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버리센터의 청년 활동가 이용찬 실장, 이화란 매니저 인터뷰 (2)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협력단체인 ‘나들목 바하밥집 리커버리센터’. 이곳의 이용찬, 이화란 활동가는 요새 무척 바쁘다. 두 달여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첫 모니터링을 다니면서, 거의 동시에 장학생들 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활동 길잡이들(선배 장학생) 모임을 열었다.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기존의 해외 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대신한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서로 만나고 싶은 마음, 절실한 그 마음으로
“작은변화프로젝트 모임 날, 장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는데요. 날을 하루 잡아서 팀 모임 하려고, 멀리서 온 것인데. 어떤 장학생들은 끼지 못하는 게 딱 보이고 해서 제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모임 하고 나서 피드백을 좋게 주었더라고요.” (이용찬 활동가)
이화란 활동가도 서로 낯설어하는 장학생들을 보면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게 아닌가’하고 좀 걱정했단다. 그런데 실제 장학생들한테서 피드백을 받아보니, 염려했던 바와 달랐다. “벌써 친해졌다”거나 “친해질 수 있겠다”는 답이 가득했다. 언뜻 데면데면해 보여도 장학생들이 서로 만나고 싶은 열망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만나고 싶은 마음은 다 절실하게 갖고 있더라고요. 또 ‘저는 이런 부분에서 성장하고 싶고, 이런 욕구들을 발견하게 돼서 좋아요’라고 쓴 답도 있었어요.” (이화란 활동가)
그간 때로는 무시나 모욕을 당하는 쓰라린 아픔을 입기도 하면서 자신이 보호종료아동임을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던 장학생들. 주변의 편견을 잠재우기 위해 더 노력하고 마음 쓸 수밖에 없던 시간들. 이랬던 그들이 웅크린 청소년기를 지나 이십대 초중반이 되었다. 이제 자신이 보호종료아동임을 주위에 공개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속마음을 털어놓기란 여전히 쉽지 않고, 외롭다. 주변 친구들과 놓인 상황이나 입장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렇게 편하게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 장학생들 서로를 알아가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참여한 어떤 장학생은 “새 친구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어요”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 장학생은 작은변화프로젝트 활동 참가를 권유하자 “학업도 바쁘고 한데, 왜 활동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코로나 이후 대학생들이 캠퍼스 생활을 많이 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과제량도 시험도 늘어서 항상 과제지옥, 시험지옥이거든요. 그런데 실제 팀 활동에 참가하고 나서는 (당황해하던 장학생이) 함께하게 되어 행운이라고 하더라고요. 살면서 이렇게 편하게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아’하면 ‘어’하고 척척 알아듣고 공감해주는 친구이든, 무리이든, 공동체든 간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요.” (이화란 활동가)
당장 처음이야 어색하고 불편해도, 장학생들은 서로를 만나며 솔직히 자신을 내보이고 서로 알아가기를 원한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내적·외적으로 변화·성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두 활동가는 장학생들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질적 모임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학업생활을 잘 이어나가고, 일상생활에서도 생기있게 잘 지내기를 희망한다.
쉼과 충전을 위한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
코로나 시대에 집안에만 갇혀있다시피 하며 ‘혼공(혼자 공부)’하는 데서 비롯된 장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헤아려, 올여름에는 쉼과 충전을 위한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또 청년세대로서 겪고 있을 괴로운 현실도 감안해 프로그램을 짰다.
올봄, 작년(2020년) 20대 고용률이 역대 최저를 갱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년세대의 실업 문제는 매해 악화되고, 세대내·세대간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점점 불평등이 더해지는 가운데, 장학생들도 여느 청년세대와 마찬가지로 생계나 생존의 압박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장학생들한테 “쉴 때 뭐 하느냐, 주로 어떻게 쉬느냐”고 물어보면 “딱히 쉬는 날이 없다”는 대답이 많이 돌아온다고. 정해놓고 쉬는 날이 없고, 시간을 쪼개서 밤샘으로 과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 그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든지 하는 정도이다.
“저희도 다 지나와봐서 알지만, 본인의 꿈을 찾고 펼치는 데에는 재정적인 면도 그렇고,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장학생들은 본인의 꿈을 찾는 그런, 심적 여유 시간을 갖는다든가 이런 건 사실 해보지도 못하고 있거든요.” (이용찬 활동가)
실제로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학생, 비행기를 타 본 적 없는 장학생, 여행을 가보거나 여행계획을 세워본 적 없는 장학생을 포함해, 2021년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장학생 중 13명이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한 달을 지내게 될 예정인 데다가, 다양한 활동도 해 볼 예정이라 그에 알맞게 예산도 짜야 하고 조별활동이나 동선, 방역도 미리 다 점검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 물리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서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고되지 않냐”고 묻자, 두 활동가는 “품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환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서,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찬찬히 설명했다.
나를 알고 우리를 알고 세상을 알자 |
세상에서 꿈을, 나란 존재를 잘 펼쳐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고
“이렇게 프로그램도 해볼 수 있고, 장학생들이 세상에서 꿈을 잘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도 장학생들에게 많은 기부자가 여러분을 응원한다고 말했는데요. 장학생들한테 부담을 느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다고, 삶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용찬, 이화란 활동가)
두 활동가의 성실한 활약상을 보면서, 2021년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이 풍부하고 배려 깊은 시각과 더불어 도전적이면서도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하반기 사업도 잘 진행되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학생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지친 일상에서도, 낙인과 굴레에서도 벗어나 재충전하기를! 그리하여 일깨운 힘으로 자신을 잘 보살피면서 서로 연결되어 세상에 꿈을, 나란 존재를 잘 펼쳐나갈 수 있기를!
글 | 조승미
사진 | 최지은 (변화확산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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