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선순환 나눔, 교육에서 시작하다

‘천안’과 ‘지역’이라는 두 조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 그것이 풀뿌리희망재단 송다정 간사의 주된 질문이었다. 그저 특징일 뿐이라고 여겼던 ‘조건’이 ‘한계’처럼 여겨질 때마다 혜안이 절실했다. 앞서 걸어간 이들의 조언에 목말랐다. 그때 떠오른 게 기부문화연구소를 둔 아름다운재단이었다.

“제가 몸담고 활동하는 풀뿌리희망재단의 미션 중 당연히 모금이 있어요. 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제죠.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나눔 교육에 관심을 가졌어요. NGO활동가 대상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죠. 제 업무가 기부자 소통이기도 하고요. 사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청소년 대상 나눔 교육이 뭔지 감이 안 왔거든요. 공지사항을 읽고 관련 자료를 공부하면서 훗날 경제 주체가 될 청소년에게 나눔이 마냥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교육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온정과 시혜의 이벤트를 넘어선 일상 속 나눔을 저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사람과 선순환하는 나눔의 구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틀에 갇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부를 꿈꾸게 됐다. 그 마음으로 2016년 나눔 교육에 지원신청서 제출했고, 오리엔테이션과 교육을 거쳐 그해 여름 처음 반디 활동을 시작했다.

풀뿌리희망재단 담당간사가 나눔교육 반디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눔교육 반디파트너로서 2년째 활동중인 풀뿌리희망재단 담당간사

편견을 버리고 청소년과 만나기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나눔 교육을 받았고 아이들을 모집해서 어떤 방법으로 나눔에 대해서 가르치는가가 초점이었어요. 나눔도 어렵지만 청소년도 만만치 않은 대상이었거든요. 접할 기회가 정말 없으니까요. 낯선 이들을 설득하려니 괜히 겁이 나고 그랬어요.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얘기한 지역의 미묘한 문제를 청소년과 공유하고 모금하는 게 가능할까 걱정됐죠. 까마득한 기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가장 먼저 청소년 이해 수업이 있더라고요. 기부 주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인 거였죠.”

‘기부’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는 캠페인은 섬세하고 정교한 사유의 결과였다. 기부자, 지원자는 물론이고 이 둘을 연결하는 활동가 역시 대상화되지 않는 게 중요했다. 배제와 소외, 착취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관계를 맺는 과정이 ‘기부’이기를 바란 까닭. 숱한 ‘너’에게서 발견될 수밖에 없는 ‘나’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기부였다. 때문에 청소년 이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는 나눔이 선순환 기부의 출발이었다. 편견을 버리고 기다리고 경청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동물보호를 주제로 활동하는 청소년팀이 시민에게 활동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금 활동에서 꼭 필요한 게 네트워크라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라서 접근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같이 교육 받는 분들과 교류를 가지면서 든든한 지지자를 얻은 느낌이었거든요. 어렵게만 느끼던 회원과 기부자에 대한 예우, 관계 맺기를 나누니 좋았죠. 비슷한 고충을 나누고 각 단체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도전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풀뿌리희망재단의 나눔교육을 기대하게 된 거죠.”

1기 나눔교육 구성원은 풀뿌리희망재단 기부자 자녀였다. 중학교 2학년 3명과 3학년 2명으로 이뤄진 1기는 6월 말 토요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여름방학 동안 모두 10회기 모임을 가졌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1기 청소년들은 <녹색소비자연대> 기관 방문을 통해 EM을 알게 됐고 이로운 80가지의 미생물에 관심을 보였다. 보이지 않는 액체가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마음을 움직인 것. EM 홍보 캠페인을 기획하고 기부자에겐 EM 천연비누를, 불특정 대중에겐 50ml EM 발효액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중요한 건 캠페인 장소인데 만만치 않았어요. 단지 수량뿐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수소문하던 끝에 종합운동장 수영장 앞 복도에서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땡볕을 피하고 EM에 관심을 가진 어머니들이 많은 장소. 이보다 맞춤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나눔교육 반디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과 풀뿌리희망재단 담당자가 함께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나눔교육 반디 파트너 활동을 통해 만난 청소년과 지역사회

나눔 교육이라는 기회

송다정 간사가 걱정한 건 거절을 경험해야 할 당사자, 청소년이었다. 뿌리치는 사람들에 혹시 상처 받으면 잘 다독여야지 굳게 마음먹을 정도. 그러나 괜한 기우였다. 가장 적극적이던 친구가 진두지휘하자 몇 번의 거절도 별 것 아닌 양 툭툭 털어냈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매점과 다른 장소를 돌며 모금을 진행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순간 EM 천연비누, EM 발효액이 다 떨어졌다. 이날 모금된 56,000원은 녹색소비자연대에 기부했다.

“지레 겁먹던 저와 달리 친구들은 훨씬 자유로웠어요. 그 경험은 제게 큰 동력이 됐죠. 그래서 올해 여름에도 2기 나눔 교육을 가졌어요. 작년보다 많은 9명이 두 개의 조로 나뉘어 캠페인을 진행했죠. 아쉬웠던 건 자신들이 처음 결정했던 주제를 현실화하지 못한 거였어요. 물론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를 조율하고 ‘할 수 있는 영역의 나눔’을 확인하는 건 중요하죠. 한데 모금할 단체나 기부처가 없다는 건 분명 ‘지역’의 한계이기도 해서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송다정 간사는 다시 한 번 확인한 지역의 과제를 아름다운재단 나눔 교육과 어떻게 나눌지 골몰한다. 이제 시작이기에 조바심은 없다. 작은 새싹이 숲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기다리고 경청하는 일일 테니까. 멀리 조망하고 불안을 설렘으로 전환한다. 반디 활동을 통해 얻은 용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서거나 뒤따르는 동료 네트워크,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나눔 문화를 신뢰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눔 교육 신청을 머뭇거릴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지원신청서를 작성하십시오. 나눔 교육을 통해 이제와 다른 경험을 가질 지도 모릅니다.

반디파트너인 풀뿌리희망재단 담당 간사 사진입니다.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의 든든한 동료, 반디 파트너 풀뿌리희망재단 🙂

 

글 우승연ㅣ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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