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큰 시험을 앞두고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힘든 시기일 거에요.
저도 시험 당일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미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희미하지만 참 많이 긴장했어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수능 성적이 좀 안나오더라도 그냥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시련인데,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살 떨리는 공포였지요. OMR 답안지를 밀려쓰는 악몽도 꿨어요. ㅠㅜ
좋은 대학 가면 뭐가 좋을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모든 청소년이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나 학문에 관련되어 공부할 사람이 대학에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에요.
물론 우리 사회의 학벌 장벽이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대학이냐 아니냐를 넘어서 자신의 삶을 더 크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학점과 스펙을 쫓아다니고, 그렇게 해서 더 큰 기업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신입사원의 약 80%는 이직을 준비한다고 해요. 들어가보니 생각과는 다르고, 원하는 곳이 따로 있다는 게 주된 이유지요. 입사 3~4년 뒤에 같은 갈등을 겪는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이 상태로 자신의 꿈을 찾아 방황하는 것도, 꿈을 포기한 채 매일매일 그저 살아가는 것도 모두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저 역시 이런 뒤늦은 사춘기를 겪다가 지금 이 곳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게 됐지요. 지금 이 곳에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지만, 좀더 일찍 길을 찾았더라면 하고 아쉬울 때가 많아요.
길을 헤메고 있다면… 청소년진로탐색지원사업
우리 청소년들도 비슷하겠지요? 아직은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경험도 부족하고, 게다가 주변에서는 명문대와 대학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몰아치고. 길을 찾기 쉽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진로탐색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커뮤니티 활동을 중심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지요.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일반학교는 물론 대안학교나 위탁학교의 청소년들도 함께 본인에 맞는 진로탐색 과정을 공유하면서 진로탐색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사업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진로교육의 로드맵을 만들어 진로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다양한 환경의 청소년들이 커뮤니티 그룹을 이루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명사 초청강연, 심화 인터뷰, 자서전 준비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답니다. 또한 인턴십 활동, 걷기여행도 해보고요. 포트폴리오 작성과 발표회도 열지요.
대학을 선택했다면… 교육비∙단기어학연수지원사업
그렇게 해서 길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 이유에서 꼭 대학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한 친구들도 있을 거에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선택했더라도 경제적 상황 때문에 마음껏 공부를 하기 힘든 청소년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등록금 1천만원 시대’라 불릴 정도로 학자금과 관련된 사회문제가 심각하지요.
특히 아동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겐 대학진학이 중산층 편입을 위한 유일한 기회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대학을 계속 다니기도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의 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대학에 입학하는 시설 퇴소 청소년들 중 중도탈락률은 절반을 넘어섭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지요.
게다가 대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등록금만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 교재나 학원비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연수를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지요. 이런 경험이 사회에 진출할 때 큰 자산이 될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아동복지시설(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퇴소한 대학 재학생에게 학기당 500만원 이내에서 교육비 실비를 전액 지원(최대 4학기)합니다. 또한 8주간의 단기 해외연수를 실비 지원하고 있고요.
‘행복하다’는 동사입니다
곧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우리 청소년들이 그 동안 고생했던 만큼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겠지요. 하고 싶었던 것 참 많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잠시 내려놓고 신나게 즐기세요.
하지만 대학이 끝은 아니랍니다. 물론 다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이번 시험에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회가 있으니까요. 또 시험을 대박 잘 친다고 해도 앞으로의 인생이 탄탄대로라는 법도 없지요. 앞으로 더 험난한 언덕도 많을 테니까요.
앞으로의 인생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순간순간 다음 걸음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보면 ‘행복하다’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할 것 같아요.
대학을 선택한 친구들도 선택하지 않은 친구들도 모두 최선을 다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고,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기필코 그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도 여러분이 각자의 꿈 자리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 박효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