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청소년들이 우선순위 사회이슈를 정하고, 이를 위한 공익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단체를 심사하여 배분,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있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 2기의 공모주제는 ‘차별’이었으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접수받아 심사를 통해 총 5개팀을 선정하였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어떤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지 하나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평등한 키즈 콘텐츠 유튜브 채널 <슈퍼아이>’를 제작하는 위민팀과 청소년배분위원 김기범, 김경은 위원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유튜브를 만들 때에도 위원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회의 장소는 무조건 위원님들 계시는 이 동네로 할게요.”

“저희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피드백을 드리기 어려울 텐데요.”

“생각을 얘기해주시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죠. 다음에 떡볶이 먹으면서 더 얘기하면 좋겠어요.”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최대한 드리고 싶어요.”

이토록 훈훈한 대화의 주인공들은 지원사업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들, 그리고 이를 통해 ‘평등한 키즈 콘텐츠 유튜브 채널 <슈퍼아이>’를 만들려 하는 위민팀의 대학생 구성원들이다.  양쪽은 이날 만남에서 내내 예의 바르게 존칭을 쓰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위민팀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위원님, 호칭을 어떻게 할까요? 제가 선 넘는 걸 좋아하는데” 배분위원은 “존대 안 해도 돼요”라고 답했고, 양쪽은 결국 “‘반모(반말 모드)’ 가자”고 합의를 보았다.

아마도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당돌하고 열정적인 20대 청년들과 권위의식 없는 40~50대 전문가들ㅑ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이 날 회의에 참석한 배분위원들은 중학교 2학년인 김경은 씨와 김기범 씨다. 즉, 위민팀 구성원인 소홍수 씨나 이정연 씨보다 8살이 어리다.

앗, ‘배분’은 돈 봉투 나눠주는 일이 아니었구나

아름다운재단에는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있다. 매 기수마다 총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배분한다. 김경은 위원과 김기범 위원은 바로 이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2기 청소년배분위원이다. 김기범 위원은 실제 돈을 배분하는 활동 방식에 큰 매력을 느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고, 주어진 돈으로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김경은 위원은 또래상담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이 느끼는 부조리한 문제에 공감해왔다. 어른들이 말하는 사회 부조리 역시 자신이 보아온 문제와 다르지 않겠다 싶어 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위원회 활동은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배분’이라고 해서 그냥 돈을 나누는 것, 그것도 봉투에 담아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본 배분의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지원사업의 주제를 정하고 방식도 정하고 심사도 하는 것이다. 올해 위원회는 지원사업의 주제를 ‘차별 해소’로 정하고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두 위원은 심사 실무도 맡았는데, 특히 김경은 위원은 심사위원으로 직접 면접심사를 보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이 지원단체인 위민팀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위민팀의 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김기범, 김경은 청소년배분위원

면접심사를 통해 위민팀을 직접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청소년배분위원회

면접심사를 통해 위민팀을 직접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청소년배분위원회

 

심사 소감을 묻자 김경은 위원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처음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위민팀을 만날 때에는 슬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속사정을 알게 된 이정연 씨는 “그렇게 긴장하셨는 지 몰랐다. 질문도 많이 하셨는데, 정말 의외다”라고 말했다. 심사를 마치고 팀을 선정하는 과정도 어려웠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모든 팀을 뽑고 싶었지만 결국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했다. 김경은 위원은 뚜렷한 동기가 있는 팀을 높이 평가했고 김기범 위원은 사회적 확산 효과가 기대되는 팀을 우선했다. 팀을 떨어뜨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배분위원회는 토론과 다수결 합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 과정을 통해 위민팀을 뽑았고, 두 사람은 위민의 프로젝트 과정을 보다 가까이 지원하는 담당 위원이 되었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우리, 청소년이 공감하니 자신감 백배

위민팀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제대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주목했다. 차별적인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이것이 문제라고 분노하는 데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직접 키즈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 2기의 지원을 받은 위민팀 단체사진입니다.

