편견을 반듯하게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다문화가정 전국체육대회의 진행요원으로 봉사했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의미만 깊다면 행사 진행요원을 해도 보람찰 것 같더라고요. 되도록 시간은 주말을 활용하려 하는데요. 최소한 3주 전엔 일정을 맞추려고요.” – 김선진 장학생

“저희도 다들 봉사활동을 얘기하던데요. 4차 자치활동 때는 겨울이잖아요. 그래서 독거노인분들 도시락이나 저소득층 연탄을 배달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김진규 장학생

조장들을 비롯한 장학생들은 한마음이 돼서 봉사활동으로 자치활동 하길 소원했습니다. 적성이나 전공은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나눔의 씨앗을 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장학생이 뭉쳐 저마다의 재능을 기부하는 시너지도 상상이 갑니다. 경상1조와 충청1조의 4차 자치활동은 그 조짐이 드러난 듯해 사뭇 기대가 됩니다.

이제껏 자치활동을 통한 장학생들의 동행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홀로서기 위한 삶의 여정에는 그 같은 동행이 주요합니다. 빠른 속도나 올바른 방향보다 포근한 동행이 절실합니다. 그러한즉 경상1조와 충청1조, 또 다른 조들의 장학생들은 올 겨울의 혹한에 쓰러질 리가 없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36.5℃의 동행으로 함께하는 까닭입니다.

 

글ㅣ노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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