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3년 동안, 사각지대 및 긴급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부모(청소년미혼모/부/부부)의 안정적인 사회 기반을 돕는,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부모의 안전한 출산과 자녀양육, 성장과 자립을 돕는 적정주거 지원, 청소년부모의 자립지원모델 확산 및 인식개선에 중점을 둔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인큐베이팅하우스’는 ‘킹메이커’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에 참여한 서정우 님, 강준희 님(모두 가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환한 방, 자유로이 세상을 탐색하는

“자립해서 소년소녀가장 LH에 살고 있었거든요. 스무 살 3월에요. 최대 9천만 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자 생각하니 부담돼서 4천 5백만 원에 딱 맞춰 7평 원룸을 얻었죠. 혼자 살 거라서 크기는 상관없었고 둘러본 중에 가장 환하고 밝은 집, 제일 하얀 집으로 갔어요. 근데 뒤통수 맞았죠. 하얀 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지하도 아닌데 앞뒤 주택에 가려서 만날 밤처럼 어둡고 곰팡이도 피고. 그거 가리려고 도배를 싹 한 거였어요, 그래서 하얗고(웃음).”

남편 이수현(22세, 가명) 씨와 살게 됐을 때도 그럭저럭 참을 만했는데 그해 6월, 아이가 들어서자 걱정이 앞섰다. 좁은 것도 문제지만 곰팡이가 마음을 짓눌렀다. 집주인에게 조치를 요청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갓 스물인데 과연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자신과 지난하게 싸우면서 ‘키워보자, 포기하면 후회할 거다, 자신이 더 열심히 살겠다’고 설득하던 남편에게 화가 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 지쳐서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대안을 요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수현 씨가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찾아낸 곳이 킹메이커였다. 청소년부모를 지원하는 단체라는 말에 어둔 서정우(22세, 가명) 씨의 방에 빛이 들어찼다. 출산준비를 비롯해서 아기용품과 생필품, 긴급생활비, 주거마저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온기를 품은 볕에 안도했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도 그때 알게 됐어요. 8개월에서 9개월로 넘어가는 만삭의 몸으로 서류를 준비하고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해서 한 달 뒤인 2월에 출산했어요. 곰팡이 없는 투룸, 무엇보다 아기가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좋았죠. 아기는 그렇게 호기심으로 큰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데 좁은 공간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까봐 겁났어요.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그 공간에 갇혀서 사는 거 되게 불쌍하잖아요.”

열린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 준 작은변화의 시작

서정우 씨에게 주거지원은 열린 세상으로 들어서는 문이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희망이 자랄라치면 싹부터 밟아버리는 일상에 체념이 익숙했던 그였다. 옆집 담벼락이 창을 막아선 방 한가운데 서서 몇 발짝 오른쪽에 옷이 있고 왼쪽으로 한두 걸음이면 책상이고 뒤돌아 코 닿을 데 싱크대와 현관이 있는 삶.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이 서정우 씨의 답답한 그 시공에 자유의 씨앗을 쥐어줬다면 강준희(20세, 가명) 씨에게는 안전한 뒷배로 버텨줬다.

 

타지에서 비로소 입주하다, 안전가옥

“열일곱에 첫째 임신했을 때 부모님께 숨겼어요. 지역의 소도시라서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알거든요. 산부인과도 못가고 집에서만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진통이 시작된 거예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양수가 터졌죠.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어요.”

아르바이트하던 열여덟의 남편이 부랴부랴 달려와 탯줄을 자르고 구급차를 불렀다. 낙인찍힐 두려움에 숨어 키우던 첫째는 32주되던 날 1.5kg로 태어나 3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걱정할 때 다행히도 미혼모센터가 곁을 지켰고, 그렇게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차마 포기할 수 없는 둘째가 찾아왔다. 한숨이 절로 새었지만 강준희 씨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키워보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일을 그만둔 남편은 집에서 술 마시고 주정 부리는 게 일상이었고 우린 만날 싸웠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아버지까지 와서 술 마시고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고 뭘 하든 남편 편 드니까 갈등이 더 심해졌죠. 어느 날 남편의 폭력이 너무 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분리조치 돼 쉼터에 머물다가 작년 10월 중반쯤에 인천으로 이사 왔어요.”

