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희정 기부자님은 소중한 가족, 그리고 이웃과 잔잔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딸의 이름으로 아름다운재단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기부자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는 그간의 기부가 작은 도움에 불과하다는 하희정 기부자님.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다는 건, 그것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실천해온 건 어두운 세상에 환한 빛을 비추는 일임을요. 아무리 작아도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일이란 그 도움을 받는 타인도, 도움을 주는 스스로의 삶에도 온기를 더해주지요. 기부나 봉사 활동 등으로 나눔을 실천해온 삶은 어떤 걸까요? 꾸준한 나눔을 해온 사람은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지길 바랄까요? 하희정 기부자님에게 기부에 대한 생각을 듣고, 나눔을 통해 나와 타인의 삶이 연결될 수 있음을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나누는 일은 내가 가진 것 중에 떼어서 주는 것입니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파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희정이라고 해요. 

Q. 기부자님께서는 따님과 함께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고 계시지요. 원래 나눔에 관심이 있었나요? 기부 외에 다른 방식의 나눔을 해본 적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A. 아이들을 좋아해서 스무 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아이들을 돌보곤 했어요. 복지회 건물이 지금처럼 크지 않을 때였고 조그마한 단독 주택에 아이들이 있을 때였죠. 복지회에서 입양되기 전의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마음에 더 들어온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입양 간 후에는 펑펑 울기도 했어요. 결혼 후에는 중증 장애인이 머무는 곳에 가서 봉사를 한 적도 있고, 결혼 초반에는 많이 바빠서 여러 사정으로 봉사 활동을 잘 안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카페를 하기 전에는 요리를 하는 엄마들과 함께 식사 봉사를 하러 가기도 했네요.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는 다시 나눔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무렵 눈에 띈 게 아름다운가게였어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준비하는 하희정 기부자의 집중하는 모습

Q. 그렇게 기부와의 인연이 시작됐군요. 

A. 경복궁 쪽을 가다 보니 아름다운가게가 오며 가며 보이더라고요. 제가 원래 단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단체가 되면 부패하는 부분이 있다고 여겼거든요. 근데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을 알아가면서, 재단이 꽤 믿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한 달에 2만 원 정도라도 해보려고 기부를 시작했어요.

*아름다운가게는 2008년 아름다운재단에서 분리되어 독립법인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주변 분들 반응은 어땠어요?

A.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기부할 형편인가’ 물었는데, 제가 단호하게 답하더라고요. 의견 부딪힐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때 진지하게 남편에게 말했어요. “나누는 일은 내가 가진 것 중에 떼어서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남는 것을 주면 그건 나눔이 아니라 적선일 뿐이다”라고요.

Q. 나눔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는 게 느껴져요.

A.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걸요. 길에서 청소하는 분들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지나가는 길에 저에게 도움을 주시는 분도 있고요. 심지어 지금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제가 돈을 받고 커피를 판매하는 건데도 저에게 고맙다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식으로 삶 곳곳에서 저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눔을 실천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하희정 기부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Q. 보통은 그렇게 도움 받는 순간을 잠깐 기억하는 데 그치잖아요. 혹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기부자님은 그런 순간을 중요하게 기억하시는 거네요.

A. 저에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께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저 또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하는 거예요. 우리는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잖아요. 함께 하는 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에요.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해요. 단체에 기부를 하면 그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겠냐고요. 그러면 저는 내가 기부한 돈 중 10분의 1이라도 그 사람들한테 간다면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요. 그 상황이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10분의 1마저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않잖아요.

Q. 오랫동안 기부해온 분에게서 기부를 대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요. 본인은 물론 따님인 용호슬 님의 이름으로도 오랫동안 기부해오셨는데, 이에 대해 용호슬 기부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가 그동안은 딸과 저의 기부 계좌를 분리하지 않았어요. 그러가다 최근에 제가 딸에게 이제는 계좌를 분리해서 네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쓸 돈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딸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게 기부라고 말해주었고, 대신 용돈을 조금 올려주는 식으로 조정했어요(웃음).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 부모의 실천하는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하잖아요. 저는 기부하는 제 모습으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다는 것을요. 

Q. 오랫동안의 기부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그간의 꾸준함이 스스로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궁금해요.

A. 기부를 하면서 정말 좋았던 순간이 있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기부한 지 10년이 됐을 때 감사장을 하나 받았거든요.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무언가 10년 간 그렇게 꾸준히 한 게 없었거든요. 제가 몸이 약해서 뭐든 꾸준히 해내는 게 무척 힘들었는데 그 감사장을 받고 나니까 뭐라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Q. 기부를 하면서 바라게 되는 세상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A. 기부로 세상이 확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각자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기부를 통해 제가 바라게 되는 세상은, 사람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거예요. 내가 내 곁의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면, 내 곁의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겠죠. 그렇게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이 되어갈 거라고 믿어요. 

 

카페 앞 화단에서 활짝 웃고 있는 하희정 기부자

Q. 나눔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A. 기부를 할지 말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잖아요. 기부처가 투명할까, 기부금이 잘 전달될까 의심스러워서 망설이는 거라면 기부처가 아닌 자기 자신의 선택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Q. 그런 분들에게 아름다운재단을 추천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A. 아름다운재단의 활동을 보면서 ‘여기는 참 정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부금 사용에 관한 회계 자료를 공개하고,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자세히 이야기로 풀어서 공유해주시잖아요. 신뢰를 위한 노력을 무척 꼼꼼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 뿐만 아니라 사업이 다양하게 세분화 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기부처에 기부할 수 있는 기반도 잘 돼 있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글: 이상미,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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