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1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너머에는 어떤 분들이 일하고 계실까요? 국제아동인권센터는 2021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으로 출생아동의 ‘출생확인증’을 발급하는 조례안 제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너머의 사람. 장민정과 박미정 두 활동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존재감이 드러나는 편은 아니어서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반드시 뭔가를 하면서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했던 만큼의 성과가 아니거나, 열심히 활동하는데 변화는 보이지 않을 때 좌절하기 쉽잖아요. 저는 좋지 않은 일, 슬픈 일을 겪을 때 극복하고 다시 나아가는 힘이 빠른 편이에요.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알고 있는 걸 삶이 되도록 사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인권을 얘기하고 소중한 인격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막상 가족들에게는 제일 못하고 그럴 때 좀 민망하죠. 속 빈 찐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겉만 그럴 듯 해 보이려는 마음을 경계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묵직하고 탄력있는 장민정입니다.

저는 묵직하고 탄력있는 장민정입니다.

 

센터에서 전체 사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지원하는 일의 핵심은 무슨 일이 있거나, 누군가가 나를 찾을 때 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문구인데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주 생각해요. 요즘은 ‘누구 때문이 힘들다, 누구만 없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내 이웃이나 동료들, 가족에게만큼은 ‘이 사람 있어서 참 좋았다’는 생각 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안정감을 주는 박미정입니다.

안정감을 주는 박미정입니다.

Q. 선생님 두 분은 단체에서 활동하신 지 오래되셨나요?

A. 미정 : 일반 회사에서 일하다가 4년 전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처음 비영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전 회사는 영리단체였지만 비영리를 지원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어서 아주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게 다르더라고요. 효과로 측정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성공이냐 아니냐보다 충분히 할 것들을 다 했는가를 생각하는 게 가장 다른 시각이었어요.

A. 민정 : 저는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아동상담을 전공하고 상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겠다고 생각했는데 진로를 바꾼 경우에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상담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요. 미시적으로 한 사람을 만나서 변화시키기보다는 그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저에게 더 잘 맞는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눈에 띄는 아주 큰 변화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자꾸 이렇게 틈을 내는 거죠. 만족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Q. 힘든 때는 없으세요?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뭔지도 궁금합니다.

A. 미정 : 저희 센터는 아이들에게 먼저 인권을 알려주고, 그걸 바탕으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는 일을 주로 해요. 아동 당사자를 변화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식이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그게 힘들어요. 그렇지만 그런 인식들을 바꿔가는 게 우리 활동의 당위성이기도 하니 양가감정이 있죠. 그래도 함께 공감하는 동료들과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항상 좋더라고요. 힘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A. 민정 : 저도 비슷한데 저희가 제기한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을 때 힘이 빠져요. 선거기간에는 종종 다른 센터랑 같이 아동 이슈와 관련해서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의를 해요. 반드시 담아야 하는 정책에 대해 제안도 하고요. 그런데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던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했을 때 정말 다들 관심이 없구나 싶어서 막막한 기분이 돼요. 다행히 저는 회복이 좀 빠른 편이어서 잘 잊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어떤 이슈에 관심이 많아지는 때가 있거든요. 그 때의 흐름을 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Q. 두 분은 이 일을 하는데 어떤 역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중 본인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A. 민정 : 기민함과 지구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련 이슈를 재빠르게 캐치하고 활동으로 만드는 것, 뭔가를 했는데 기대만큼의 반응이 없거나 실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때를 기다리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저는 기민하지는 못하지만, 지구력.. 지구력이라고 하니까 좀 거창하고, 꾸준함은 있습니다(웃음).

A. 미정 :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입맛에 딱 맞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홍보와 다른 맥락의 보도자료가 나오기도 하고, 같이 활동했는데도 다르게 이해하시는 연대단체나 후원자분들도 계시고요. 삶과 경험이 다르기에 생각하는 인권의 범위가 다르고, 다양한 권리 중에서도 각자 크게 느끼는 권리와 이유가 다 달라요. 그럼에도 ‘인권은 중요하다’라는 공통 명제가 있다면 다양성을 수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활동하느냐보다 왜 활동하느냐가 우선 아닐까요? 저는 수용을 잘 하는 편이에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찾지 못했던 1인치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생겨나기도 하거든요.

Q. 분명히 변화는 있어요. 그건 당연히 수많은 활동의 흔적이지만, 치열함의 중심에 있는 활동가 입장에서는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거 너무 당연한 마음 같아요.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출생등록제도도 마찬가지로 필요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꽤 오래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잖아요.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는지 궁금해요.

A. 이해관계자가 다양해서 복잡해지기도 했지만, 정책 입법자들이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관련 이슈는 종종 생기는데 사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때만 반짝하고 관심이 사그라들면 같이 사라지죠. 다른 이슈가 나오면 묻히고 밀리고 그러다가 국회가 바뀌고.. 제1의 이슈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올해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을 통해서 실제로 좋은 사례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시흥이 이미 지역네트워크가 잘 구성되어 있고, 청년 기본 조례를 주민발의로 통과시킨 경험도 있어서 좀 더 원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Q. 출생등록제도의 제도화와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출생신고는 한 사람이 사람으로서 확인을 하기 위한 너무나 기본적인 절차잖아요. 우선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을 갖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출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게 부모가 어떤 혼인 관계에서 어떤 아이를 낳았고 부모의 국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사실은 약 280일 동안 뱃속에서 지내다가 힘든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아기에 대한 기록인데도요.

Q. 누가 출산한 아이인 ‘○○○’이 아니라 출생한 ‘○○○’이란 말씀이시죠.

A. 그렇죠. 그저 존재를 생각하자는 거죠.

Q. 기사를 검색하다가 장민정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동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는 어린이 당사자다. 어린이의 필요를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공론화된 참여의 장을 조성해야 한다” 라는 이야기 인상적이었어요. 어린이를 대변하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민정 : 요즘 좀더 깊이 생각하고 있는 아동 이슈는 아동혐오인데요. 우리 사회에 혐오가 만연하다보니, 어느새 아동혐오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일례로, 최근에 ‘민식이법 놀이’라는 이름하에 아동 전체가 비난받고 있지요. 민식이법에서 성인이 짊어진 안전 운전에 대한 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면책조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 국무총리의 발언을 포함해, 법 개정 논의에 대한 사회적 흐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면 ‘정말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고 할 것 같아요. 듣는다고 해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요. 그 이전에는 사실 그런 창구도 없거든요.

A. 미정 :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에만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평소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너는 뭘 할 수 있고, 어떤 권리를 가졌고 우리는 너를 지지해. 이런 것들을 네가 얘기해주면 좋겠어’라고 자주 말할 수 있는 사회도 가정도 됐으면 좋겠어요.

국제아동인권센터는 모든 아동이 그들의 권리, 존엄성, 진실성을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아동과 함께’ ’아동을 위한‘ 다양한 옹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http://incrc.org/

글,  사진|박혜윤
전(前) 변화의시나리오 담당자 / 귀 기울여 듣고 애정을 담아 질문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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