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토로 주민들이 1기 시영주택에 새 보금자리를 찾은 후, 철거되는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보전하고, 평화의 정신을 이어갈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2022년 4월 건립을 앞두고 있다.

이에 지난 11월, 박연철 변호사(우토로국제대책회의 대표,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 대표), 김종철 대표(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국장(지구촌동포연대) 세 사람이 만나 우토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우토로 평화기념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차별의 역사 속에서 마을을 지켜온 우토로 주민들

박연철 변호사가 우토로를 처음 찾은 건 1994년이었다. 처음 방문한 우토로 마을의 모습은 전해 듣던 그대로였다. 상수도가 없어 주민들은 우물물로 생활했고, 저지대임에도 하수도가 없어 비가 오면 침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40년대 이후 줄곧 이를 방치해왔다.

“처음 갔던 우토로 마을의 모습은 인근에 있는 일본인 마을과 엄청난 차이가 났어요.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우토로 마을을 방치해왔을 뿐 아니라 어떻게든 우토로 주민들을 쫓아내서 그 역사를 지우려고 했어요. 그런데도 우토로 주민들은 강건했어요. 일본 정부에선 다른 곳으로 가면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했지만 흩어지지 않고 그곳을 지키며 살았죠.”

박연철 변호사(우토로국제대책회의 대표,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 대표)

박연철 변호사(우토로국제대책회의 대표,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 대표)

22년 뒤, 2016년 우토로를 찾았던 최상구 사무국장의 첫인상도 비슷하다. 그가 우토로 마을을 찾았을 때는 철거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하수구 하나를 경계로 일본인 거주 지역과 재일동포 거주 지역이 판이한 모습을 보며 그는 놀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건 기나긴 차별의 역사 속에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마을을 지킨 우토로 주민들의 강건함이었다.

“우토로 마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한일 시민이 같이했던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확고한 뜻이 우토로 주민들, 그리고 함께했던 한일 시민들 모두의 마음에 있었어요. 그런 뜻을 모아 ‘우토로평화기념관’을 구상하는 첫 워크숍을 2009년에 열었어요.”

 최상구 국장(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국장(지구촌동포연대)

2009년 첫 워크숍에서는 우토로에 평화기념관이 필요한 이유를 함께 이야기했다. 비슷한 평화기념관 사례도 살펴보았다. 2018년부터는 평화기념관의 구체적인 상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 일본 현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우토로 주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 평화기념관에 대한 구상에 의견을 보탰다. 그 결과가 내년 4월 우토로에 모습을 드러낼 평화기념관의 모습이다.

2022년 개관을 앞둔 우토로 평화기념관

우토로는 교류와 연대로 지켜온 마을인 만큼 ‘우토로 평화기념관’의 1층에는 사람들이 만나고 모일 수 있는 다목적홀이 들어설 예정이다. 2층에는 우토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3층에는 수장고와 작업실로 꾸려진다. 최상구 사무국장은 기념관의 마당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조감도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

“예전에는 우토로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집회도 하고, 파티도 하며 모이곤 했어요. 그런 연대의 의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념관 앞에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에요. 또 1940년대 비행장 건설 당시 지었던 함바집을 옮겨서 재건할 계획입니다. 함바 옆에는 예전 마을처럼 우물과 평상을 놓아 이곳이 마을 공동체였다는 걸 알 수 있도록 구현하려고 해요. 우토로 마을은 철거됐지만, 이곳이 조선인 노동자들이 살았던 현장이라는 걸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현할 생각이에요.”

김종철 대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다시 일본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우토로를 포함한 교토지역 재일동포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코스를 만드는 등 시민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모아볼 구상이다.

“해외에 세운 기념관들은 있지만, 우토로처럼 마을 단위로 기념관을 만든 건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토로 주민분들이 지켜온 공동체와 평화, 연대의 의미를 잘 이어가야 해요. 기념관이 잘 자리 잡는다면 평화의 씨앗이 될 거라 생각해요.”

김종철 대표(지구촌동포연대)

김종철 대표(지구촌동포연대)

역사의 거점에서 평화의 거점으로

최상구 사무국장은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재외 동포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연결하는 접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단순히 우토로 마을만의 역사가 아니라 그간 차별받아온 재외 동포들의 역사를 대변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 방문해 재외 동포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그는 전했다.

박연철 변호사는 차별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토로를 지켜온 연대와 협력의 역사 또한 계승되어야 할 중요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제가 우토로에 갔을 때 ‘우토로의 날’이라는 행사를 했어요. 주민들이 한복을 입고 농악대를 구성해 행진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 뒤로는 ‘우토로를 지지하는 시민모임’도 함께 했어요. 그러한 연대의 모습이 우토로의 진실한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픈 역사도 있지만, 우토로는 한일 시민들의 화합과 연대의 장으로서 평화의 의미가 있는 상징인 공간이에요. 앞으로도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긴장을 해소하는 평화의 거점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바야흐로 결실을 맺는다

2022년 4월,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시공 후에도 자잿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많은 이들의 염원이 모인 만큼 기념관 건립의 꿈은 좌절될 수 없었다. 한일 시민과 동포, 양국 정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온 우토로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계속 기억되기 위해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과 발길이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이곳이 우토로 주민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새로운 평화의 역사가 쓰이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글. 우민정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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