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충남 아산에 위치한 <키움지역아동센터> 에서는 12명의 청소년들이 난생 처음 자기 손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합니다. 이 아이들은 아름다운재단 아동청소년여행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비기획팀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여행과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지역아동센터의 이름처럼 친구들에게 ‘키움’이 될 수 있을까요? 여행을 함께 할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의 멘토선생님과 함께 하는 워크숍은 이제 한번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3번의 워크숍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고 키움의 가능성을 한번 점쳐보세요.
1주차(6월 15일)
토요일 오전. 아마 평소라면 늦잠자고 티비 볼 시간에 지역아동센터에 모인 12명의 청소년들의 표정엔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여행을 함께 만들어 갈 트래블러스맵 멘토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날. 지금 아이들이 알고 있는 건 자신들이 7월의 어느날 제주도 여행을 간다는 것과 그 여행 계획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두근두근. 누군가는 이번 여행을 통해 꿈을 찾고 싶다고 했고 누군가는 희망을 찾고 싶다고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벌써 준비한 제주도 지도엔 가보고 싶은 곳도 표시해뒀습니다. 중1부터 고1까지 14년~17년 살아온 인생에 뭔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 나타난 멘토 선생님은 “꿈은 미리 정하지 못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선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경험해보라고 합니다. 거기에 여행이 의미있는 이유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 속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행은 여행지와 그곳의 자연, 문화에 피해가 가지 않는 ‘공정여행’으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여행 기획을 위해 일단은 가고 싶은 곳을 쭉 나열하고 여행을 주제를 정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를 갈지 정할 팀과 숙소 및 식당을 정할 팀도 나눴습니다. 한 주 동안 조사해본 결과를 두고 다음주에 여행 일정 짜기를 시작합니다. 멘토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듣고 씩씩하게 네~하고 대답하는 아이들. 출발이 좋습니다.
2주차(6월 22일)
이날은 멘토 선생님이 여러번 놀란 날입니다.
첫번째. 어른들의 예상을 뒤집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열심히 조사를 해 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식당과 숙소는 제주도민이 운영하는 곳으로 하고 싶어 직접 전화까지 해봤습니다. 이 녀석들,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이 깊고 열심입니다.
두번째. 아이들은 3박 4일의 일정에서 매일 매일 여행 주제를 달리 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정한 주제는 제주도의 문화, 역사, 자연. 제주도의 다양한 모습을 알차게 느껴보려는 의욕과 아이디어가 놀랍습니다.
☞ [한겨레 기사] 키움센터 학생들의 여행기획 워크숍 “여행 스케줄 직접 짜다보니 어느새 공부가 돼요”
하지만 처음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 산만함이 있기 마련. 멘토 선생님은 아이들이 일정을 채워가는 중간중간에 맥을 짚어주며 더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멘토 선생님이 개입해 일정을 짠다던가 식당이나 숙소를 알아봐주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 타보는 비행기 표까지 아이들이 직접 예매해야 합니다.
민박이냐 게스트하우스냐부터 시작해 이 식당이냐 저 식당이냐까지 할 일이 태산. 모든게 처음인 아이들의 속도는 어느땐 답답할 정도로 느립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더디지만 자기 손으로 모든 걸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습니다.
3주차(7월 7일)
오늘까지 최종 일정을 정해야 합니다.
그동안 멘토 선생님과 꾸준히 소통해 온 아이들은 자신있게 3박 4일의 일정을 이야기합니다. 일정을 칠판에 그려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칠판에 크게 제주도를 그린 아이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칠판에 지도도 보지 않고 4.3 평화공원이 어디인지, 천지연 폭포며 만장굴이 어디인지 위치를 짚어냈습니다. 그동안 제주도 지도를 몇 번이나 봐 온 걸까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 여행을 향한 열정을 지켜보며 “여행은 준비가 반” 이라는 멘토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더 잘 알것 같습니다.
이날 또 하나의 감동은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는데요,
‘나대지 말기’ 같은 아이들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규칙도 있었지만
‘다수가 소수 존중하기’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하기‘ 같이 멘토 선생님이 워크숍 첫날 설명한 공정여행의 뜻이 담긴 규칙들이었습니다. 사실 첫날 멘토 선생님은 수업 내용이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셨는데 이렇게 잘 소화한 아이들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박또박 최종 일정을 엑셀표로 정리하고 예산까지 확인하는 아이들의 속도는 여전히 느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믿습니다. 늦지만 뒤쳐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 아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이제 다음주 워크숍이 끝나고 7월 15일이면 12명의 친구들은 제주도로 떠납니다. 시작이 설렘이라면 다가올 여행은 날것 그대로의 현실. 알 수 없는 날씨, 뜻대로 되지 않는 교통편, 배고픔, 피곤함, 의견충돌 등등 웃으며 들썩들썩 신나는 일 만큼이나 얼굴 붉히고 속상한 일들도 많겠지요. 하지만 이 글을 읽어본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세요? 혹시 참 잘했다고, 멋있다고 토닥토닥 해 주고 싶진 않으신가요? 어떤 기대나 당부보다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일 겁니다. 설렙니다. 3박4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키움 아이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낼 무용담이. 그 무용담 속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지금 당장 꿈과 희망을 찾지 않더라도 그곳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어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성장이 말이지요 ^^
아름다운재단의 <꿈꾸는 다음세대> 지원사업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이 사업에 공감하시나요? 그렇다면 <꿈꾸는 다음세대>와 함께해 주세요!
땅이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네요.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벌써 한 뼘씩 자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