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이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깊이나 넓이는 바꿀 수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삶은 소멸된다. 그러나 그 유한한 삶에 깊이를 더해주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다.

나누는 일, 함께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유산나눔은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오늘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고자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선택 하는 삶의 방식이다.

사람은 예외 없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게 될 존재라는 불멸의 원칙은 의미 있는 삶과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 하게 한다. 또한 자신이 유한한 시간 속 존재라는 것을 절감하는 사람은 ‘지금 여기’의 삶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될 것이다.

유산나눔은 살아있는 자신이 죽은 이후 자기 재산을 사회에 남기는 약속이므로 어떤 기부보다도 삶과 죽음에 대한 깊고도 오랜 성찰 속에 선택된다.

이러한 성찰은 생전에 쌓아올린 재산이 세상에 남겨져 널리 의미 있게 쓰이기 원하는 소망으로 연결되고, 삶의 태도를 새롭게 바꾸어준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메시지는 소유와 존재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게 하면서 삶의 의지와 열정을 격려한다.

얼마 전 전 재산을 사후 기부하겠다는 공증유서를 쓴 삼 십대 초반의 한 청년은 ‘공증유서를 볼 때마다 삶의 의욕이 솟는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 인가는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가와 동일한 연장선에 있으며, 결국 유산나눔은 가치 있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계획하고 준비한 사람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대물림 상속문화’와 ‘재산의 수직이동’. 우리사회에서 부모는 가능한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도리이자 위신이라는 생각과 부모의 재산은 내 것이라는 자식들의 무임승차의식은 오랜 관행이었다. 특히 많은 재산의 대물림은 행운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반면 가족 간에 냉기와 반목의 원인제공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이든 전부이든 사후에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사람들도, 부모가 남겨준 유산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한 조사를 보면 ‘유산의 일부를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사람이 열 명중 네 명, 그 중 30대가 가장 많다. 이는 느리지만 서서히 유산의 대물림 문화의 변화를 예고하는 징표이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이 세상에 남기고 떠나겠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약속은 자신의 삶에 의미와 풍요로움을 쌓는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나눔과 공익‘의 가치를 확산시켜준다. 자신과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나눔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공동체와 개인‘이 서로를 돌보고 책임지는 풍요로운 삶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에 남겨진 유산은 미래세대에게 문화와 교육기회를, 한 부모에게 경제적 자립기반을, 장애아에게 두 발로 걷을 수 있는 기쁨을, 그리고 대안적 가치를 위해 실천하는 풀뿌리 단체와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다.

유산기부는 생전의 자신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게 해주며, 자식들에게는 세상을 의미있게 사는 이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최고의 가르침이 되어준다.

‘사회에 남긴 것은 영원하다’. 유산나눔은 생전에 지녔던 삶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지혜로운 인생방정식이며, 그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를 살아있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유산나눔은 기부금이라는 ‘유형적 가치’에서 시작해 이웃과 사회 속에 접목되면서 셀 수 없이 큰 ‘무형적 가치’를 보태준다.

떠나는 이 세상에 자신의 것을 남기는 것은 자신, 가족, 이웃과 사회 모두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에 한걸음 두걸음을 보태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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