서글프게도 강준희 씨와 아이들에게 고향은 위험했다. 그래서 250여 킬로미터를 달려 안전가옥에 도착했다. 아는 사람 없는 타지가 두려웠지만, 킹메이커와 자신이 머물 오롯한 공간이 존재했기에 안심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생면부지의 그를 지원했다. 물론 안전한 집을 확보하자마자 육아 스트레스가 뒤따랐다. 26개월과 16개월 아이 둘을 혼자 돌보고 집안일과 더불어 검정고시와 수능을 공부하다보면 꽤나 고단했다. 원하는 게 뭐냐는 질문에 24시간 푹 자고 싶다는 말이 바로 나올 만큼 늘상 잠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받기에 가능한 넋두리라고 그는 생각한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돌아가 쉴만한 공간. 그게 강준희 씨가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으로 품은 집이었다.

응시하는 아이를 마주하며

‘희망’과 ‘감사’로 기억되는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밤에 아이들이 자면 조용해지잖아요. 그럼 갑자기 허무해지는 거예요,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그럴 때면 TV를 켜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이사 오고 일주일, 어머니가 머물렀던 그 시간을 제외하면 킹메이커 활동가들을 만나는 게 유일했다. 그나마도 소아과 동행을 돕는 등의 용건이 아니면 미안한 마음에 선뜻 함께 있어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니다. 시답잖은 수다가 그리웠다. 고향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고단함 켜켜이 스민 불안을 곡해 없이 주고받을 동료가 필요했다. 그때 서정우 씨를 만났다.

“대표님이 준희 진로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냥 제가 고민했던 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한 번 보자고 했죠. 그 전까지는 그냥 얼굴만 알고 있었는데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 되게 좋았어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 시시콜콜 말하다 친해졌죠. 요즘엔 쇼핑도 같이 가고 아이들끼리도 잘놀아요. 제 또래들과 다르게 사는 일상을 검열하지 않고 얘기하는 거, 그걸 공감 받는 게 참 좋았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맞으니까 신기하고.”

두 사람이 이렇게나 잘 통할 줄 몰랐다. 그야말로 소통이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서로를 확인할 때마다 우울이 옅어졌다. 무시로 덮쳐들던 외로움도 잦아들었다. 애가 애를 낳았네, 라는 무심한 말에도 흠칫거린 마음이 제 모양을 찾았다.

“모든 사람들이 제게 집중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어요. 초면에 아기 엄마가 젊네, 몇 살이야, 물으면서 이렇게 키워라, 저러면 안된다, 오만 참견하는 분들이 너무 싫어서 계속 집안에만 있곤 했어요, 정우 언니 만나기 전까지는.”

청소년부모와 관련된 각종 뉴스에 곤두섰던 신경도 느슨해졌다.

“솔직히 아동폭력 관련 사건의 절반 이상이 20대 부부예요. 엄청 속상해요, 괜히 우리를 보는 시선이 걱정되고. 솔직히 나였어도 우리가 다르게 보일 것 같거든요. 음, 임신했을 때 배가 티 나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옷을 겹겹이 입다가 아이 낳고 그런 생각했는데, 계획하고 낳은 건 아니지만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게 뭐 어때서? 당당해질 거다! 그때 뭔가 해방된 느낌이었는데….”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아이를 마주하며 ‘당당한 부모’ 되기를 선택한 서정우 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잘 벼린 칼날처럼 삶을 재단하려 들었다. 종종 왜곡했다. 그래서 그에겐 아름다운재단이 소중하다.

“예전엔 ‘그냥 사고 친 애들끼리 애 낳고 산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데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을 통해서 ‘청소년부모’라는 단어가 인식되기 시작했잖아요. 단순히 주거지원을 받는 걸 떠나서 ‘사고 친 문제아’에서 ‘책임을 지는 또 다른 부모’로 초점을 옮기게 된 거예요.”

조금 이르게 부모가 되기로 선언한 서정우 씨와 강준희 씨. 그들은 ‘제일’ 안정적이고 ‘가장’ 편안한 집을 꿈꾼다. 제 삶의 반짝이는 시절을 유예하면서까지 지킨 아이를 양육하고, 오롯한 자신이 오래 담길 그릇이라서다. 바람 또한 잘 드나든다면 금상첨화. 고이거나 막힘없이 또한 자유롭게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든 터다. 그리하여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다정한 이웃이 방문하는 그들의 ‘우리집’을 아름다운재단이 킹메이커와 함께 지원한다, 지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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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승연ㅣ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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