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이 시절이 궁금해요.

저는 남들 시선에 신경쓰는 어린이였어요. 3학년 봄방학이 끝나갈 때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다가 떨어진 적이 있거든요? 크게 다친지라 집 근처 병원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대학병원으로 옮겨가야 했죠. 환자 이송용 침대에 누워서 병원에 도착했는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가득한 로비에서 저 혼자 내복을 입고 누워 있었거든요. 덮을 수 없는 이불 한 장 없이 얼마나 창피하던지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압니다. 속상한 어른들 눈에 내복같은 게 보였을리 없겠죠. 그러나 어린이인 저에게는 ‘듀이야, 여기 내복 입고 오는 어른들도 있대. 어린이 환자복도 곧 갖다준대. 조금만 기다리자.’ 라고 차분히 말해줄 어른이 필요했습니다. 한참을 그 부끄러움을 곱씹으며 괴로워했으니 말이죠.

20년이 지난 오늘은 어떨까요? 다정하고 사려깊은 어른들이 어린이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어린이와 함께 살지 않아도, 어린이와 닿을 기회가 없어도 어린이에 대해 배우려 하고, 존중하려 하는 어른들의 모임도 늘어나고 있죠. 또 어린이 권리 보장을 위한 법률 개정 캠페인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어요. 이름을 쓰고, 배우기도 전에 어른의 학대와 폭력으로 사라져가는 아기들,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어린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더딘 변화 사이로 모든 노력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하죠. 그래서 더욱,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멈춘다면 어린이들의 세계엔 계속 비가 올테니까요.

🎤 덧붙입니다! 지난 후후레터VOL1 의견에 ‘레터를 쓴 사람이 듀이인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후후레터를 쓰고 만드는 저는 듀이가 맞습니다! 매달 후후레터에서 반갑게 인사드릴게요. 🤟🏼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애놈’, ‘어린놈’, ‘아해놈’ 오래전 어린이들이 들었던 호칭입니다. 하대받던 어린이들은 1932년 5월 1일부터 자신의 이름을 찾습니다. ‘아이들도 독립적이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며 ‘어린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거죠. 우리가 쓰는 ‘어린이’라는 단어가 이어져 온 맥락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를 어른의 아랫사람으로 보곤 합니다.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 혹은 꾸지람을 들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죠. 어린이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는 어느새 성큼 다가왔지만,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세상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매일에 변화가 찾아들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들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세계를 바꾸는 어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른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1. 세상이 발견하지 못하는 아동이 있다면, 찾아나서면 됩니다.

생일이 없는 유령 아이, 들어보셨나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최근 2년 동안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출생 미등록 아동은 146명에 달합니다. 시설에 들어오지 않은채로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김희진 사무국장/변호사는 2015년 활동가의 삶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보편적 출생등록에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2021년 3월에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출생 미신고 아동의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으로 지역사회(경기도 시흥시) 풀뿌리 네트워크와 협력해, 시장명의의 출생확인증 발행을 위한 주민조례 제정청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합격 직후, 국제아동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린 김희진 사무국장을 통해 아동인권의 현 주소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바로 보기👆)

#2. 어린이에게도 새로운 시대에 맞춘, 새로운 상식이 필요해요.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란 말이 있어요. 어린이들은 어른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배운다는 뜻이예요. 차별과 편견, 고정관념과 같은 부정적인 관념들은 더욱 빠르게 습득하고, 적용합니다. 어린이 콘텐츠 플랫폼 ‘딱따구리’ 유지은 대표는 어린이들이 어른이 만든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넓고 건강한 세상을 만나기를 바랐습니다.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으로 인권, 직업, 환경 등 오늘 일어나고 있는 삶의 주제를 담은 그림책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죠.

어린이를 위한 유튜브 뉴스 채널 ‘우따따TV’도 시작했어요. 어린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나중에 다 알게 돼’라며 답을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친절하게 답하는 뉴스입니다. 어린이가 직접 자신의 권리를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직접 그린 어린이 권리선언문’ 캠페인도 진행했답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를 위해, 어른들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할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바로 보기👆)

#3. 산청 어른들이 다시 만나게 될, 어린이 세계

산청에서 어린이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정푸른 활동가는 어린 시절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선생님이 나를 아무렇게나 집어서 옮겼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좋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부끄러웠는지 세세하게 기억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삶에 어떤 파동을 만드는지 알게 된 후부터 어린이 편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죠.

대안학교 교사가 되었고, 마음이 맞는 학부모들과 대안학교를 직접 만들어 1년 간 운영했습니다. 2021년에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변화 공모지원사업을 통해 산청 지역에서 어린이 권리 옹호 활동을 진행합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들이 뿌듯해하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동네에 이런 어른도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오랜 기간 어린이와 함께 해온 정푸른 활동가에게 ‘어린이편에 서는 법’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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