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이 곳에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때마침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지난 4월 11일,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디> 아이들의 나눔 현장 이야기다. 

<백사마을에 난방텐트를 전달하기 위해 모인 안드로메다팀의 예진, 은재, 한결, 준원이>

작지만 큰 나눔, 백사마을 어르신께 난방텐트를! 

“백사마을엔 지난 2월 연탄 나르기 봉사로 처음 와봤는데 인터넷으로 본 것보다 환경이 훨씬 열악하더라고요. 몸도 불편하신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실까 걱정이 됐어요. 오늘 전해드린 난방텐트가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 서준원, 재현중 2학년 

“사실 가장 추운 1월에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심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드리게 됐어요. 아쉽긴 하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또 내년에도 쓸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 유은재, 과천중 2학년 

그야말로 똑소리가 난다. 정말 열다섯 살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제법 의젓하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너무 늦게 난방텐트를 드리는 것이 죄송스러워 한 분 한 분 일일이 손편지까지 써왔을 정도다. 실제로 무거운 난방텐트를 손에 쥐고 가파른 언덕길을 쉼 없이 오르는 데도 힘든 내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얼굴은 점점 상기되어 갔지만 표정은 시종일관 밝기만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올해 1월 반디 첫 수업이 시작됐다. 나눔이나 모금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별로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새로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되니까 점점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특히 스케일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104만 원이라는 큰돈이 실제로 모이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평소라면 누워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토요일이 된 것 같아요.” – 정한결, 재현중 2학년 

“나눔이나 모금 활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해주고, 목표 금액인 104만 원도 일주일 만에 모이니까 너무 뿌듯했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어서 더 기분이 좋아요.” – 홍예진, 덕산중 2학년   

<500명여명의 온라인 서명과 기부, 난방텐트 업체인 바이맘의 추가지원 등 많은 분들의 나눔으로 아이들이 더 큰 나눔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멋진 나눔은 돈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것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디>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사회 변화를 위해 좋은 돈(모금)을 만들어 직접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5일부터 2월 26일까지 다섯 번에 걸쳐 교육이 진행됐고, 5인 이내로 구성된 총 8개의 모둠이 자기들만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모금 활동을 펼쳤다. 

그중에서 열다섯 살 동갑내기 네 명으로 구성된 ‘안드로메다팀’은 유일하게 온라인 모금 계획을 세웠다. 총 104만 원을 모금해서 중계동 백사마을 어르신들에게 난방텐트를 전해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모금 채널인 ‘다음 희망해(hope.daum.net)’는 한 달 안에 500명 이상에게 서명을 받아야 모금 활동을 벌일 수 있고, 100만 원이 넘는 큰돈을 모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뜻을 함께 하는 수많은 이들이 동참해준 결과 하루 만에 서명이 완료됐고, 일주일 만에 104만 원이 넘는 돈이 모금됐다. 첫 모금 활동으로 이보다 멋진 성공도 없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나눔은 돈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온 몸과 맘으로 느낀 아이들>

 

당사자인 아이들도 물론 기쁠 테지만, 그 옆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봐온 어머니들의 기쁨 또한 말로 다 못한다. 

“기부라고 하면 막연하게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예진이 덕분에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돈이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도울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구나,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만이 나눔은 아니구나, 많은 것을 깨달았죠. 특히 스스로 모금 활동을 계획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가장 뿌듯했어요.” – 권미애, 홍예진 학생 어머니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준원이가 이번 나눔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놀라웠어요. 이런 경험이 밑바탕이 돼서 앞으로도 좋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항상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 이지영, 서준원 학생 어머니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해서 실천에 옮기는 특별한 나눔을 경험한 네 명의 아이들! 앞으로도 일상에서 작지만 소중한 나눔을 이어가며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글. 권지희 /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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