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여가 생활

그야말로 콘텐츠 홍수의 시대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되는 1인 미디어와 OTT 플랫폼(넷플릭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독점으로 공개하는 국·내외 시리즈물까지! 올해는 코로나19로 콘텐츠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을 것 같은데요. 여가를 보내기 위해 콘텐츠를 시청하지만 그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닙니다. 숨 쉬듯 이뤄지는 외모 품평, 성소수자를 희화화하는 대사, 데이트 폭력을 미화하는 장면, 소위 ‘여적여’로만 그려지는 여성 간 관계. 특히나 이런 순간을 맞이하면 얼굴을 찌푸리게 되기 마련이죠. 얼굴 찌푸리지 않고, 불편해 하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미디어X페미니즘]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남성 캐릭터가 스스로 김치를 꺼내먹나요?

사업 계획을 짤 때만 해도 두근두근한 마음이었답니다. 좋았던 콘텐츠는 어떤 장면이 좋았고, 특히 그 캐릭터에 이입을 했고 등등 나노 단위로 앓을 생각에, 별로였던 콘텐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제였는지 촘촘하게 한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준비를 했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질 않아, 프로젝트 담당자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습니다. 시간은 점점 흐르는데 우리 이 활동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눈물)

대책을 강구한 끝에 우선 랜선으로 사람들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금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예능 ‘나 혼자 산다’를 두고 오픈채팅방에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여성 캐릭터가 남편에게 김치를 꺼내주는 장면을 이야기 할 때는 절로 ‘어휴’ 소리가 나왔습니다. 납작하게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에 분노하며 “모성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 외에 다른 상상력은 없나요?”, “돈 많은 남자에게 가방을 요구하고 관계를 맺는 젊은 여성이 꼭 등장했어야 했나요?”라는 질문이 던져지기도 했습니다.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특정 출연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패널 발언을 두고는 “웃음을 빙자해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나요?”,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여성 출연자는 몇 명인가요?” 등 성차별을 짚어내는 질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오픈 채팅방 외에도 넷플릭스 파티(넷플릭스를 같이 보면서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구글 확장 프로그램)와 오프라인 워크숍으로 여러 페미니스트를 만났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총 200여 개(무려!)의 질문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존 미디어 모니터링 질문은 다소 딱딱한 감이 있기도 했는데요. [미디어X페미니즘]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 활동에서는 ‘시청자’가 직접 질문을 만들었기에 보다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생생한 언어로 질문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성 전문가가 신뢰받는 상사로 그려지나요?”, “‘자기관리’로 표현되는 젊음에 대한 동경이 나이 듦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너무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등장하고, 버려지지 않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가 주목하는 이슈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질문으로 내일의 변화를

만들어진 질문을 통해 여러 콘텐츠를 살펴보았어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사이코지만 괜찮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에놀라 홈즈], 예능 [노는 언니],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를 두고 열 차례 온·오프라인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페미니스트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혼자 볼 땐 스쳐 지나갔던 장면과 생각해보지 못 했던 지점을 고민해보기도, 만들어진 질문을 바탕으로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참여자들 또한 “같이 보니까 혼자 볼 땐 못 봤던 걸 알게 되네요”, “문제적인 장면이 익숙해서 잘못된 지 인식 안 될 때도 있는데, 같이 보면서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점이 좋았어요”라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페미니즘 관점으로 미디어를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는 게 미디어 환경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질문의 의미를 짚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계간홀로의 이진송 편집장과 토크쇼를 진행하였습니다. 한 시간 남짓 유튜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미디어X페미니즘]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질문은 명쾌한 답을 내리기 위해,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새로운 관점으로 읽어내고 다른 상상을 가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상상이 가능해질 때 긍정적인 변화도 만들어질 수 있겠죠. 그래서 이 활동의 이름은 ‘오늘’의 질문, ‘내일’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 활동을 통해 여러 페미니스트가 만들어낸 이 질문이 성평등한 미디어 콘텐츠를 상상하는 매개가 되기를, 성평등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소책자가 궁금하신 분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로 와주세요.
https://womenlink.or.kr/publications/23277

글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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