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예림, 정은, 예원, 혜원, 라일라, 유진, 현조

 

은은한 바람개비라는 의미를 지닌 ‘은개비’는 성 차별 등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성 문화를 은은한 바람처럼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청소년들의 모둠이다. 여고생‧여중생 7인으로 ‘광진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활동하는 은개비는 토요일이면 한데 모여 시끌벅적 성적(性的) 지식을 공유하며 양성 평등을 토론한다. 주로 행사 시기에는 체험 부스를 계획해서 성차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는 그들은 요즘 양성 평등을 위한 동화책을 제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눈에도 개성이 남다르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지켜내고 있다.

리더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혜원이, 딱 부러지게 의견을 정리하는 정은이, 동화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라일라, 조곤조곤 의견을 제시하는 유진이, 동화책의 그림을 채색하는 현조, 서기는 물론 영상도 도맡은 예림이, 아이디어뱅크인 막내 예원이……. 그토록 누구 한 명 없어서는 안 될 7인의 소녀들. 누구는 빨간색으로, 누구는 파란색으로 은은한 바람개비가 된 그들은 장차 사회에 희망 빛깔 무지개를 꽃피울 것만 같다.

동화로 그려내는 양성 평등

솔직하고 담백하게 절친한 우정을 과시하는 은개비는 중학교 때 클럽활동을 통해 광진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성 문화를 학습했던 3인을 중심으로 작년에 탄생했다. 그리고 친구들 및 동생이 알음알음 동참하기 시작해서 은개비는 올해 고2 6인, 중2 1인의 소녀들로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토요일마다 모둠 활동을 지속하는 그들은 치열하게, 또한 재미있게 양성 평등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현조 : 쇼트커트를 했다고 남자 같다는 인식이 불편했어요. 

유진 : 저도 비슷한데 성격이 활발하면 남자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성격이 조용하면 여자 같다고 그러고요. 

라일라 : 저는 필리핀에서 이민 왔는데요. 한국에 성이 개방되지 않아서 놀랐어요. 

정은 : 남동생이랑 저랑 다른 대우를 받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혜원 : 어렸을 적에 남자 색깔, 여자 색깔을 구분하고 놀았어요.

동화책의 그림을 담당하는 현조

 

그들은 일상의 사소한 말투에서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양성 평등 관련 사례들을 찾아가며 아이디어를 나눴다. 그래서 지금껏 성 문화 체험 부스 행사는 물론 작년의 동화책 발간까지 열정 다해 마칠 수 있었다. 다만, 올해는 활동을 확장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은개비는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공모했다. 양성 평등을 동화책으로 알리려는 은개비는 참신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닿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10월 현재까지 동화책 진행 사항은요. 스토리는 다 끝났고요, 일러스트만 완성하고 책만 찍어내면 돼요. 이제 책을 출간하면 전국의 성문화센터에 보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플리케이션으로 e-book 제작도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까진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은과 혜원

 

은은한 바람을 불러내기 위한 한마음

웃음이 넘쳐나는 즐거운 모둠, 은개비. 저마다 개성이 톡톡 튀는 그들은 하나가 되어 동화책을 만드는 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모인 만큼 종종 의견 충돌이 빚어질 때는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 만드는 책에는 소위 남자 같은 여자 캐릭터와 여자 같은 남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그들 외에 해결사 캐릭터를 넣자 말자 해서 의견이 좀 갈렸어요. 그래서 각자 결말 부분을 써 온 끝에 해결사 캐릭터 없이 진행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양성 평등이 소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겨 나가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왼쪽은 2013년 발간된 동화책 / 오른쪽은 2014년 발간예정인 동화책

 

소소하게는 약속 시간부터 공식적으로는 활동 내용까지 은개비가 서로 강한 개성의 의견을 통일하는 과정은 참 지혜롭다. 그래서 그 같은 시간을 넘어서서 동화책 등 행사가 순조롭게 매듭지어질 때 그들은 가장 행복하다. 벌써부터 동행의 기쁨을 깨달은 탓이다.

정은 :  체험 부스 활동하면서 양성 평등에 대해 알려 드릴 때는 정말 보람차요. 그리고 상대가 그것에 수긍하면 정말 기쁘더라고요.

라일라 : 또 동화책처럼 작품이 끝났을 때 행복해요. 

예림 : 그렇게 이 친구들이 다 함께하면 되게 좋아요.

완전체일때 (구성원이 모두 모였을때) 제일 행복하다는 은개비 🙂

내일의 날씨는 아무래도 ‘맑음’

은개비는 스스로 잘해 나가는 모둠이라서 광진청소년성문화센터의 담당 선생님도 거의 터치 없이 그들이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고2인 만큼 그들은 올해를 끝으로 내년에는 진로 문제 및 수험 공부에 집중할 예정이다. 물론 양성 평등 동화책을 제작하며 재능 및 시간 나눔에 대한 맛을 본 은개비는 어떤 어른이 되더라도 나눔의 자리를 지킬 것은 자명하다.

은개비 🙂

 


혜원 : 한순간에 인식이 바뀌지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예림 : 양성 평등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이 변화되길 소망해요. 

라일라 :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살펴보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정은 : 남녀를 떠나서 서로 배려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구김살 없는 소녀들의 해맑은 꿈. 이제 곧 동화책이 완성되면 은개비의 고2, 6인은 꿈의 길을 따라 걸어갈 테지만 은개비의 양성 평등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예림이의 동생이기도 한 예원이가 제 친구들도 불러가며 굳게 은개비를 지킬 것이고, 은개비가 제작한 동화책도 남아 여기저기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은개비에 소속했던 청소년들은 양성 평등에 대한 관념을 새기면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아무래도 은은하게 바람 불어오는 맑음일 것만 같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를 향한 은개비의 소망 어린 무지갯빛 목소리에서 더욱 확신할 수 있다. 

글. 노현덕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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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아름다운재단의 <꿈꾸는다음세대> 지원영역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그 중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변화를 꿈꾸고, 그에 맞는 실천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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