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

“~~아”

“~피아”

“소피아!”

oo씨는 늘 그렇듯 자전거를 타고 사부작이 있는 골목 어귀에 들어서며 우렁찬 목소리로 소피아를 부릅니다. 아마 이 골목 사람들에겐 유명 연예인보다 소피아가 더 유명한 이름일 거예요. 그리 열심히 소피아를 부르며 들어서는 oo씨의 볼이 빨개요.

“이렇게 추운 날 멀리 다녀왔나 봐요? 어디까지 다녀왔어요?”

대답 없이 다른 쪽으로 슝~ 다른 이들에게 자기가 궁금한 말 묻기 바빠서 이미 내 옆엔 없어요.

“소피아 운전 잘해요?”

“정찬이형 몇 학년이야?” 등등

한 바퀴 돌고 난 후 드디어 내 차례

“타잔 ㅁㅁ이 혼내주세요. ㅅㅅ이가 나한테 화냈어요.”

“오케이 내가 혼내줄게요! 다 데려와요!”

[사진] 사부작

짐작하시듯 oo씨는 마을에 사는 발달장애 청년입니다. 하루에 적으면 한번 많게는 서너 번까지도 사부작엘 오지요. 아주 잠깐 머물다 갈 때가 많지만 가끔 길게 있다 가기도 하는데 그런 때는 마음에 드는 간식이 있거나 이야기가 잘 통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지요. 아니면 몸이 조금 피곤할 때 큰방에서 쉬어 가곤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뿅 하고 나타나서 화장실을 쓰고는 악수 한번 쿨하게 해주고 가네요.

이렇게 ㅇㅇ씨처럼 자주 오는 청년도 있고, 가끔이지만 사부작이 생각날 때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가는 청년도 있어요. 지나가다 맡길 물건이 있어 들른 마을 이웃도 있고 청년들하고 활동을 같이하려 오는 길동무들도 있지요. 사부작은 다양한 장애 비장애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열린 공간입니다. 마을에 그저 심심하거나 아쉬운 것이 있을 때 의지가 되는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일입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카페도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하는 요즘에는 더욱 말이지요.

 

[사진] 사부작

사부작은 매일 실험 진행중

당신은 어찌 지내시나요?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을 하고 되도록 집콕하는 중에도 가끔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지요? 또 가끔 맥주를 마시며 기쁜 일과 속상한 마음을 서로 공감하는 데서 힘을 얻곤 하지요? 비장애인에겐 평범한 일상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답니다. 평일 낮에 영화를 보고픈 사람, 가끔 수다 떨며 그림을 그리고픈 사람, 건강을 위해 매일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사람, 맛난 음식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저 심심한 사람… 지역의 발달장애청년과 이웃들이 같이 만나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일. 평범하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그 일을 상상하고 실행해 보는 실험. 사부작에선 매일 그런 실험들이 사부작사부작 진행중이랍니다.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이웃을 찾고 연결하는 일! 얼핏 보면 간단하지만 세심함과 진득함이 필요한 이 일을 사부작이 하고 있답니다. 으쓱~

언제든 들러 차 한 잔과 이야기를 청해 보세요. 운이 좋다면 ㅍㅍ씨가 나누어 주는 옥수수를 맛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따뜻한 공간이 마을 곳곳에 생기는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열심히 궁리하고 진지하게 놀아보겠습니다. 1동 1사부작을 꿈꾸며 오늘도 사부작 문을 엽니다!

글 : 발달장애청년허브 – 사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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