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와의 투쟁’이었다는 말로 갈음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단체들이 팬데믹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는데요. 제주다크투어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제주4·3 알리기와 연대 강화에 힘을 쏟았습니다.

[사진 설명] 2020년 3월 24일 제주다크투어와 회원들은 제주시 용담, 도두, 하귀 지역에 있는 4·3유적지 답사를 답사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오키나와 평화기행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사전 답사였습니다. 아름다운 휴양지의 이미지를 가진 오키나와는 전쟁 중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아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로 알려진 후텐마 기지가 있는 섬이기도 하지요. 제주와 비슷한 점이 많은 섬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전쟁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이 피난 생활을 했던 동굴을 비롯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키마 미술관, 강제동원됐던 조선인들을 기리는 한의비, 헤노코 미군기지 반대 현장 등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외 시민단체 등과 함께 전쟁 당시 강제동원되어 희생된 조선인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4·3 책읽기 모임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10명 내외의 참가자들을 모집해 제민일보4·3취재반이 펴낸 『4·3은 말한다』를 총 10주에 걸쳐 강독했습니다. 이어 7월과 8월에는 일본인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치가 쓴 『제주도』 읽기 모임이 운영했습니다. 7월 15일에는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발간한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북토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사진설명] 제주다크투어와 제주평화인권센터,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가 지난 7월 15일 공동 주최한 박래군 인권활동가의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북토크 행사 기념 사진.

6월 16일부터 2일 3일 동안 제주참여환경연대와 공동으로 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애드보커시 교육도 진행했습니다. 서울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님이 강사로 나선 이번 교육에서는 애드보커시 이론은 물론, 실제 목표를 정해서 애드보커시 전략을 짜보는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7월에는 강원도에 다녀왔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강원피스투어의 기행 프로그램을 2박 3일 동안 직접 체험해보고 의견을 드리기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강원도에는 전쟁기념관 등 ‘안보 기행’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전쟁에 대한 성찰적 해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강원피스투어가 처음이었습니다. 여러 기행지를 둘러보며 과연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유적지 기록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제주도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답사하고 유적지 안내판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안내판 내용이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히 구성되어 있는지, 역사적으로 틀린 부분은 없는지, 인권·젠더·평화 감수성에 반하는 표현은 없는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보고서를 발간하고 여러 매체에서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우리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사진설명]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이 지난 8월 19일 제주시 애월읍 어름리에 있는 4·3유적지인 빌레못 동굴을 찾아 유적지 안내판 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성산일출도서관과 함께 성산지역의 4·3유적지 답사 및 4·3생존자, 희생자 유족 인터뷰를 진행해 이를 자료집으로 묶어냈습니다. 10월과 11월 답사와 자료조사, 인터뷰를 진행하고 12월에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2021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기행, 휴먼라이브러리 행사, 단행본 출간 등의 사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제주4·3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방청단을 지난 9월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월 제주4·3 생존수형인 공소기각 판결 이후 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재심 재판도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 역사적인 현장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알리기 위해 시민방청단을 조직해 운영했습니다.

[사진 설명]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9월부터 제주4·3 행불수형인 재심 재판 시민방청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시민방청단 첫 번째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찍은 사진.

제주의 역사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제주4·3이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진행되었으니, 제주도민들은 4·3을 견디는 와중에 한국전쟁을 겪었는데요. 그래서 제주4·3과 한국전쟁을 엮은 대중 강연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총 5주에 걸쳐 진행된 강연에서는 한국전쟁과 제주4·3의 발발 원인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주제를 비롯해, 미국, 북한, 소련, 여성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과 제주4·3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이 이뤄졌습니다.

[사진설명] 지난 10월~11월 ‘제주4·3과 한국전쟁’을 주제로 총 5주간 진행된 웹 세미나. 사진은 10월 8일 열린 첫 강연 모습.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위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3년간 총 1억 명의 서명을 받기 위해 국내외 여러 단체들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제주다크투어는 국제 웨비나 개최, 외신기자 대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총 720명이 제주다크투어와 함께 4·3평화기행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애초 신청자의 절반 정도가 기행을 취소했습니다. 그렇지만, 네이버 해피빈과의 협업으로 해피빈이라는 플랫폼에 제주다크투어 기행 상품을 홍보해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평화기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단체 위주의 참가자 외에도 가족이나 소규모 그룹 등 일반 시민들이 저희 기행에 참여했습니다.

사진설명] 지난 5월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일대에서 진행된 제주4·3 평화기행. 사진은 기행 참가자들이 칠낭궤 동굴 입구를 바라보는 모습.

쭉 소개해보니 제주다크투어는 2020년 한 해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네요. 코로나도 우리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모두 제주의 역사와 자연,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제주다크투어를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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