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이른둥이를 낳았다는 미안함. 그 마음 때문에 태어난 아이를 제대로 마주하기전지 오랜 시간이 걸린 엄마가 있습니다. 오빠인 정민(가명)이에 이어 또 다시 이른둥이로 태어난 딸 하은(가명)이. 하은이를 본 엄마는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에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이 주저 앉았습니다. 이른둥이들의 재활치료는 장기전입니다.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이를 계속 지켜보는 건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가족은 아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힘으로 천천히 일어서는 이른둥이의 성장을 보게 됩니다. 이제 엄마와 아빠는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더 나은 미래를 그려갑니다.

하은이 가족이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경험하면서 틔워낸 희망의 씨앗. 그 희망의 모습을 살펴보려 합니다.

치료의 필요를 깨달은 순간

하은이는 생후 두 달 넘게 인큐베이터에 있었습니다. 퇴원 후 큰 문제 없이 자라나는 듯 했었어요. 학령기가 되어 들어간 어린이집에서, 하은이는 또래보다 1년 정도 발달이 더디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하은이의 행동은 아빠와 엄마의 눈에도 띄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움직일 때 생각을 먼저 한 다음 행동에 옮기잖아요. 하은이는 생각 없이 바로 몸을 움직여서 부딪히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작게 태어나서인지 하은이가 또래보다 머리 하나 만큼 키 차이가 났어요. 말도 느렸어요. 아이가 상대적으로 키나 몸무게가 작으니까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 당할까봐 걱정되곤 했어요.”

아이의 상태를 알게 되면서 가족에게는 마음이 무너지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기에도 어려웠던 상황. 월급만으로 치료비를 해결할 수 없었던 아빠는 몸이 성치 않으면서도 아픈 하은이를 위해 여러 지원사업을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지원사업입니다.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곧 확신이 되었습니다. 하은이가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꾸준한 치료가 진행됐습니다.

치료의 과정과 회복의 신호

대학병원에서 하은이의 상태를 검사한 다음 아산의 재활병원에서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가 진행됐습니다. 1년 8개월 언어치료와 감각치료, 여기에 놀이치료가 더해졌습니다. 아빠는 하은이의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치료가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는 거였어요. 치료 빈도가 느슨해지면 그만큼 하은이의 상태가 다시 안 좋아졌거든요. 아쉽게도 천안으로 이사한 지금은 재활병원과 멀어져 예전만큼 자주 치료를 받는 게 쉽지 않아요. 이사한 곳 근처로 재활치료할 곳을 알아보는 중인데, 이제까지 치료 받았던 곳이 더 좋아 아쉬운 부분입니다.”

재활치료 시설에 대한 고민이 다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하은이는 점점 나아지는 중입니다. 놀이치료 과정에서 발끝에 힘을 주는 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전보다 말문도 잘 트이게 되었습니다. 무턱대고 움직이기 보다 생각을 먼저 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엄마 아빠는 하은이가 좀 더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발음을 잡아주거나 사회성을 더 깨우기 위한 치료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엄마와 함께 책읽기를 하는 하은이른둥이

엄마와 함께 책읽기를 하는 하은 이른둥이

 

긴 죄책감의 터널을 지나며 느낀 것

“첫째도 둘째도 이른둥이로 낳았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하은이가 분유를 잘 안 먹을 때는 더더욱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부모나 형제자매를 위한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아픈 아이의 재활치료가 우선이다 보니 신경을 못 쓰는 부분이 생겨요.”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엄마는 첫째 정민이와 둘째 하은이를 연이어 이른둥이로 낳으며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았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것은 이른둥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가족에게도 필요했지요. 하은이에게 치료비 지원이 집중되면서 오빠인 정민이의 치료에 소홀해지는 부분도 문제였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나아지는 하은이를 보면서, 엄마와 아빠는 치료비 지원을 받은 이후의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맞벌이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겠다는 엄마, 아이들을 위해 또 다른 지원사업을 알아보겠다는 아빠. 이들은 치료비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사회 차원에서 이른둥이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른둥이들에게는 교정주수(38주 이전에 태어난 이른둥이의 나이를 출산 예정일 기준으로 정하는 것)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낼 수 있었으면 해요. 이른둥이라는 상황 때문에 저희 딸이 부당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

서로를 보듬는 엄마와 하은이른둥이

서로를 보듬고 있는 엄마와 하은이른둥이

아이를 온전히 믿어주는 일

“아이가 잘 성장하지 않더라도, 밥을 너무 조금 먹더라도 조급해하지 마세요. 시간이 흐르고 재활치료가 진행되면 분명히 아이들이 잘 성장할 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이른둥이 가정에게, 하은이 아빠는 아이를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했습니다. 더불어 아이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회복될 거란 사실을 믿어주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죠. 

“이른둥이를 낳은 가정 중에는 어느 정도 재활치료를 해서 아이가 좀 성장한 모습을 보였거나, 혹은 이제 막 재활치료를 시작한 가정이 있을 거예요. 지난한 과정이 될 텐데 어떤 상황이든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은이 엄마는 아이들을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했다는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내는 중입니다. 치료의 긴 시간 끝에는 분명 회복이 있음을, 그 과정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아이를 지켜봐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치료를 받는 이른둥이 아이 옆을 지키는 일. 그 긴 과정을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이른둥이 가정을 위한 지원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희망을 지켜가는 일에 기꺼이 함께 할테니 지켜봐주세요!

2022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 시작합니다!

글. 이상미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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