차별없는 평등한 키즈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모인 위민팀

위민팀의 슈퍼아이 유튜브 채널 로고입니다.

위민팀의 유튜브 채널 <슈퍼아이>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클릭!)

심사를 앞두고 위민팀은 어떻게 하면 청소년 배분위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사업을 전달해서 공감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콘텐츠 영상에 넣을 노래도 직접 부르고, 프로젝트에 활용할 굿즈 디자인도 보여주면서 최대한 사업을 열심히 설명했다. 다행히 면접 분위기는 좋았다. 위민팀이 그랬듯이 청소년 배분위원들도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냈다. 소홍수 씨는 “배분위원들이 좋아하는 내용은 분명하게 표현을 하셨는데, 정말 관심이 있어서 질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점잖게 적당히 돌려 말하는 기성 세대와 달랐다.

그렇다고 질문의 수준이 비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위민팀이 보기에 청소년 배분위원의 질문은 다른 전문가들과 다르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계획과 실행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배분위원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영상에 들어갈 작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위민팀은 높은 평가를 받고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배분위원들은 대부분 위민팀의 사업을 좋아했고, 서로 담당을 맡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이 같은 내부 상황을 전해들은 소홍수 씨와 이정연 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두 사람은 “앗, 진짜요?”라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사업에 선정된 위민팀이 배분위원회 심사 소감에 관심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위민팀은 일부러 청소년배분위원회의 공모사업에 참여했다. 키즈 콘텐츠를 만들려면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위민팀은 배분위원과의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공감과 관심은 위민팀에게 지원금 못지 않은 커다란 지원이었다. 자신들보다 어린 청소년 세대의 호응을 보면서 ‘우리가 어린이용 콘텐츠를 만들어도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위민팀은 힘들 때마다 청소년 배분위원들의 지지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낸다.

“영수증 안 줘도 됩니다” – “아직 한 푼도 안 썼어요”

아직 활동을 시작한지 1년도 안 됐지만 그 동안 청소년 배분위원들도 위민팀도 많이 달라졌다.  김경은 위원은 “성소수자나 퀴어 같은 주제를 계속 접해왔는데, 이를 ‘차별’의 문제로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분위원회가 ‘차별 해소’라는 주제를 정할 때 내심 당황하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차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위민팀은 조금씩 현실을 배우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도 큰 깨달음이다. 이정연 씨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과연 유튜브가 근본을 바꿀 수 있는 솔루션인지 너무 작은 부분은 아닌지 여러 가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배분위원들과 위민팀이 더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이들이 겪는 변화는 물론 이들이 만드는 변화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파트너십의 기초는 이미 탄탄하다. 이 파트너십에서 나이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김기범 위원은 쿨하게 “서로 인격적으로 대하면 된다”고 했다. 청소년 배분위원들은 위민팀을 비롯한 모든 프로젝트팀에게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일반적인 공모사업과 달리 청소년 배분위원회의 사업에선 영수증 증빙이 필요하지 않다. 배분위원들은 “우리가 직접 심사해서 뽑은 팀이니 배신 때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민팀은 이런 믿음이 얼마나 큰 지지와 격려인지 잘 알고 있다. 기대에 부응해 더 열심히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아직까지 정말 한 푼도 안 썼다. 카페에서 모여서 회의를 할 때는 갹출을 했다. 혹시 예상 못한 지출이 생길까 봐 아낀 것이다.

이미 강한 신뢰가 바탕에 깔린 데다가 사업에 함께 공감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함께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일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배분위원과 위민팀은 서로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것이다. 떡볶이를 나눠 먹으면서 반말로 수다를 떠는 친구, 그러면서 평등한 키즈 콘텐츠를 같이 고민하는 든든한 친구 말이다.

김포에서 위민팀과 청소년배분위원회가 만났습니다.

서로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것 같은 위민팀과 청소년배분위원

글ㅣ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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