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고 상처 입은 이 세상 수많은 강아지똥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느린학습자시민회 추진위원회입니다. 2020년 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준비기를 거쳐 2021년 1년 차 활동을 시작합니다.

[사진] 느린학습자시민회 추진위원회

[사진] 느린학습자시민회 추진위원회

‘느린학습자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고심하고 고심하던 끝에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 손 잡고 간 서점에서 첫눈에 읽고 뜨겁고 묵직하게 눈물 흘리며 소중하게 끌어안았던 그림책이 떠 올랐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해지던 권정생 작가님의 <강아지똥>입니다. 많은 분이 사랑하는 그림책이지요.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길 담벼락 밑에 눈 조그만 강아지똥, 참새 한 마리가 콕콕 쪼다가 “똥! 똥 에그 더러워.”하며 날아가 버리고, 화가 나서 쏘아붙이는 강아지똥에게 흙덩이는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강아지똥은 서럽게 한참을 울었답니다. 그래도 흙덩이와는 오해를 풀고 친구가 되지요.

흙덩이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강아지똥은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봄날 마당을 나온 병아리들에게도 먹을 것이 없다며 외면받던 강아지똥은 민들레 씨앗을 만나 거름이 되어주면 예쁜 꽃이 필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며 민들레 씨앗을 온몸으로 힘껏 끌어안습니다. 사흘 동안 봄비가 내리고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지고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그리고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어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는 슬프고도 찬란한 강아지똥의 사랑.

잘생기고, 예쁘고, 똑똑하고, 우수한 것들에 대한 동경과 환호, 반면 못생기고, 보잘것없고, 볼품없고, 능력 없는 것들에 대해 무심코 가지는 사회적 편견과 혐오 그리고 동정이 강아지똥 이야기에는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상처 입고 상처 입으며 자신이 소중하게 쓰일 곳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강아지똥의 마음이 느린학습자들의 마음과 닿아 있습니다.

천천히 배우고 성장하는 느린학습자 

느린학습자는 지적 능력에서 장애도 아닌, 그리고 평균적인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선 지능(IQ 71~84)과 그와 유사한 특성으로 사회적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천천히 배우고 성장하는 특성을 빗대어 느린학습자라고 부릅니다. 분포상으로 인구의 13.5%, 학령기 한 반에 3명 정도는 느린학습자라 추정합니다.

느린학습자는 장애와 비장애, 사회에서 구분 지어 놓은 이분법적인 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에, 장애 학생을 기준으로 한 특수교육에서도, 평균을 기준으로 한 일반 교육에서도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배움에서 소외된 채 성장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안정적인 노동 현장을 찾지 못해 불안한 고용 현장에서 근무하기도 합니다. 장기 근무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장기근무를 하더라도 부당한 근무 현장에 놓이는 사례가 많습니다.

부담은 온전히 가족에게 떠맡겨져 진 채 집안에서는 밥값도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사회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 게으른 사람, 태도가 안 좋은 사람,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수많은 오해와 질타 속에 놓인 채 자신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지속적인 사회적 질타는 우울과 정신과적 질병, 범죄의 표적이 되는가 하면 범죄자가 되고 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사회와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진] 느린학습자시민회 추진위원회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느린학습자의 몸이 문제인가? 느린학습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문제인가?’

요즘 읽고 있는 ‘장애학의 도전’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여 우리 사회에 느린학습자 시민회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강아지똥은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강아지똥 개인의 처절함으로 일궈낸 승리입니다. 이 세상 수많은 강아지똥은 그림책의 강아지똥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느린학습자들이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느린학습자시민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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