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증거를 담는 후후레터! 여섯 번째 주제는 장애인 교육권입니다. 교육 현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가야 할 길을 찾아봤어요.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서 평생교육법 제정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이학인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상과의 끈, 평생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조건은?

평생교육이라고 하면 학점은행이나. 취미, 교양을 떠올렸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어요. 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은 세상과의 연결고리라는 것을요. 학령기 교육에서 배제되었던 장애인들은 야학과 같은 평생교육 시설을 통해 배움을 시작하기도 하고요. 또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돌보는 관계를 구축해나가기도 해요.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평생교육이 삶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줄 수도 있죠.

장애인 야학을 비롯한 평생교육시설은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아직 그 수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학인 사무국장을 통해 교육의 가치와 필요조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장애인 평생교육은 사회통합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Q. 최근 장애인 평생교육법(이하 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고 계신데요. 장애인 평생교육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정해져있는 개념이라기보다 학교 밖에서도 평생 배울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에게는 사회에서 사는 법을 가르치고, 발달장애인에게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계속교육을 진행하는거죠. 그래서 장애인 평생교육은 사회통합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평생교육법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평생교육을 보장하고, 또 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가까운 곳에서 평생교육을 받고, 또 활동지원이나 이동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Q. 야학과 같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A.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고, 제도화가 지금까지 많이 진행되어오기도 했어요. 다만 기관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요. 2019년 기준으로 전국의 평생교육기관은 4,295개 정도인데 장애인평생교육기관 수는 308개밖에 안 돼요. 야학까지 포함한 숫자인데도 그렇습니다. 장애인시설이 비장애인시설에 비해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열악한 지원 현실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인 교육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피켓을 든 사람들이 국회 앞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안 발의 환영 및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안 발의 환영 및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현장

Q. 교육부에서 학교형의 평생교육시설 입학정원, 기관 운영시간, 교육과정, 종사자 자격 및 배치 등의 기준을 담은 매뉴얼을 발표했잖아요. 전국 교육청에서 매뉴얼을 잘 지키고 있나요?

A. 교육부 매뉴얼은 평생교육법이 새로 만들어지는 상황에 맞춰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입니다. 대다수의 지자체는 매뉴얼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원인으로는 예산으로 짐작되는데 평생교육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집행하거든요. 전국의 교육청이 여전히 평생교육 지원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에서 드러난 교육 공백, 평생교육기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Q. 최근 활동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볼게요. 코로나19로 장애인 야학이 폐쇄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과 비교한다면 요즘 어떠한가요?

A. 확산 초기에 야학은 운영정지 지침이 내려왔어요. 2020년 상반기에는 거리두기 2단계만 되어도 문을 닫았죠. 올해는 코로나가 3-4단계가 되어도 운영은 지속하고 있어요. 교육은 제공해야 하니까요. 다만 밀집율을 낮춰서 안전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노들장애인야학은 원격수업을 하는데 줌을 사용하는게 어려운 분들은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듣는 형태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야학뿐만 아니라 장애 대학생들의 학습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장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속기문자나 자막을 제공해야 하거든요. PDF와 같은 파일은 리더기로 인식이 안되다보니까 시각장애인 관련 복지관에서 자료를 번역해서 전달해줘야 되고요. 코로나19확산 초기에는 이런 지원들이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2020년 하반기에는 교육부가 대학들에 학습 지원 등에 대한 지침을 내렸고, 몇몇 대학들에서 지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수업은 자막이 틀리게 적혀있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보조기기도 장애 유형에 맞지 않은 것들이 지원되기도 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대학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다고 하던데, 잘 운영되고 있는건가요?

A.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대학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교육 및 생활 지원을 담당하는 곳인데요. 장애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점점 늘어나는데반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비대면 수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난 4월, 장애인권대학생 네트워크 및 변호사들과의 논의 끝에 법안이 발의됐어요. 장애학생지원센터 인력 및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애대학생 고등교육을 정책을 총괄하는 고등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연내에 평생교육법 제정과 함께 꼭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교육이 권리가 되려면, 경쟁이 아닌 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Q. 장애인 교육 현실은 오랜기간 더디게 변해왔습니다. 쉽게 변화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함께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현장에 계시는 교사나 학생들을 만나면 힘이 나더라고요. 교사들은 지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교육을 정말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거든요. 학생들은 그런 교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고요. 지난주 목요일에 대구에 위치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에 다녀왔는데요. 제가 직접 뵌 분은 아니지만 야학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밖에 나가면 한글 간판이랑 영어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는 말씀을 하셨대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나아갈 동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앞서 말씀하셨던 장애인 평생교육이 권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아가 평생교육이 권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평생교육이 권리가 된다는 것은 국가에 교육을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거라 생각해요. 여기에 다다르려면 교육체계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비전이 ‘비장애인 중심의 경쟁교육을 철폐하자’인데요. 대한민국 전체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교육의 효율성에 밀려서 통합교육을 진행하지 않으니까요. 평생교육기관을 나가서, 또 야학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면 크게 의미가 없잖아요. 학교와 지역사회가 바뀌어야해요. 그런 변화를 위해서 기관도 늘리고, 여러 사업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조금씩 우리 사회를 바꾸는 중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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